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대통령 사면권 최소화가 원칙”…지지율 최저치 기록한 文, 반전카드로 사면 꺼낼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좌)과 문재인 대통령 4월 5주차 국정수행평가 결과(우상),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찬반 여론조사 결과(우하).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국갤럽, 윈지코리아컨설팅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좌)과 문재인 대통령 4월 5주차 국정수행평가 결과(우상),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찬반 여론조사 결과(우하).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국갤럽, 윈지코리아컨설팅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여야가 청와대와 법무부의 사면 거부 표명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문제로 저마다 입장을 내놓으며 갑론을박하고 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27일 경제 5단체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을 건의하자 “현재로선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으며 박범계 법무부장관 역시 지난 29일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엄정한 법 집행을 담당하는 법무부장관으로선 고려한 바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다만 이영희 법무부 교정본부장은 지난 28일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재범 가능성이 낮은 수형자에 대한 가석방 심사기준을 완화한다고 발표하면서 이 부회장의 가석방 가능성에 대해선 “건강과 나이, 국민의 법 감정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적격 여부를 결정할 것이며 통상 절차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며 일부 가능성을 열어뒀는데, 가석방의 경우 대체로 형기의 80% 이상 채운 수형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 형기의 절반 정도만 채운 이 부회장이 가석방이라도 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그래선지 여당에선 이 부회장 사면론엔 일단 선을 긋는 모양새인데,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이 문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도 연결돼 있어 사면 문제를 경제 영역으로만 판단할 사항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대통령이 가진 사면권은 최소화하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했으며 같은 당 박진영 상근부대변인도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재용 사면, 난 완전 반대다. 전형적인 유전무죄 주장”이라며 “개인 비리와 회사의 경영은 분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이 부회장 등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들이 문화재와 미술품 등 2만3000여점을 대거 기증한 날에도 문 대통령은 내부 회의에서 “기증 정신을 잘 살려 국민이 좋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별도 전시실을 마련하거나 특별관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만 지시했을 뿐 이 부회장의 사면과 관련한 발언은 일절 꺼내지 않았으며 김부겸 새 국무총리 후보자도 29일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문제 하나를 내놓고 (사면 여부를) 볼 수는 없지 않겠나. 사면론 문제는 그와 별도로 대통령이 여러 가지 다른 요인들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만 입장을 내놨다.

또 야권에서도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29일 이동영 수석대변인의 국회 브리핑을 통해 “시민이 내면 세금이고, 이건희가 내면 기부인가. 12조원 상속세 정상납부와 1조원 사회 환원이 불법 경영승계 혐의의 면죄부가 될 수 없으며 이재용 사면권과 맞바꿀 수도 없다”고 이 부회장 사면에 반대 입장을 밝혔는데, 반면 보수야당에선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더라도 여권과는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김근식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코로나19 백신 수급 불안 논란이 일고 있던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백신확보에 비상한 각오로 절박하게 매달려야 하고 상상할 수 있는 창의적 수단까지 총동원해야 한다. 5월말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대동하고 미국으로 가는 방안인데, 구속 중인 이 부회장을 긴급 임시 석방하는 절박한 모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며 권성동 의원도 2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런 것도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비록 26일 주호영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이 백신 외교 차원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론이 나오는 데 대해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국민의힘에선 이 부회장 사면에 반대하면서 “삼성어천가 때문에 토할 것 같다”고 했었던 민주당 박진영 상근부대변인을 겨냥해 29일 황규환 부대변인이 “막말과 궤변은 그만두고 맹목적인 문비어천가나 경계하라. 왜 언론이 삼성의 기부와 상속세 납부에 주목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없고 그저 자신만의 황당한 음모론에 기반한 언론 탓을 이어가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는 등 이 부회장 사면론에 우회적으로 지원사격에 나서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치권 내 논쟁과 별개로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은 그 권한을 가진 문 대통령의 결단과 여론의 시선에 달려 있는 실정인데, 우선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의 의뢰로 지난 24~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에 실시한 이 부회장 사면 여부 여론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선 사면 찬성이 69.4%로 사면 반대(23.2%) 비율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왔고 심지어 여당 지지층에서도 찬성(47.5%)이 반대(44.3%)보다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반대로 문 대통령에 대해선 한국갤럽이 지난 27~29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상대로 국정수행평가를 조사한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긍정평가가 취임 후 최저치인 29%를 기록하고 부정평가는 60%로 나올 만큼 현재 여론이 청와대보다 이 부회장에 힘을 싣고 있는 분위기인데, 레임덕으로 접어들고 있는 문 대통령이 지지율 반등을 위해 이 부회장 사면 여부에 대한 입장을 번복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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