[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6월 17일 일어난 경기도 이천시 쿠팡 물류센터 화재 당시 황교익 씨의 유튜브 방송 출연을 강행하고 심지어 황씨와 함께 ‘먹방’까지 했던 것으로 밝혀져 도마에 올랐다.

이에 여야 가릴 것 없이 적잖은 대선주자들이 이 지사의 태도를 한 목소리로 성토했는데, 이낙연 전 대표는 20일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하긴 했지만 이 전 대표 캠프의 배재정 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이 지사는 화재 당일 (황씨 유튜브 등) 창원 일정을 강행했고 다음날인 18일 오전 1시32분에야 화재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경기도 재난재해 총책임자로서 있을 수 없는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약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나 “당시 소방관의 실종에 온국민이 가슴 졸이고 걱정하던 시점”이라며 “그런 큰 화재가 났으면 당연히 도지사는 즉시 업무 복귀해 현장을 살폈어야 한다”고 이 지사에 일침을 가했고 야권에서도 가세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의 김기흥 부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에서 “재난 상황보다 먹방 유튜브가 먼저였는지 묻고 싶다. 화마와 싸우고 있는 소방관 얼굴을 한 번이라도 떠올렸다면 결코 황교익과 키득거리며 먹방은 찍지 못했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여기에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 지사가 도민에 대한 책임 운운하는 게 매우 가증스럽다. 이 지사에게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해당 사태에 대해 진솔한 사과를 하기 바란다”고 촉구했으며 하태경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그 상황에 떡볶이가 입으로 넘어가나. 이 지사는 관련 의혹에 대한 진실을 빠짐없이 밝히고 쿠팡 화재 희생자 가족들과 소방공무원들에게 공개 사과하기 바란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 발 더 나아가 또 다른 야권 대선후보인 윤희숙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국민이 참혹한 (쿠팡 물류센터 화재) 소식을 들으며 애태울 때 도지사가 멀리 마산에서 떡볶이 먹으며 키들거리는 장면은 싸이코패스 공포영화처럼 소름끼친다. 긴말 필요 없고 경기도지사건 대선후보건 모두 당장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황교안 전 대표까지 페이스북을 통해 이 지사의 대선후보직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자 20일 경기도는 설명자료를 통해 “이 지사는 17일 오전 경남 현장에서 ‘대응 1단계 해제’ 보고를 받은 후 오전 11시 경남과의 협약식에 참석했고 이후에도 이 지사는 행정1부지사를 화재 현장에 파견해 화재진압 상황을 살펴보도록 했다. 화재 발생 즉시 현장에 반드시 도지사가 있어야 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고 억측”이라며 “당초 예정된 일정을 마친 이 지사는 현장 지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고성군과의 협약 등 다음날 일정 일체를 취소하고 17일 저녁 급거 화재현장으로 출발했다. 이 지사는 재난 책임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항변했다.

이 뿐 아니라 이 지사 스스로도 이날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자 메타버스 캠프 입주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현장에 재난본부장이 있고 제가 부지사도 파견하고 현장 상황을 다 체크하고 있었다. 그날 밤늦게 경남 일정을 포기하고 새벽에 도착해 현장 일정을 충분히 했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직접 해명에 나섰는데, 그럼에도 윤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때 보고만 받았다고 고발하더니 자신은 20시간 동안 먹방만 찍었다”고 비판하고 유승민 전 의원 측 이기인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설령 당장 현장에 있지 못하더라도 국민이 지적하는 것은 물리적 이동이 아닌 공감”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황씨의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자 자진사퇴 이후에도 이 지사를 둘러싼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는데, 이를 바라보던 진중권 전 교수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지사를 겨냥 “누구도 화재 발생 즉시 현장에 반드시 도지사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고 소방 구조대장이 진화작업 도중 실종된 상태에서 도정과는 아무 관계없는 먹방 일정을 강행한 게 적절하냐고 물었을 뿐”이라며 “황교익씨가 이낙연씨의 정치생명 끊어놓으려다 뜻을 못 이루니 이재명 후보의 정치생명 끊어놓는 쪽으로 노선을 바꾼 모양”이라고 직격해 과연 이 지사가 황씨 내정 논란보다 더 큰 이번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