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캐나다·멕시코·쿼드와 백신 수급 협의…한미 백신 스와프? 현재 국내 접종 초점”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후 첫 전화통화를 가졌다 / ⓒ청와대, 백악관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후 첫 전화통화를 가졌다 / ⓒ청와대, 백악관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코로나19 백신 확보가 급선무로 떠오른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미국에 백신 스와프를 요청했지만 미국은 쿼드 가입국과 우선 연계할 뜻을 내비치면서 그간 쿼드 가입 여부와는 선을 그어온 문 정부가 어떻게 이 난국을 풀어갈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정의용 외교부장관은 지난 21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미국과 백신 스와프를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지만 “미국도 국내 사정이 매우 어렵다는 입장을 저희한테 설명하고 있다”고 덧붙여 사실상 실질적 진전은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22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드물지만 혈전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자국 회사 존슨앤드존슨의 얀센 백신조차 연령별 제한 없이 사용 재개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일 만큼 백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래선지 미 국무부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도 한국과 백신 스와프를 고려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현 단계에서 우리는 국내 백신 접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다만 다른 나라에 백신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쿼드 차원의 백신 지원 계획을 이미 발표한데다 프라이스 대변인도 이날 “해외로 그것(백신)을 보내는 걸 확신할 만큼 충분히 갖고 있지는 않지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캐나다, 멕시코를 비롯해 쿼드와 수급 관련 협의를 했다”고 강조해 사실상 미국 주변국과 쿼드 가입국에 백신을 우선 공급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정 장관이 중국 견제 안보 협의체인 쿼드 가입 여부와 미국으로부터의 백신 확보 문제가 연계될 가능성에 대해선 “일본과 멕시코의 경우에도 반대급부가 있었다고 보진 않는다. 팬데믹 사안 협력은 양국 외교적 분야 노력과는 별개”라고 그간 분명히 선을 그어왔던 만큼 미국의 이 같은 반응은 문 정부를 한층 당혹스럽게 만들 것으로 보이는데, 그래선지 문 대통령은 러시아 스푸트니크 V 백신 도입 가능성을 점검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역시 러시아가 국내에서 사용승인 신청도 하지 않아 정부의 기대와 달리 러시아 백신 도입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급기야 미국을 비판하는 목소리까지 여권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인데,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계약한) 모더나 백신을 미국이 제때 풀 것 같지 않은 분위기잖나’란 질문에 “계약된 게 있고 또 언제까지 납품하곘다는 약속도 있는데 만약 미국이 금수조치를 취한다면 그걸 가로채는 거나 마찬가지 아니냐. 이건 깡패들이나 하는 일”이라며 “이 백신은 미국민들만 위해서 있는 게 아니라 세계인들을 위해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 전 총리는 미국이 쿼드 동맹국부터 백신을 주겠다는 게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냥 공짜로 달라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사오는 것으로 제약회사들과 계약이 다 돼있다. 그렇게 자꾸 터무니없는 걱정을 만들어낼 일은 아니다”라고 반박했지만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응할 방안과 관련해선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미리 외교적인 노력도 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야 된다”며 그저 원론적 답변을 하는 데 그쳤다.

한편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물고 있는 한미 간 백신 스와프 논의 역시 우리는 화이자 백신을 요청한 반면 미국은 비축용으로 보유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정도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미 40대 간호조무사가 접종 후 사지마비 증상이 일어나는 등 부작용 논란에 휩싸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우리나라도 보유 중이기에 당장 양국 간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내달 있을 한미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백신 문제를 의제로 올릴 가능성이 있어 여기에 기대가 실리고 있는데, 야권에서도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23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미국의 두 가지 축은 캐나다, 멕시코와 같은 인접국가와 백신 협력을 먼저 하고 다음 두 번째 단계는 쿼드 백신 협력국들과 이 문제를 단계적으로 하겠다는 건데 우리가 중국을 의식하니까 이런 기회를 놓친 게 아닌가”라고 지적하면서 “대단히 짧은 시간에 정상회담이 끝난다. 한미 정상회담 때 백신 수급 문제를 의제로 다루겠다는 미국의 확답을 받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역시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백신은 서류상의 총 구매 계약량보다 도입 시기가 더 중요하다. 당장 5월 말 한미정상회담 때 백신 문제에 관해 반드시 가시적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며 “대통령이 직접 대한민국 백신TF팀장의 각오로 나서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 일정 이외에도 대통령이 직접 화이자·모더나를 방문하는 일정을 만들고 CEO를 만나야 한다”고 촉구했는데, 청와대도 양국회담에 대한 기대를 의식한 듯 우리 측의 백신 요구로 회담 연기 가능성이 거론된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23일 박경미 대변인이 “사실이 아니고 하니 양국은 5월 후반기 중 편리한 시기를 조율 중”이라고 밝히고 있어 과연 내달 중 백신 수급과 관련해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올 수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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