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이재명 발언, 지역주의 망령 부활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

이재명 경기도지사(좌)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재명 경기도지사(좌)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각각 여야 대선후보군 중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역주의에 기대는 듯한 발언을 내놔 논란이 일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앞서 정치 참여 선언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국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충남 지역 언론사와 인사할 때 “조상이 500년 넘게 사셨으니 저의 피는 충남이라 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발언해 그간 ‘충청대망론’을 고대해온 충청 표심을 끌어들이려는 모습을 보였고 자신의 외가가 있는 강원도 지역 언론사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5월 말에 (강원도) 갔는데 또 가야죠. 자주 가야 되지 않겠나”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 같은 행보에 민주당 대선후보 중 한 명인 양승조 충남지사는 같은 날 충남도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윤 전 총장을 겨냥 “충청에서 태어나지도 않고 충청인과 함께 호흡하거나 지역 관심사를 위해 헌신도 없었던 사람이 충청대망론을 즐기듯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앞으로 충청권의 ‘충’ 자도 꺼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뿐 아니라 범여권 1위인 이 지사도 지난 1일 공식 출마선언 직후 자신의 고향인 경북 안동으로 내려가 경북유교문화회관 간담회에서 “제가 정치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마음의 뿌리가 어디인가 언제나 생각해봤는데 결국 선비정신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영남은 사림의 본고장이고 구한말에 가장 충절지사가 많이 나왔고 독립운동을 가장 왕성하게 많이 했던 곳이 대구·경북”이라며 “거기에 속해 있던 사람이란 점에서 자부심을 갖는다. 안동이 낳은 자식이니까 많이 도와 달라”고 지역 인사들에게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이재명이 안동을 빛냈다, 경북을 빛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앞으로도 제 인생에서 안동 출신이란 점을 잊지 않고 경북이 제 DNA에 남겨준 기개를 잃지 않고 원칙과 정도를 철저히 지켜가면서 오직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역설했으며 유림회관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과거 군사정권들이 영남과 호남을 분할해서 지배전략으로 차별했는데 이젠 세상도 바뀌었고 정치구조도 바뀌어 영남지역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 억울한 지역 없도록 공평을 기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대구·경북 지역 국민들께서 생각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음 날인 2일엔 반대로 호남지역을 찾아가 목포에 있는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에서 “김 전 대통령의 체온과 정신을 느끼기 위해 김대중 기념관에 방문했다”고 호남 표심에 러브콜을 보낸 데 이어 전남도청도 방문해 “호남은 나라가 어려울 때 나라를 구하기 위해 맨 앞에 선 분들이 많았던 지역으로, 개혁과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민주당의 핵심”이라며 “개인적 인생사로 보면 경북 안동 출신 공장 노동자로 생활하면서 이 나라 민주주의의 혜택을 받고 살았다. 대학 가서 잘 먹고 잘 사고자 영달을 꿈꾸던 청년이었는데 5·18 실상을 알고 삶이 통째로 바뀌었다. (5·18은) 사회적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 어머니 같은 존재”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이 지사가 영·호남을 오가며 지역 표심에 호소하자 호남이 지지기반인 같은 당 대선주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이 지사가 고향 안동을 찾아 ‘영남이 역차별 받는 상황 됐다’고 말했단 소식을 들었다. 이 발언이 망국적인 지역주의 망령의 부활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지역주의 타파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이 평생에 걸쳐 매달려온 과제였고 민주당의 정체성이 됐다. 영남이 역차별 받는다면 혜택은 어느 지역이 받았다는 것이며 근거는 무엇인지 이 지사가 설명해야 한다”고 견제구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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