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 같은 당 홍준표 의원은 적극 힘을 실어주는 목소리를 내는 반면 친홍준계 인사로 꼽혀온 배현진 최고위원은 이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어 이 같이 온도차를 보이는 이유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배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 발언을 하지 않고 있는 이 대표를 향해 “절차적 민주성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들이받은 데 이어 비공개 전환 이후엔 이 대표가 자신에 맞서는 일부 최고위원들을 겨냥 “정신 차려야 한다. 경고한다”고 맞대응하자 재차 배 최고위원은 “나도 최고위원으로서 경고한다”고 맞받아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배 최고위원은 “지금 당이 시끄러운 것은 이 대표 잘못도 있는데 경고라니..그러면 나도 똑같이 잘하라고 경고하겠다”며 이 대표의 잦은 페이스북을 통한 대응과 무분별한 언론 인터뷰 등이 당 내홍을 키웠다며 “앞으로 그러지 말라”고 당 대표에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친홍계인 배 최고위원이 이 대표 공격에 적극 나선 데 반해 정작 홍 의원은 반대로 이 대표를 비호하기 바쁜 모습을 보여줘 대조를 이뤘는데, 대선 출마를 선언한 17일 홍 의원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당 대표를 흔드는 그 자체가 내부총질”이라고 역설한 데 이어 18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선 “어린 당 대표가 들어오니 기존에 있는 사람 중 상당수가 저항하고 얕보고 있다. 당 대표가 지금 (선출된 지) 두 달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흔들어서 되겠느냐”고 거듭 이 대표를 감싸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엇갈린 반응이 나온 데에는 지도부 일원인 배 최고위원과 달리 홍 의원은 대선주자이기 때문인데, 선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제쳐야만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나설 수 있는 홍 의원으로선 특정 이슈에 대한 입장보다도 일단 현재 윤 전 총장과 충돌 중인 이 대표에 한껏 힘을 실어주게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홍 의원은 최근 경선 토론회 등으로 촉발된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간 갈등과 관련해 전날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질의응답에서 “1997년,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 자제 문제를 당내에서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본선에 나갔다가 10년간 야당을 했다. 경선하지 말고 추대하자고 주장하는 분들은 검증을 네거티브라고 하고 내부총질이라고 한다”며 “토론을 안 하려고 당 대표 흔드는 건 참 딱하다. 토론이 겁나면 사퇴하라”고 윤 전 총장을 직격한 데 이어 18일에도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 후보 하겠다는 사람이 토론을 겁내서 어떻게 대선후보를 하겠다는 건가”라고 몰아붙였다.

그래선지 윤 전 총장은 정중규 전 바른미래당 전국장애인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준표는 이 와중에도 대정부 비판보다 윤석열을 향한 내부총질 팀킬 짓에만 몰두한다. 유승민·홍준표와 ‘윤석열 저격조’ 마당쇠로 뛰고 있는 것이 이준석”이란 내용의 글을 올리자 지난 16일 일시적이나마 ‘좋아요’를 누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논란이 커지자 윤 전 총장 측에선 윤 전 총장이 한 게 아니라 SNS관리자가 착각해 눌렀다고 수습에 나서 일단 해프닝으로 마무리됐지만 사실상 홍 의원과 이 대표 간 관계를 의심하는 기류가 윤 전 총장 캠프 내부에 흐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대선주자가 아닌 배 최고위원은 입당한지 얼마 되지 않은 야권 선두 후보와 신경전을 벌여 당 내부를 뒤흔들고 자칫 정권교체 자체도 무산될까 우려해 최고위원으로서 이 대표에 쓴소리를 쏟아낸 것으로 보이는데, 흥미로운 점은 대선후보 당사자가 아니란 입장차 때문인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한 시선 역시 홍 의원과 배 최고위원 간 온도차가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당장 안 대표가 합당 결렬을 선언한 지난 16일 배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가 결국엔 정권교체란 공동의 사명을 가진 동지”라며 “안 대표의 선언으로 좀 더 노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이 일단 닫혀버린 것은 매우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내년 정권교체를 위해 우리가 서로 건전한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안 대표에 우호적 시선을 보낸 데 반해 홍 의원은 지난 17일 안 대표와 향후 야권후보 단일화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안 대표는 어차피 단독 출마는 안 할 것”이라며 안 대표가 대선후보로 직접 나설 가능성에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