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윤석열만 노린 李, 역사 논란 일으킨 뒤 尹 입장문에만 응수

이재명 경기도지사(좌)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재명 경기도지사(좌)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이른바 ‘미 점령군’이란 주장을 펼친 이후 이에 대한 대선후보들의 역사 논쟁이 격화되면서 정치권 전체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이 지사는 앞서 지난 1일 경북 안동시 이육사문화관에서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의 정부 수립 단계와 달라 친일 청산을 못하고 친일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지 않은가.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하지 못해서 이육사 시인 같은 경우도 독립운동하다가 옥사하셨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이육사 시인이 옥사하신 시기는 해방 이전인 1944년이었다는 점에서 그 이후에 있을 대한민국의 출발과는 실상 관계가 없는 비유임에도 이처럼 주장하며 역사 논쟁을 촉발시켰다.

그러다보니 여야 대선후보들은 이 지사에 한 목소리로 날선 비판을 쏟아냈는데, 먼저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지난 2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의 출발을 부정하는 이 지사의 역사인식이 참으로 충격적이다. 독립운동한 이승만 대통령이 친일세력이 되고 국군과 함께 피 흘려 대한민국 지킨 미국이 점령군이라면 그동안 대한민국은 미국과 일본의 지배를 당해온 나라였단 말인가”라며 “‘미군은 점령군이고 소련군은 해방군’이라고 고등학생들에게 강의한 광복회장이나 이 지사나 똑같은 사람들이다. 이 지사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점령군 주한미군을 몰아낼 건지 답을 듣고 싶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유 전 의원은 4일에도 “중국이 사드보복을 하고 KADIZ를 침범하고 ‘3不’을 강요하고 우리를 조선시대의 조공국처럼 오만하게 대할 때, 이 지사는 중국에 대해 말 한마디 한 적 있는가. 이런 역사관‧국가관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미국과 일본을 배척하고 중국, 북한과 손잡고 국가안보를 지키겠다고 하지 않겠는가”라며 “또 친미‧반미, 친일‧반일의 편가르기로 소중한 5년을 허송세월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반미·반일 몰이로 표 얻으려는 계산에서 그런 말을 한 거라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 지사에 경고했다.

또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도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지사를 겨냥 “형수에 대한 욕설을 넘어 이제는 대한민국 정통성에 문제 제기하는 막말을 하고 있다. 그의 선대위원장으로는 역사인식을 함께 하는 김원웅 광복회장이 제격”이라며 “그가 만의 하나 대통령이라도 된다면 국무총리실은 김원웅 총리 맞을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이런 사람이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라니 이게 정상적인 나라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여기에 원희룡 제주지사도 2일 페이스북에서 “미국이 점령군? 점령군이 아닌 해방군 소련과 손잡고 친일 청산을 자랑하는 북한의 선택이 옳다는 말인가. 이 지사가 말한 ‘새로운 대한민국, 이재명은 합니다’가 설마 러시아·중국·북한과 손잡는 나라를 말하는 건가”라고 꼬집었는데, 심지어 여당 대선후보인 정세균 전 총리마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후보의 기본 생각이 궁금해진다. 민주당 대통령들은 단 한 번도 이런 식의 불안한 발언은 하지 않았다”고 이 지사를 비판했다.


그러자 3일 이 지사가 아니라 이 지사 캠프 대변인단이 이 지사의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해명에 나섰는데, “마타도어식 공세가 이어지고 있어 역사적 사실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해당 발언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 미 군정기의 해방공간에서 발생했던 일을 말한 것”이라며 “미군 스스로도 점령군이라 표현했으며 미군은 한반도를 일본의 피해 국가가 아니라 일본의 일부로 취급했다. 역사적 몰이해 때문에 주한미군을 몰아낼 것이냐는 마타도어마저 나오는데 주한미군은 정통성 있는 합법정부인 이승만 정부와 미국이 1953년 10월 1일 조인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주둔해오고 있는 군대”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 측은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친일 잔재가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현실을 지적하고 이육사 시인에 대한 경의를 표한 것에 대해 의도적으로 왜곡된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마타도어성 공세를 하는 분이 속한 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과거 친일재산환수법안에 대해 전원 반대했던 사실이 있는데 도둑이 제발 저리다는 속담이 떠오른다”고 반격에 나섰다.

이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점령군 주장을 강변하기 위해 이번엔 미 군정의 미군과 오늘날 주한미군은 다르다는 엽기적인 사실 날조를 벌이고 있다. 이승만 정부를 끼워 넣어 그 뒤는 합법 주한미군이고 그 전인 불법 점령군이란 주장을 하는 건데 헛소리에 가까운 궤변”이라며 “이런 주장하는 세력이 대한민국에 딱 하나 있는데 지금은 해산된 통합진보당 세력이 그렇다. 이 지사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고 즉각 사퇴를 요구한다”고 맞받아쳤다.

한 발 더 나아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 4일 올린 ‘셀프 역사 왜곡,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6.25 전쟁 당시 희생된 수만명의 미군과 UN군은 점령지를 지키기 위해 불의한 전쟁에 동원된 사람들이냐? 죽고 다친 수많은 국군장병과 일반 국민들은 친일파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싸웠냐”라며 “이 지사 등의 언행은 우리 스스로의 미래를 갉아먹는 일이다. 이에 대해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어떤 입장표명도 없다는 게 더 큰 충격”이라고 이 지사와 문재인 대통령을 싸잡아 직격했다.

이에 그동안 직접 나서지 않은 채 대변인단으로 대응했던 바와 달리 이 지사가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 전 총장이 처음으로 저를 직접 지적했으니 답을 드리는 게 예의겠다. 윤 전 총장께서 숭상하실 이승만 대통령, 제가 존경하는 김대중 대통령께서도 점령군이란 표현을 공식적으로 하셨을 뿐 아니라 일보의 점령군임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며 “해방 직후 미군과 한국전후 미군을 동일시한 것은 명백한 오류이고 제가 소련군을 해방군이라 말했다는 것은 거짓이다. 윤 전 총장의 저에 대한 첫 정치발언이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제 발언을 왜곡조작한 구태색깔 공세라니 참 안타깝다”고 ‘색깔론’이란 논리로 응수했다.

윤 전 총장에게만 직접 나서서 답변하는 이 지사의 반응에 비추어 이번 논란은 사실상 윤 전 총장을 겨냥해 일으킨 것으로 풀이되고 있는데, 그의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듯 “정부수립 후 부정불의와 친일매국 요소가 뒤늦게나마 많이 청산됐지만 그 일부가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 독버섯처럼 남아 사회통합을 방해하고 자주독립국가의 면모를 훼손하는 게 현실이고 총장이 입당할 국민의힘 역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는데, 그래선지 5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지사를 향해 “국민 분열을 통해 정치적 이득을 보고자 하는 매우 얄팍한 술수”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급기야 민주당 대선후보 중 한 명인 이낙연 전 대표도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치는 말이 미칠 파장까지도 생각해보는 게 좋다”며 “지도자는 자기 말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생각하는 게 필요하고 당에 많은 의원들이 (이 지사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이 지사를 압박했는데, 여당 후보들까지 이러다 보니 당초 역사 논란으로 윤 전 총장을 몰아붙이려던 이 지사가 도리어 자충수를 둔 모양새가 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