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생명 소송 남발로(?) 눈총 받는 사연

동부생명보험(주)가 소비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자사 보험소비자를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는 이유에서다.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와 원만한 합의를 시도하기보다는 소송을 통해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게 주장의 핵심 골자다. ‘소송을 하나의 사업꺼리로 보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까지 나온다. 동부생명은 이에 대해 “소비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고 이익을 남긴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왜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일까. <시사신문>이 사연을 따라가 봤다.


보소협 “동부생명 소송 통해 이익 챙기기 급급해”
동부생명 “소비자 상대 소송 이익 남기지 않는다”


동부생명 소비자 등에 따르면 일단 동부생명을 둘러싼 곱지 않은 시선의 핵심은 이렇다. 다른 보험사들이 민원인의 이의제기에 낸 보험료 정도를 돌려주고 있는 건도 금융감독원 등의 합의절차를 생략한 채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과 부실설명 등에 의한 불완전부실계약임에도 민원 수용을 거부한 채 소비자를 법정에 세우고 있다는 것 등이다.

부실계약 주장하면 소송?

이런 맥락에서 결과적으로 소송으로 갈 경우 소비자들은 적지 않은 법률비용이 부담일 수밖에 없고, 거대 보험사인 동부생명과 맞서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2중, 3중의 고초를 겪을 수도 있다는 풀이가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동부생명이 소송에 승소할 경우 소송비용을 소비자가 지불하도록 소장에 명시하고 있어 이래저래 속앓이를 해야 하는 쪽은 소비자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는 시민단체 주장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 동부생명보험(주)는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와 원만한 합의를 시도하기보다 소송을 통해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동부생명이 자사 보험소비자인 A(32)씨 등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소장을 보면 “소송비용은 피고(A씨 등)의 부담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보험소비자협회 관계자는 “보험사가 개인을 상대로 먼저 소송을 건다는 것 자체를 외국에선 찾아 볼 수 없는 후진적 행태”라면서 “잘못된 설명으로 ‘제대로 알았다면 계약하지 않았을 보험계약’조차 소비자에게 역으로 소송을 걸어 대항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험소비자협회에 따르면 2년 전 동부생명 무배당 유니버셜연금보험에 가입한 A씨의 경우, 설계사로부터 최초 50만원의 보험금을 2년간 의무납입하고 그 후 7년간은 금액을 자유롭게 줄여서 납입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가입했다.
이후 A씨는 2년 의무납입 기간이 끝나고 동부생명에 금액을 낮출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동부생명으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줄이는 만큼 보험은 해지가 되고, 해약환급금이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해약환급금을 받아도 자신이 2년간 낸 원금에도 턱없이 모자란 금액인데다, 7년간 계속 납입해야 한다면 애초 보험에 들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에 A씨는 ‘해지’를 주장하고 납입한 보험료 전액 환급을 요구했다.
동부생명은 이에 대해 A씨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해약환급금 이외에 지급할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약관 제20조에 의거 “보험계약을 해지할 경우 회사는 해약환급금을 계약자에 지급한다”라는 규정을 이유로 들었다.
A씨는 “담당 설계사와 당시 같이 일했던 팀장마저도 ‘본인들이 상품에 대해 잘못 설명했다’며 미안함을 표시했다”면서 “하지만 동부생명은 전화한통 없이 소장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역시 저축의 목적으로 무배당 유니버셜연금보험에 가입한 B씨도 비슷한 상황이다. B씨는 월 80만원 납입보험료를 18개월 동안 납입하던 중 설계사의 설명과 다른 중대한 결함, 즉 보험료에 대한 ‘이자’가 더해지는 것보다 ‘보험회사의 사업비’가 더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자신이 낸 보험료 총액과 약관대출이율에 의한 이자를 가산해 반환하라고 동부생명에 요청했다.
동부생명은 이에 대해 B씨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B씨는 “보험설계사로부터 상세 내용을 듣지 못했다”면서 “이를 사과하고 원상회복 시켜줘도 부족할 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개인 재산을 부당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동부생명은 이 같은 소송에 대해 소비자의 이의가 있으면 먼저 합의를 시도하지만, 양측의 주장이 너무 다를 경우 법의 판단을 빌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동부생명 관계자는 “소비자의 부당한 요구를 모두 수용하게 되면 다른 소비자들에게 선의의 피해가 생길 수 있다”면서 “설계사 등이 모든 설명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주장하니 회사로서는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소장에 소비자가 소송비용을 부담한다고 되어 있지만, 이는 소장의 양식일 뿐이지 지금까지 소송비용을 소비자에게 받은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특히 “소비자와 소송하는 것도 몇 건 되지 않고, 더구나 소비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고 이익을 남긴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일축했다.

비슷한 규모 중 ‘소송 최다’

그렇다면 소비자를 상대로 한 동부생명의 최근 소송 건수 얼마나 될까.
금융감독원 ‘보험회사 소송현황’에 따르면 단적으로 2006년 4월1일부터 2006년 9월30일까지 기간 중 동부생명의 소송건수는 총 69건이다. 이 가운데 무려 80%에 해당하는 61건이 당사원고, 즉 동부생명이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산규모 1조원이상 3조원 미만의 비슷한 규모 보험사 중 소송 건수나 당사원고 비율이 가장 높은 결과다. 일례로 LIG생명은 전체 13건 중 7건, 녹십자생명은 25건 중 10건 등이 당사원고로 되어 있다.
동부생명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계약이 많이 늘다보니 소비자와 소송 발생도 예전에 비해 늘고 있는 것”이라면서 “최대한 계약자 중심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지만 서로 주장이 다를 때는 법의 판단을 빌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보험소비자협회 김미숙 회장은 “최근 동부생명이 소송을 남발하며 하나의 ‘사업꺼리’로 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위법한 영업행위에 대해 반성하기보다는 이를 방임하고 보험계약자를 법정에 끌어들여 동부생명에게만 이익이 되는 쪽으로 민원을 해결하려는 횡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소비자를 상대로 한 보험사의 소송에 대해 금융당국도 심각한 문제인식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9월13일 보험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불필요한 소송을 자제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 달라”면서 “단기적 이익보다는 장기적 안목에서 고객 이익을 우선시하는 영업자세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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