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연기론 불거졌던 5월초 봉하마을 찾아 “참석 못할 수도” 내비친 李, 盧추도식 끝내 불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를 맞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재명 페이스북(우), 시사포커스DB(좌)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를 맞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재명 페이스북(우), 시사포커스DB(좌)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를 맞아 SNS에 ‘사람 노무현을 기억한다’는 제목의 글은 올리면서도 정작 다른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과 달리 봉하마을에서 열린 추도식엔 나타나지 않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되어서도 ‘바보 노무현’이란 별명이 제일 마음에 든다며 그렇게 불리기를 바라셨던 분, 따뜻하다 못해 뜨거웠던 대통령님의 모습, 그 누구보다 인간적이었던 사람 노무현의 모습을 우리 모두 기억한다”며 “12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당신의 부재, 그러나 이를 통해 당신의 존재를 깨닫는다. 당신께서 떠나신 후 새로 태어난 수많은 노무현들 중 하나로서 우리 모두 과거이자 미래인 당신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온 힘 다해 노력하겠다”고 고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글을 올렸다.

다만 그는 같은 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12주기 추도식에 송영길 민주당 대표 등 여당 지도부는 물론 이해찬 전 대표와 김부겸 국무총리,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부터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등 범여권 인사들이 모두 참석한 것은 물론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김두관·이광재 의원 등 여당 대선잠룡들까지 모두 참석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심지어 이날 추도식엔 김경수 경남지사와 양승조 충남지사 등 도지사급 인사들도 참석한데다 야권인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여영국 정의당 대표까지 함께 했다는 점에서 현재 여당 대권후보 중 선두를 달리는 이 지사의 불참은 이례적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 추도식엔 불참한 채 SNS로만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반응을 보인 이들은 유승민 전 의원이나 원희룡 제주지사 등 모두 야권 대선후보들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비록 이 지사가 앞서 이달 초인 지난 6일 “매년 제가 (권양숙) 여사님께 인사드리고 있는데, 올해도 그냥 때가 돼서 인사드리러 온 것”이라며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기에 이번 추도식엔 불참했다고도 보고 있지만 당시에도 이 지사가 방문하기 직전인 같은 날 오전에 송 대표 등 여당 지도부가 봉하마을을 찾아 권 여사를 예방했다는 점에서 이번 불참 역시 어떤 의미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 어린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 지사가 봉하마을을 갑자기 찾았던 지난 6일 당시엔 이 지사가 반대 입장을 내비친 대선 경선 연기론이 당내에서 한창 불거졌던 시기였던 데다 이 지사도 이날 노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 참석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확답하기보단 “주최 측에서 아직 오란 말도 없다. 코로나19 때문에 행사 규모도 줄인다고 하고 제가 참석 못할 수도 있어 그때 가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한 바 있어 사실상 범여권이 총출동한 이번 추도식에 불참한 것은 자신을 견제하는 다른 대선후보들 및 여당 지도부와의 관계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되고 있다.

당장 송 대표는 친문 전재수 의원이 BBS라디오에 출연해 “두세 달 연기해도 대선후보가 될 사람은 된다”고 발언한 지난 20일 이 지사와 성공포럼 창립총회에서 만나 경선 일정과 관련한 의중을 물었고 이 지사가 지난 12일처럼 반대 표명했음에도 원론적 입장만 견지한 채 경선 연기를 일축하지 않고 있는데,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도 지난 13일 CBS라디오에 나와 이 지사에 “대범한 자세를 보이면 누구도 넘보기 어려운 성을 쌓을지도 모른다”며 고 노 전 대통령처럼 한 발 물러서는 ‘통 큰 양보론’을 제기하기도 해 노 전 대통령을 내세운 당내의 경선 연기 수용 압박에 대한 불만을 추도식 불참으로 내비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당내 경선 연기론과 관련해 지난 21일 “지도부가 빨리 정리해야 한다”며 송 대표를 압박했던 이 전 대표는 고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 참석한 뒤 같은 날 오후 이 지사의 안방인 경기도에서 자신의 전국조직인 ‘신복지포럼’ 경기 발기인대회를 열고 세 과시에 나선 데 이어 “2만여 명의 발기인은 이 지사의 전국 지지모임 조직인 ‘민주평화광장’ 발기인 수인 1만5천여명을 뛰어넘는 규모”란 보도자료까지 함께 내놓으면서 이 지사에 노골적인 견제구를 던졌는데, 자신에 도전하는 당내 경쟁자들을 향해 이 지사가 어떤 대응에 나설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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