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선후보들, 盧탄핵 책임론 설전…野서도 朴탄핵 의식?

(좌측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놓고 진실공방을 벌이는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의식해 입장을 내놓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유승민 전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놓고 진실공방을 벌이는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의식해 입장을 내놓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유승민 전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여야 대선후보들이 때 아닌 ‘전직 대통령 탄핵 사태’란 과거사를 놓고 저마다 입장을 내놓고 있어 그동안 공언한 바와 달리 아직도 정치권에선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한 게 아니냐는 우려 어린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탄핵 문제를 놓고 가장 열띤 설전이 벌어지는 곳은 더불어민주당인데,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지 않았느냐고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측에 공세를 시작하면서 연일 상호 격론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캠프 상황실장인 김영진 의원은 지난 21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 후보는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 대변인이었는데 그 후 탄핵 과정에 참여했다. 본인 행보에 솔직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이낙연 캠프 대변인인 오영훈 의원은 “이낙연 후보는 당시 노 대통령 탄핵안에 반대표를 던졌고 광주·전남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뽑은 대통령을 우리가 탄핵할 수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며 “팩트체크도 없이 발언한 데 대해 이재명 캠프가 민주당 정신을 폄훼하려는 게 아닌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엄중한 책임이 따른다는 걸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 지사 캠프에서 수행실장을 맡고 있는 김남국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당시 이낙연 의원은 노 대통령 탄핵안 처리를 위해 12일 새벽 다른 야당 의원들과 본회의장에 전격 진입을 시도한 것으로 나오고 오전 투표 때는 의장석 보호를 위해 야당 의원들과 함께 스크럼까지 짰다고 한다. 2004년의 이 의원을 믿어야 할지 2021년의 이 전 대표를 믿어야 할지 헷갈린다”고 재반박에 나섰는데, 22일에는 2004년 탄핵 사태 당시 국회 본회의 사진까지 올리며 “당시 열린우리당 송영길 의원이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노 대통령 탄핵안 처리를) 항의하는 모습을 이 의원이 무심히 바라보는 사진도 거짓인가”라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당시 탄핵에 반대한 의원들은 설훈 의원처럼 삭발하며 아예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왜 탄핵에 반대하면서 (당시) 탄핵에 찬성하는 한나라당 의원들과 함께 했는지 국민과 당원들에게 솔직히 설명해야 한다”고 몰아붙였으며 급기야 이 지사까지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당시 사진을 보면 이 전 대표가 탄핵 강행을 위해 쿨리력을 행사한 것 같은데 반대표를 던졌다고 하니 납득이 좀 안 된다. 정치인의 최고 덕목은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직접 이 전 대표를 겨냥한 공세에 뛰어들었다.

그러자 같은 날 이 전 대표 캠프 측 수석대변인인 오영훈 의원이 논평을 통해 이 지사 측을 겨냥 “자의적으로 해석한 글과 사진 등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현혹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흑색선전과 무차별적 비방을 멈추고 탄핵소추안에 반대표를 던진 팩트, 본질만 바라보라”고 응수했으며 노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당시 삭발하며 표결에 불참했다는 이 전 대표 캠프 선대위원장인 설 의원까지 페이스북을 통해 “고인이 되신 노 대통령님까지 끌어들여 사실을 왜곡하며 이 대표를 공격하는 건 비열한 행동”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런 가운데 불똥은 여권 선두 경쟁 중인 두 후보 외에 여당 내 다른 후보들 간 공방으로도 번지는 모양새인데,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자신은) 탄핵을 막고자 의장석을 지켰고 우리 의원들이 다들 본회의장에 들어가 탄핵을 저지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는데 그 당시에 이낙연 예비후보는 다른 정당에 있었다”며 “그 정당 내부 사정을 저희들은 자세히 모른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분이 아마 같이 그쪽에 계셨던 추미애 예비후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당시 노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추 전 장관과 싸잡아 이 전 대표까지 몰아붙이려는 의도로 비쳐지고 있는데, 여기에 연일 추 전 장관을 공격해온 당내 경쟁주자인 김두관 의원까지 같은 날 KBS라디오에 나와 “추 후보는 노무현 탄핵, 윤석열 산파, 김경수 사퇴 등 3번의 자살골을 터뜨린 자살골 해트트릭 선수”라며 노 전 대통령 탄핵까지 들어 추 전 장관을 맹폭해 이제 여당 대선판은 당 지도부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과열 수준을 넘어 진흙탕 싸움이 되어가고 있다.

이처럼 전직 대통령 탄핵 문제가 정치권 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기 때문인지 야권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의식한 듯 야권 선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0일 대구 방문 당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존경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답했을 뿐 아니라 박 전 대통령을 수사한 데 대해서도 “마음속으로 송구한 부분도 없지 않다”고 고개를 숙였다.

실제로 윤 전 총장의 대구 방문 당시 박 전 대통령을 수사했다는 책임을 물으며 그를 성토한 지역주민들도 일부 있었는데, 반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표현이라 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이해가 간다”면서도 “저는 탄핵에 대해 ‘그 강을 건너자’하고 치고 나가서 강을 건넜다고 생각했는데 (윤 전 총장은) 다시 그 강으로 들어가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님아 그 강에 빠지지 마오’라고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다”고 윤 전 총장에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정작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동참했던 유승민 전 의원조차 지난 2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안타까움이 늘 있다”고 입장을 내놓은 뒤 도리어 “국회에서 탄핵한 것까지는 내 역할이 맞지만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다음에는 검찰과 법원이 한 것이다. 윤 전 총장은 박 전 대통령 구속·기소·구형까지의 주체였다”고 경쟁후보를 향한 공세에 나섰는데, 이 같은 주장에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22일 자신의 SNS에서 “겁은 나는지 유승민은 탄핵은 자기가 했는데 감옥 보낸 건 윤석이라고 한다. 배신자, 역적들”이라고 두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이렇듯 여야 모두 각 진영 내 ‘고정 표심’을 얻고자 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해묵은 과거사까지 다시 끄집어내며 네거티브 공방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같은 진영 내 후보끼리의 이 같은 난타전이 이 상황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비쳐질 것이며 과연 어떤 평가를 받게 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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