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시기·금액·안전성 등 관건…홍남기 “백신 도입 지연 사례 없다. 백신 부작용 시 보상”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백신 수급 및 접종 관련 계획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백신 수급 및 접종 관련 계획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문재인 정부가 26일 백신 수급 논란과 관련해 9900만명분의 백신 물량을 확보했다고 밝히면서 집단면역 시기도 가급적 11월 이전으로 앞당기겠다고 공언해 그 실현 가능성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러시아산부터 중국산까지 거론…백신 수급 ‘부족’한가, 아닌가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이날 코로나19 백신 관련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면서 백신 확보 물량에 대해 “기존에 계약된 백신 1억5200만회분(7900만명분)에 더해 지난 주말 화이자 측과 백신 2000만명분을 추가 계약했다”며 백신가뭄 등의 지적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러시아산 백신 도입 검토 필요성을 제기한 데 이어 지난 24일에도 ‘쥐 잡는데 흑묘 백묘 없다’란 글을 올려 “스푸트니크 백신은 화이자나 모더나에 비해 비용도 절반에 불과하고 아스트라제네카보다 면역율이 높으며 국내생산 중이라 조달이 쉽다”며 “이미 접종 중인 아스트라제네카 이상의 안전성만 검증된다면 러시아산이라고 제외할 이유가 없다. 국민 생명이 달린 백신 문제를 놓고, 타국의 진영 패권 논리에 휘둘리거나 정략적으로 접근해 국민 혼란을 초래하고 방역에 지장을 초래해선 안 된다”고 강조하는 등 러시아산 백신까지 도입 필요성이 거론될 정도로 백신 수급 불안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심지어 같은 당 당권주자인 송영길 의원도 지난 9일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대사를 만나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 백신 국내 도입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23일 밝혔었는데,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2일 “백신 수급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러시아산 백신 도입문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참모진 건의에 문 대통령이 ‘그렇게 하라’는 언급을 했다”고 밝혀 사실상 러시아 백신 도입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듯 보였다.

실제로 케이스탯리서치가 KBS의 의뢰로 지난 9~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93명에게 조사한 바(95%신뢰수준±2.96%P)에 따르면 현재 정부가 도입한 코로나19 백신 이외에 중국·러시아 등 기타 국가가 개발한 백신도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는 응답은 42.2%로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답변한 비율(47.5%)보다 오차범위 내 열세로 나왔지만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 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러시아 백신 도입 필요성 인식 조사(95%신뢰수준±1.9%P)에선 필요하다는 응답이 과반인 51.1%를 기록하며 불필요(38.3%)하다는 답변을 앞서고 있어 백신 수급 불안감이 이 같은 여론 변화를 이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러시아 백신 도입 필요성 인식 여론조사 ⓒ리얼미터
러시아 백신 도입 필요성 인식 여론조사 ⓒ리얼미터

급기야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 백신도입총괄팀에 질의한 결과, 러시아산 백신 뿐 아니라 중국산 백신인 시노백 도입 가능성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23일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케이트 오브라이언 WHO 예방접종팀장은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인 “시노백의 사용허가 심사가 내달 3일로 예정돼 있다”고 밝혀 당장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선 24일 윤희석 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러시아 백신도 불안하다면서 예방효과가 50%에 불과하다는 중국 백신은 어떻게 믿으란 말인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 발 더 나아가 국민의힘 외교안보특위는 차라리 이스라엘이 한국에 제공 가능성을 내비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천만회분을 도입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데, 이들은 지난 25일엔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비공식 협의체인 쿼드에 전향적으로 동참하는 게 백신 확보의 지름길이라고 성명서를 내기도 하는 등 백신 수급 논쟁은 외교안보 측면까지 연계되면서 갑론을박 양상으로 흘렀다.

◆ 문제는 ‘도입 시점’…화이자 2천만명분 ‘적시’ 도입 실현 가능할까

이처럼 정부여당은 물론 야당에서까지 조속히 추가로 백신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을 정도로 백신 부족 사태는 현실화된 듯 보였으나 갑자기 지난 24일 화이자 백신 2천만명분을 추가 도입하기로 계약 체결했다면서 지난해 12월 1천만명분과 올해 2월 300만명분에 이번 계약까지 더하면 3300만명분의 화이자 백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특히 화이자 백신은 12~15세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백신의 예방효과가 100%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고 현재로선 16~17세에 접종이 승인된 백신은 화이자 백신이 유일할 정도로 각국의 확보 경쟁이 치열한 백신인데, 2천만명분의 화이자 백신 추가 확보 발표 이후인 26일 범정부 백신도입 TF는 “현재 약 1억명 분(9900만명)의 백신을 확보한 상태에서 당장 신규 백신 검토보다는 확보한 백신의 차질 없는 수급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 러시아 백신 도입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을 만큼 자신감을 내비치며 백신 물량 확보 논란을 일축했다.

다만 백신 물량을 계약한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안전성과 비용, 도입 시점 등이 주요 관건으로 꼽히고 있는데, 그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얀센 백신 등의 혈전증 부작용 논란을 의식한 듯 일단 안전성과 관련해 이날 홍남기 국무총리 권한대행은 화이자 측과의 추가 계약 사실을 강조하면서 “이번 화이자 추가 구매를 통해 집단면역 달성시기를 보다 앞당길 기반을 마련했고 나아가 18세 미만 접종 확대, 변이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3차 접종 등 추가수요에도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부작용과 관련해서도 “백신접종으로 인과관계가 있는 피해 발생 시 예방접종피해 국가보상제도에 따라 확실한 보상이 이뤄진다. 며칠 전 40대 여성 간호조무사의 안타까운 사례와 같이 인과관계 확인과는 별도로 우선 치료비 지원 등 국가적 도움조치를 신속히 취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는데, 무엇보다 핵심 이슈로 꼽히는 백신 공급 시점에 대해선 홍 총리대행은 상반기까지 도입이 확정된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809만회분 중 387만회분이 공급됐고 화이자는 3월 24일 공급이 시작된 뒤로 매주 공급된다면서 “정부가 제약사와 계약한 백신 도입 예정물량이 지연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는 여당 백신 점검단에서도 비슷한 목소리를 낸 바 있는데, 26일 김성주 민주당 코로나19 백신 점검단장은 ‘백신 수급 당정회의’ 브리핑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직접 계약에 의한 공급은 지금까지 한 번도 차질이 생긴 적이 없다. 화이자의 경우 현재까지 한 번도 약속을 어긴 적이 없고, 아스트라제네카 제품은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어 국제 백신 수급 상황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야간, 주말 접종 등도 다양한 방식으로 접종 속도를 높여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홍 국무총리 권한대행은 정부가 4월 말까지 300만명 접종계획을 공언했던 점을 언급하면서 “이번 주 매일 15만명 수준의 접종을 통해 목표대로 이뤄지도록 하겠다. 접종 인프라를 확충해 일 최대 150만명 이상 접종이 가능한 역량을 지니게 될 것”이라며 “4월 75세 이상 고령층 접종을 시작으로 5월부터는 접종연령을 낮춰 일반국민 대상 접종이 본격화할 예정인데 먼저 6월 말까지 고연령, 고위험군, 방역과 의료인력 등 1200만명에 대해 1번 이상 백신 접종을 완료하겠다”고 천명했다.

아울러 홍 권한대행은 “9월 말까지 전국민 70%인 3600만명 1차 접종을 완료하고, 여름방학 정료 전까지 학교 교원 및 종사자의 백신 접종을 완료하겠다. 접종 인프라도 대폭 확충해 접종속도를 빠르게 가속화할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국내 (백신) 생산기반을 갖춘 몇 안 되는 나라로서 백신 수급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집단면역의 시기를 11월 이전으로 단 하루라도 더 당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역설했다.

문제는 미국도 추가 접종 물량을 비롯해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제약사인 화이자가 계약 물량을 차질 없이 제때에 보내줄 것인지 여부인데, 일단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화이자는 하반기(3분기부터)에 순차적으로 공급받는 것을 확약 받았다. 타국 계약이 공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데 이어 “상반기와 9월말까지 공급분을 합하면 1억회분의 백신이 공급될 예정으로 11월까지 국민 5200만명이 70% 접종 목표를 달성하고도 충분히 남는 물량”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文 “계획대로 안 되면 문제 제기하라”…백신 선택권 없는 점은 논란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수석 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수석 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여기에 가격 역시 지난번 구매할 때와 같은 가격으로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백신 수급 논란을 완전히 불식시키겠다는 듯 문 대통령도 26일 오후 청와대 수석 보좌관회의에서 “정부는 접종목표의 이행을 자신하고 있고, 내부적으로 4월 말까지와 상반기 중 접종 인원을 더 늘리고 집단면역도 더 앞당기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계획대로 4월 말까지 300만명, 상반기 중으로 1200만명 또는 그 이상 접종이 시행될지 여부는 조금만 지켜보면 알 수 있는 일”이라며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경우 충분히 문제 제기할 수 있는 만큼 지금 단계에선 백신 문제를 지나치게 정치화해 백신 수급과 접종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부추기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문 대통령은 방한 중인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사 최고경영자를 오는 27일 청와대에서 접견하고 백신 생산 협력 등 백신의 국내 수급에도 힘을 실으려는 모양새인데, 다만 백신 확보에 뒤늦게 나선 데 대해 책임을 느끼고 사과하라는 지적에 대해선 문 정부는 “사과드릴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으며 개인에게 백신 선택권을 부여하는 데 대해서도 “접종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개인에게 선택권을 부여하기보다 예방접종 전문위원회를 통해 대상자별로 백신을 결정하는 체계를 계속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혈전증 등 부작용 논란이 없는 특정 백신만 접종 받으려는 ‘쏠림 현상’이 일어날까 우려한 반응으로 보이는데, 그래선지 홍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이날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만 7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접종 효과를 조사한 결과, 접종 2주 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00%, 화이자 백신은 93.2%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지만 앞서 미국과의 한미 간 백신 스와프 협의 당시엔 미국이 비축 중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제안하자 정부는 화이자 백신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 만큼 11월 집단면역 성사 여부와 별개로 장차 백신 선택권 문제가 또 다른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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