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그간의 장고 끝에 30일 국민의힘 입당 문제에 대한 종지부를 찍었다.

사실 그동안 8월에 입당할지 11월에 야권후보 단일화로 나설 것인지 여러 관측이 나왔지만 모든 예상을 깨고 7월에 조기 입당을 결행할 것으로 예측하기는 어려웠는데, 이준석 대표가 지방 일정으로 내려가고 김기현 원내대표는 휴가로 자리를 비워 사실상 지도부가 당사에 없던 상황에 전격적으로 입당했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놀라웠고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 유일하게 선두경쟁을 펼치고 있는 야권 대선후보답다는 생각도 들었다.

앞서 문재인 정부 출신의 또 다른 야권 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 입당 당시엔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 일원들이 둘러싼 채 최 전 원장이 국민의힘에 ‘영입된’ 모양새가 됐고 결국 최 전 원장이 돋보이기보단 마치 이 대표가 데려온 것처럼 국민의힘의 위신만 높여준 셈이 됐지만 지도부가 자리를 비운 사이 전격 입당한 윤 전 총장의 모습은 국민의힘에 영입된 게 아니라 스스로 결단한 것으로 비쳐졌다는 점에서 상당히 전략적인 행보라고 생각된다.

즉, 자신은 단지 국민의힘이 야권 후보 단일화의 플랫폼으로 되는 데에 기여하는 하나의 ‘장기말’이라든지 이 대표의 표현대로라면 비빔밥에 있는 여러 ‘고명’ 중 하나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입당 순간부터 분명히 보여준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 얼마 전 이 대표의 휴가 기간인 ‘8월 10일’에 입당한다는 설도 애당초 윤 전 총장 측에서 의도적으로 이 대표가 부재중인 시기를 노렸던 게 아니냐는 해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물론 굳이 이 같은 정략적 행보가 아니더라도 애당초 입당 주인공으로서 후보 본인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당연하겠지만 야권 통합 플랫폼이 되겠다는 제1야당의 압박에 후보 개개인은 결국 타협할 수밖에 없는 현실정치 구조상 윤 전 총장의 이번 조기 입당은 예측 불가능한 행보였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필연적인 결과였다고도 볼 수 있겠다.

다만 윤 전 총장의 이번 입당이 국민의힘에 안겨준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야권 선두후보로서 제3지대의 가능성에 가장 큰 무게감을 실어줬던 그조차 국민의힘 입당을 택했다는 점에서 아직 제3지대를 고수하고 있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나 합당 협상을 놓고 신경전 중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무조건 8월 내 경선 일정을 시작하려 했던 이 대표 역시 윤 전 총장의 입당으로 경선열차 정시 출발을 강행하려던 데 대한 정치적 부담을 한층 덜 수 있게 돼 그간 윤 전 총장의 입당 문제를 놓고 흔들리던 그의 리더십도 일단 안정감을 찾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하지만 윤 전 총장이 일찍이 국민의힘 경선판에 합류한 만큼 앞으로는 후보별 유·불리를 가를 ‘룰의 전쟁’과 더불어 윤 전 총장을 견제하려는 당내 후보들의 검증 공세도 예고되고 있어 자칫 야권 대선판 자체를 깨는 결과로 치닫지 않도록 어떻게 후보들 간 관계를 잘 조율할 수 있을지 당 대표의 역량은 더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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