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대표의 '통일부 폐지' 주장에 대하여

 

​임헌조 칼럼리스트​
​임헌조 칼럼리스트​

최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통일부 폐지론’을 주장하여 말들이 많다. 특히, 여당에서 강한 비판의 화살을 날리고 있다. 심지어 ‘반통일 세력’이라는 딱지를 붙이며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통일부와 함께 ‘여성가족부(여가부) 폐지’도 함께 주장했는데, 이와 관련 주의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먼저, 통일부 폐지는 소위 진보 진영에서 강하게 주장하던 얘기다. 89년 독일통일 이후 전 세계적으로 동서냉전이 해체되고 자유주의 진영의 승리로 끝나면서, 북한은 더는 통일을 앞세우는 전략을 펴지 않고 있다. 통일은 직접적으로 ‘흡수통일’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이때 통일부(당시 통일원)가 만들어진다. 60년대 말, 남한보다 북한이 더 우세했을 때 만들었던 ‘국토통일원’이 적극적인 모습으로 바뀐 것이다.

통일원은 98년 부처개혁을 통해 통일부가 되어 오늘에 이른다. 북한은 지속해서 통일부의 활동에 반대하고 비타협적으로 나왔다. 통일부가 오히려 남북관계의 장애물로 인식되곤 했다. 좌파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통일부의 이름에 부정적인 비판을 쏟아놓는 원인이 되었다.

지금도,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통일을 위해서는 통일부의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소위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많은 전문가와 시민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서독이 외국의 눈길을 의식하여 ‘통일부’ 대신 ‘내독(內獨)협력부’란 용어를 사용한 것도 같은 지점이다.

동·서독이 통일 후 또다시 제국주의적 만행을 벌일까 신경을 곤두세우는 해외의 눈길을 의식한 것처럼, 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해 반사적으로 (흡수)통일에 대해 신경증을 앓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구호를 보면 알 수 있다. ‘평화’ ‘번영’ ‘통일’의 순서다. 당장 통일을 앞세우는 것은, 남한에 흡수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인도적 지원마저도 통일부가 앞장서면, 문을 닫아거는 이유이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관점에서 이준석 대표의 주장이 나온 것이다. 생뚱맞은 주장이 아니란 말이다. 다만, 국민 공감대를 쌓으면서 정책발표 등의 형식을 갖추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폄훼되고 반통일분자로 낙인찍는 정치공세의 먹잇감은 아닌데 말이다. 여기에는 ‘논객 이준석’과 ‘당대표 이준석’ 사이의 역할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비판이 의미 있게 파고들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 정부 들어 세 명의 통일부 장관이 임명되었다. 조명철, 김연철 그리고 이인영 장관이다. 모두 하나같이 전대의 장관을 비판하며 ‘그것밖에 못 하나!’는 호언장담 하에 들어섰지만, 누구도 제구실을 해내지 못했다. 한편, 여당이 재집권할 경우, 개명(改名)을 포함하여 통일부를 재조직할 것이란 정보도 들린다.

남남갈등을 효과적으로 해소하면서, 남북관계를 진전시켜야 헌법적 가치인 평화통일도 가능하다. 중요한 ‘평화통일의 이슈’를 정쟁의 소재로 일삼는 정치인들이야말로 ‘반통일분자’요, 반통일세력‘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이 뒤에서 이준석을 겨냥하여 화살을 쐈다. '이준석에 반대하여 자신도 통일부의 존치에 동의한다고!' 여당의 정치공세에 힘을 실어 준 것이다. 누구 편인지 의아스럽다. 민주당이 아주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공부하지 않는 국회의원은 피아를 구분하지 못하고, 전선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해 결국 이용만 당할 것이라는 점을 재삼 깨닫는 순간이다.

여가부가, 여성과 가족을 위한 부처이기보다, 여성과 남성을 갈라치고 전통적인 가족의 문화를 해치는 곳으로 비판받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문제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이준석 대표의 문제의식만큼은 긍정적이라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어떻게 실현해 나갈 것인지 여야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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