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훈련 실시 여부·통신선 복원 놓고 정부 내 온도차…與는 한미훈련 놓고 내분

박지원 국정원장, 문재인 대통령, 송영길 민주당 대표, 설훈 민주당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박지원 국정원장, 문재인 대통령, 송영길 민주당 대표, 설훈 민주당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남북통신선 복원 나선 주체 논란부터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이 요구한 한미연합훈련 중단 문제에 이르기까지 정부기관이나 청와대, 심지어 민주당 내부에서도 제각기 엇갈린 발언이 나오고 있어 레임덕 전조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가 전한 바에 따르면 국정원은 지난 3일 남북 통신선 복원과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통신연락선 복원을 요청한 것”이라며 북측이 먼저 연락선 복원을 요청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반면 통일부는 “양 정상이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하고 우선 통신연락선부터 복원하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밝혔던 만큼 정부기관 내 엇박자가 나온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통일부가 지난 4일 “어느 일방이 먼저 요청한 게 아니라 양측이 서로 충분히 협의하고 합의한 결과”란 입장을 재확인한 데 이어 이미 지난달 27일 통신연락선 복원이 남북 협의 결과라고 밝혔던 청와대에서도 5일 김 위원장의 요청으로 남북 통신선이 복원됐다는 국정원의 국회 보고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김 부부장이 요구한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관련해선 통일부와 국정원 모두 통일부 당국자가 지난달 30일 “연합훈련을 연기해놓고 한미가 공조하면서 대북 관여를 본격화할 수 있는 적기”라고 밝힌 데 이어 박지원 국정원장도 “훈련의 중요성은 이해하지만 북한 비핵화의 큰 그림을 위해선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는 등 한 목소리로 연기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는데, 여기에 대해선 또 청와대, 국방부가 다른 반응을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이 “한미연합훈련이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계기가 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면 같은 날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훈련 여부는) 한미 당국에 의해 결정될 사안”이라고 강조했는데, 미국에선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이 지난 3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김 부부장이 한국측에 합동훈련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일련의 위협을 마주한 한반도에서 적절한 훈련을 하고 대비태세를 갖추는 것에 대해 바뀐 게 없다”고 밝혔던 만큼 훈련 연기와 실시에 대해 통일부와 국방부 간 온도차가 감지됐다.

이처럼 엇박자가 나오는 데에는 문재인 대통령 역시 표면상 모호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부분도 없지 않은데, 앞서 지난 5월 여야 정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과거처럼 많은 병력이 훈련하는 것은 여건상 어렵다. 미국도 북미대화를 고려해 판단하지 않겠느냐”고 훈련 연기 가능성을 열어뒀던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서욱 국방부장관으로부터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 보고 받게 되자 “여러가지를 고려해 신중히 (미측과) 협의하라”고 이전과 달리 원론적 메시지만 내놓는 데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당 내부에서도 대통령 메시지를 제각각 해석한 듯 저마다 한미훈련 실시 여부를 두고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한미훈련 연기를 주장한 설훈 의원의 주도 하에 민주당 의원 60여명이 지난 4일 이를 위한 연서명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날 오후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미연합훈련 조건부 연기를 공개 요구할 예정이다.

반면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을 지낸 김병주 의원은 5일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훈련에 참석할 미군 대부분이 입국한 상태로 한참 훈련이 진행되는 중 정치권에서 연기하라는 건 적절치 않다. 연기나 취소를 주장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점”이라고 훈련 연기에 반대의 뜻을 표명했으며 송영길 대표도 같은 날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남북간 협상이 재개됐다고 하면 고려 요소가 있겠지만 통신선 막 회복한 것 갖고는 어렵다고 본다. (훈련도) 다 준비됐는데 시간도 너무 촉박하지 않겠나”라고 훈련 강행에 힘을 실었다.

이처럼 여당 내에서조차 한미훈련 실시 여부를 놓고 각각 찬반이 갈라져 있는데, 일단 군은 전날까지도 한미연합사령부 주관으로 주한미군과 훈련 세부계획을 논의 중인 만큼 이대로 실시될 것인지, 아니면 북한을 자극할까 의식해 실시하지 않는 쪽에 무게를 둘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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