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재보선 참패에도 文 “지지자들과 함께 하는 게 중요”…내로남불·위선엔 “프레임”으로 인식

문재인 대통령(우)과 문 대통령 국정수행평가 조사 결과 ⓒ청와대(좌,위), 한국갤럽(좌,아래)
문재인 대통령(우)과 문 대통령 국정수행평가 조사 결과 ⓒ청와대(좌,위), 한국갤럽(좌,아래)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여당의 4·7재보궐선거 참패에도 불구하고 재보선 패배를 계기로 마련된 초선 의원들과의 청와대 간담회에서조차 재보선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인식을 보여줘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의 춘추관 브리핑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내부적으로 단합하고 외연을 확장할 때 지지가 만들어진다. 그 지지자들과 함께 참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문 대통령 주장대로 내부 결속과 지지층을 우선하는 게 더 중요하다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의 입시비리 문제나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에 대해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사실 사과할 이유가 없게 된다.

송 대표는 재보선 참패 이후 민심을 경청한 뒤 이 같은 행보에 나서게 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바로 다음 날 이 같은 발언을 내놨다는 점에서 현 상황에 대한 당청 간 인식차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는데, 당장 1년도 남지 않은 대선을 이겨야 하는 여당 대표로선 외연 확장을 위해 사과도 불사하려 하지만 임기 말을 앞둔 문 대통령으로선 일단 정권 재창출 여부보다는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 사례처럼 자신의 당에서 냉대 받고 팽될 것을 우선 우려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이 당 내부 단합 뿐 아니라 ‘지지자들’을 강조한 부분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큰데, 그간 강성 친문의 과도한 행태가 외연 확장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없지 않았고 문 대통령도 지난달 10일 취임4주년 기자회견에서 열성 지지층을 향해 “거칠고 무례하게 하면 오히려 지지를 갉아먹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며 “누군가를 지지하기 위해 문자를 보낸다고 하면 예의와 설득력을 갖출 때 지지를 넓힐 수 있는 것”이라고 자제를 촉구한 바 있기에 강성 지지층의 행태가 문 대통령도 통제가 어려운 단독행동으로 볼 수도 있었지만 이날 지지자들에 힘을 실어주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사실상 그간 묵시적 동조해온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당장 조 전 장관 문제를 사과한 송 대표를 향해 강성 지지층이 “사퇴하라”는 목소리는 물론 한층 거친 언사들을 당원 게시판에 쏟아낸 상황임에도 자신의 지지층에 자제를 주문하기보다는 오히려 여당 의원들에게 이 같은 당부를 한데다 심지어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성과 낸 부분도 많은데 내로남불, 위선, 오만 프레임에 갇혀 잘 보이지 않는다. 부정적 프레임이 성과를 덮어버리는 문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하는 등 내로남불과 위선, 오만으로 보는 민심의 시선을 단지 정략적 ‘프레임’으로 인식했다는 점은 강성 지지층의 행보를 “양념”이라며 두둔하던 4년 전으로 돌아갔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당내 친문 의원들은 이미 문 대통령과 같은 목소리를 내놓고 있는 실정인데, 김용민 최고위원은 지난 3일 YTN라디오에 나와 “왜 그 시점에 사과성 발언을 했느냐는 문제제기가 있다. 제3자인 당이 조 전 장관에 대해 사과한다는 것은 잘 맞지 않는 부분”이라고 주장했고 전재수 민주당 의원도 KBS라디오에 출연해 “왜 사과하느냐는 당원 글이 상당히 있었는데 이는 우리 지지자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라며 “당 지도부가 지지자들과 여러 채널을 통해 좀 더 활발히 소통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고 지지층을 우선하라는 문 대통령과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또 문 대통령이 여당의 정권 재창출을 돕기 위해 먼저 조 전 장관과 선을 긋는 발언을 내놓는 등의 방법으로 송 대표가 질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보다 조 전 장관을 적극 두둔하고 있는 친문 지지층을 비호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은 문 대통령의 내부 결속 바람과는 달리 오히려 내년 대선 전까지 당청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 같은 말을 꺼낸 데에는 문 대통령 스스로 국정지지율을 회복했다는 자신감의 발로로 비쳐지는데, 한국갤럽이 지난 1~3일 전국 유권자 1003명에게 실시한 문 대통령 국정수행평가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긍정평가는 전주 대비 1%P 오른 38%로 3주째 상승세를 탄 것으로 나왔으며 부정평가 이유에서도 ‘부동산 정책’이 30%로 우선 꼽혔을 뿐 ‘불공정’이나 ‘내로남불’은 5%에 그쳤다는 점에서 입시비리 등으로 불공정 논란을 촉발시킨 조 전 장관 사태 관련해 “프레임”이란 판단을 내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해선 인정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는데 그래선지 과거 조 전 장관 사태 관련해 사과 입장을 내놨다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초선 5적’으로 찍혔던 의원들조차 지난 3일 오후 국회에서 개최한 ‘더 나은 저널리즘을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조 장관 얘기를 (간담회에서) 꺼내지 않았다고 해서 침묵했다든지, 쓴 소리하지 않았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내놨으며 이들 중 장철민 의원은 4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아예 “조 전 장관 얘기를 더하는 게 의미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문 대통령이 ‘내로남불과 위선이란 프레임에 갇히지 말아야 한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두 달 넘게 뭔가 계속 반성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런 것들에서 좀 벗어나 우리가 잘하고 있는 일들, 더 잘해야 하는 일들에 집중했으면 좋겠단 취지”라고 설명했는데, 간담회에서 더민초 운영위원장으로서 초선의원들을 대표한 고영인 의원도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조 전 장관 문제와 관련 “송 대표가 모든 내용 총화해 발표하지 않았나. 매듭이 필요하고 미래를 향해 정책대안 쪽으로 가야 된다”고 밝혀 초선의원들마저 문 대통령처럼 재보선 이후 나온 ‘자성론’과는 이제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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