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란 즐긴 음란교수…철면피 따로 없네!

지성의 요람 대학가 性 범죄가 점입가경이다. 스승과 학생들 간 성범죄는 ‘고질병’이 돼버렸고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던 교수들은 성범죄 가해자로 번번이 거론될 정도다. 최근에 ‘중앙대 K교수 대학원 제자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면서 또 다시 대학가 성폭력 행태가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 사건에도 역시 피해자만 있을 뿐 가해자는 없다는 것이다. 학생은 당했다고 주장하는데 교수는 누명을 씌운다고 억울해 한다. 대학 당국 또한 팔짱만 낀 채 수수방관하고 있다. <시사신문>은 위험수위를 넘어선 스승들의 제자 성폭력 사례를 들여다봤다.
▲ 사진은 특정 기사와 관련이 없음.

사건 은폐·솜방망이 처벌 대학가 성폭력 불감증 만연
시간 끌기·혐의 부인 ‘침묵의 카르텔’에 피해 악순환

대학가 성폭력 사건이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 1993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이다. 당시 사건으로 인해 교수와 제자 간 성희롱 여부 인정이 사회적 논쟁으로 불거지며 국내 최초로 성희롱 민사소송 사건으로 이어졌다.

결국 사건 9년 만에 가해 교수가 피해 조교에게 5백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로 성희롱이 불법행위로 인정되는 시초 역할을 했다. 하지만 교수의 명예와 학교 체면에 대한 대학사회 특유의 ‘온정’ 속에서 피해자는 보호받기는커녕 이중삼중의 고통과 불이익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솜방망이 처벌 서강대 K교수 사건

“내가 너를 여인으로 만들어 주겠다. 혹시 네가 외국에 나가 결혼하면 나는 네 집을 방문해 너와 남편 사이에서 잠을 자겠다. 너에게 키스하고 싶다…”

이는 서강대 K교수(남)가 회식자리에서 제자인 C씨(여)에게 내뱉은 말이다. 이 말은 지난 2002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며 ‘서강대 K교수 추행 사건’의 발단이 됐다.

사건은 지난 2001년 10월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K교수는 대학원생들과 가진 회식 자리에서 피해자인 C씨(당시 박사과정 3학기)를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노골적으로 성추행했다. 당황한 C씨는 이 같은 사실을 친구들에게 알렸고 학교 게시판에 글이 게재되면서 사건이 수면위로 올라왔다.

하지만 대학 측은 “문제가 커지면 아무에게도 이로울 게 없다”며 침묵을 강요했고 학생들의 반발에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심지어 C씨를 창녀와 정신병자로 몰고 가며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

이에 참다못한 C씨가 K교수를 검찰에 고소하자 교수들 중심으로 진상위원회가 열렸지만 사건은 6개월 동안 제자리걸음 이었다. 하지만 C씨는 굴하지 않고 계속 싸웠고 그 결과 얻은 것이 2002년 12월 ‘K교수 3개월 정직처분’이었다.

3개월 뒤 복직한 K교수는 C씨가 공부하는 공간으로 자신의 집기들을 옮기는 등 또 다시 C씨를 괴롭혔다. 결국 2차 가해로 인정돼 K교수는 2003년 8월 학교로부터 ‘해임’ 처분을 받았다. 이어 가해자는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형사소송에서 7백만원의 벌금으로 유죄판결을, 민사소송에서 2천2백28만원의 배상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대학의 해임 결정에 불복, 교육부징계재심의위원회에 재심의를 신청했고 결국 ‘해임’에서 ‘정직 3개월’로 징계를 낮춰 2004년 학교로 돌아왔다.

당시 서강대를 비롯해 여성단체들이 발 벗고 K교수의 사퇴에 적극 나섰지만 결국 무산됐고 피해자인 C씨는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실명이 공개돼 이중 고통까지 겪어야 했다. C씨는 최근에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몸과 마음이 괴로워서 아직도 가해 교수가 머무는 건물에는 들어가지 못한다”고 심적 고통을 밝힌 바 있다.

면죄부 논란 동국대 K교수 사건

서강대 K교수 사건과 맞물려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동국대 K교수 사건은 ‘기득권 카르텔’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 2000년 7월에 발생한 이 사건은 5년 동안 ‘진실공방’이 이어졌고 2003년 위자료 지급 판결이 났지만 다음해 K교수를 복직시킨 후 논란이 일자 대학 당국에서 ‘2년 휴직’의 면죄부를 줘 또 한 번 파장이 일어났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1998년 3월 동국대로 유학을 온 T씨(여)는 K교수(남)의 강의를 수강하고 이듬해 12월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2000년 7월 일본에 객원교수로 온 K교수와 반주를 곁들인 식사를 했다. 2차로 술을 한 잔 더하고 3차로 노래방을 갔는데 K교수가 강제로 입을 맞추고 몸을 더듬었다.

성적 수치심을 느낀 T씨는 K교수에게 사과를 요구했으나 책임을 회피하며 자신의 부인을 시켜 회유성의 전화를 해왔다. T씨는 다음 달 동국대 사회학과장과 학생회장 앞으로 이 같은 사실을 이메일로 보냈다. 당시 지식인의 성폭력 문제에 대한 체감지수가 높던 시기였기에 K교수의 직위해제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K교수를 위한 구제서명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일부 동국대 교수들의 참여로 시작된 서명운동은 K교수의 동문을 중심으로 한 학계 인사들 까지 동참했다. 이들이 K교수를 두둔하고 나선 이유는 “당사자가 사실을 부인하는 데도 그만한 일로 해임하면 교권의 기강이 흔들린다”는 것이었다.

결국 교원징계재심위원회는 지난 2001년 ‘정직 1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교육부의 복직판결을 뒤늦게 안 피해자는 K교수를 형사고소 했지만 검찰은 추가수사 없이 ‘증거불충분에 따른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 뒤부터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한 K교수는 피해자 T씨와 구제서명운동에 동참하지 않은 같은 과 교수 J씨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다. 결국 J교수가 무혐의 처분을 받자 K교수는 피해자에 대한 역고소를 취하했고 지난 2002년 피해자 T씨가 민사소송 낸 결과가 2003년에 위자료 500만원 지급으로 판결이 났다.

이 당시 피해자 T씨는 인터뷰에서 “교수를 믿고, 학교를 믿고, 교육부를 믿었던 것이 억울하다”며 “학교의 명예와 교수의 체면을 위해 학교 안에서 조용히 해결되길 바랐던 것이 어리석었고, 교수가 그 당시 사과만 했어도 사건이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피해자…"교수를, 학교를, 교육부를 믿는 것이 억울"
이중삼중 피해자가 고충 겪은 조사행태는 지양돼야


중앙대·외대 현재 사건 진행 중

최근에 ‘뜨거운 감자’로 불거진 대학가 성폭력 사건의 중심에 중앙대와 한국외국어대학교가 있다. 현재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중앙대 학생들은 사건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으며 가해 의혹 교수의 사퇴를 요구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9월30일 중앙대 대자보와 학보에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지난 7월 K교수(남)가 대학원생 A씨(여)와 함께 안성캠퍼스 인근에서 저녁식사를 한 뒤 숙소로 유인해 성폭행을 했다. 그 뒤 K교수는 A씨에게 박사 학위와 장학금을 미끼로 성폭행 사실을 함구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대학 측이 성윤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진상조사를 벌이는 동안 해당 교수가 무죄를 주장해 A씨는 지난 8월 경찰에 고소했다. 이에 진상조사위원회와 성윤리위원회를 소집했던 학교 당국은 피해자의 형사 고소에 잠정적으로 대응을 중단한 상태다.

더욱이 양측의 주장이 크게 엇갈려 경찰의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K교수가 예정된 일반대학원 2학기 강의를 시작하자 학생들은 크게 반발하며 수강신청을 하지 않아 강의가 폐강됐다. 또한 K교수가 대자보 등을 붙인 학생회 측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해 사건은 겉잡을 수 없이 커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사건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중앙대 측의 태도에 학생들은 분개하고 있다. 대학 관계자는 “사법적 결정이 곧 학교의 입장”이라고 밝혀 검찰의 수사에 모든 것을 맡기겠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비상대책위원회 한 관계자는 “학교 당국의 미온적 태도에 학내 여론이 더 집중되고 있다”며 “현재 방송국과 보도를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이미경 소장은 “지난 9월27일 공개질의서를 중앙대 측에 보냈고 10월12일까지 답변을 기다린 후 사건을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한국외국어대는 징계절차 진행 전 단계에서 해당교수를 직위해제했고 이번 학기부터 강의를 할 수 없도록 조치해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중앙대학 측과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일어난 제자 성추행 사건에 대학 당국은 7월 말 징계위원회에 가해 의혹 교수를 회부했다. 그러나 이 교수가 징계위원회 위원 2명에 대해 기피신청을 하면서 징계절차가 잠시 중단됐고 피해 학생은 경찰에 고소했다.

대학 홍보실 관계자는 “새로운 징계 위원 2명을 위임해 현재 징계위원회가 재구성돼 사건 조사 중”이며 “사건 추이를 재단에 보고하고 통보를 받아야 하는 조사 과정상 사건해결에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최대한 피해 학생의 입장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st52@sisa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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