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집회 이후 코로나19 재확산 기류…文 “불법집회, 법적 조치 취하지 않을 수 없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좌)과 문재인 대통령(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좌)과 문재인 대통령(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수도권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 가운데 민주노총은 지난 3일 8000명 넘는 대규모 집회인 전국노동자대회를 강행했는데, 야권의 비판에도 입을 닫고 있던 청와대가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뒤에야 불법 집회를 경고하는 입장을 내놔 임기 말로 접어들면서 정권에 부담을 주는 데 대해선 선 긋기를 시작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사실상 민노총을 겨냥 “불법적인 대규모 집회 등 방역지침을 위반하는 집단행위에 대해 단호한 법적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적 입장을 내놨는데, 지난해 9월 22일 보수단체의 개천절 집회 예고에 대해선 국무회의에서 “공동체의 안녕을 위태롭게 하고 이웃의 삶을 무너뜨리는 반사회적 범죄”라고까지 강경하게 경고했던 반면 민노총 집회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미온적 자세를 취했던 문 대통령이 이 같은 발언을 내놓은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다만 이 같은 발언이 실제로 선을 그은 것인지는 아직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는데, 보수단체엔 집회 예고 때부터 엄중 경고하고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나서서 “살인자”라고 비난하던 모습과 달리 민노총 집회에 대해선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 중 단지 한 마디에 그친 데다 이 역시 민노총이라고 지칭하지도 않았고 이미 집회가 끝난지 며칠 지나 내놓은 발언이란 점에서 그 수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 보수단체의 문 정부 비판 집회에 대해선 사람이 모이는 집회조차 불허하며 차량을 통한 집회마저 엄격하게 제한한 것은 물론 펜스부터 차벽에 이르기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적극 대응한 반면 이번 민노총 집회는 김부겸 국무총리의 호소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자제 요청도 묵살된 채 강행됐음에도 문 대통령이 사전 경고는커녕 뒷북 격으로 반응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야권에서 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문 정권 탄생과 동시에 동업자를 넘어서 상전 노릇을 하는 민노총이 정권 말기에 다시 한 번 세 과시를 하면서 아직 완불처리되지 않은 계산서, 영수증을 문 정권에 들이밀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정부는 소란스럽게 ‘잡겠다’, ‘채증하겠다’ 부산만 떨지 말고 주동자를 찾아 문 정권답게 엄벌에 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하고,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민노총 집회엔 반응이 없고 민주당은 하나마나한 집회 철회 요청 언급이 전부”라고 압박하고 나서야 문 대통령이 한 마디 입장을 내놨다는 격에서 마지못한 선 긋기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은 실정이다.

더구나 이번 집회 이전까지 이미 지난달 16일 민노총 산하인 전국택배노조가 4000여명 규모의 여의도공원 집회를 결행한 데 이어 지난달 24일엔 경찰이 금지 통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구에서 3500여명 규모의 민노총 집회가 강행되는 등 수천명 규모의 집회를 연이어 결행했음에도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한 고강도 대응은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난 3일 민노총 집회에 대해서도 결국 당정청 모두 사후약방문 격으로 여론에 ‘보여주기식’ 엄포만 내놓은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그래선지 국민의힘 대선후보 중 한 명인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지난 토요일 민주노총이 서울 한복판에서 1만명 집회를 강행했고 사흘 뒤인 오늘 오후 6시에 확진자가 6개월 만에 1000명을 넘었다. 지난해 여름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살인자라고 했던 청와대는 이틀간 아무 말 없다가 민주노총이란 주어는 뺀 채 ‘단호한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는 대통령의 한마디가 나왔다”며 “이 와중에 현대중공업은 파업 중이고 현대차도 파업이 임박했다고 한다. 민노총 집회 참가자들에게 대통령과 청와대가 얼마나 엄격한 책임을 묻는지, 얼마나 단호한 법적 조치를 취하는지 똑똑히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7일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지난해 3차 대유행 당시 일일 최다 환자 발생 기록인 1240명에 이어 역대 2번째로 많은 1212명으로 집계됐는데, 당초 지난달 20일만 해도 이달 1일부터 수도권 6인 모임이 가능토록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던 김부겸 총리도 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코로나19 대응 회의에서 기존 거리두기를 1주인 더 연장하고 2~3일 내로 안 잡히면 가장 강력한 단계를 검토하겠다고 밝힐 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어 민노총 집회에 문 대통령 발언대로 과연 강도 높은 처벌이 이뤄질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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