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대선, 지방선거 등 선거 때마다 이기면서 그간 4연승을 이어왔던 더불어민주당이 서울, 부산시장을 선출하는 4·7보궐선거에서 모처럼 국민의힘에 기록적인 참패를 당해 그 배경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국민의힘보다 1석 더 얻어 원내 제1당으로 오르는 승리를 거둔 이래 다음 해 치러진 19대 대선에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와 야권 대선후보 난립에 힘입어 손쉽게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이뤄냈으며 그 다음 해 있었던 2018년 6·13지방선거 때는 불과 선거 하루 전에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실상 소득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에 기대를 품게 만드는 ‘해빙’ 분위기를 조성해 승리를 거머쥐었고 2020년 4·15총선에선 아예 비례정당을 포함 180석을 달성하는 미증유의 대승을 거뒀다.

그랬던 그들이 불과 1년도 안 돼 이처럼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 것은 그동안 야당 시절의 습성을 버리지 못한 채 집권여당임에도 늘 야당 탓, 검찰 탓, 언론 탓 등등 남 탓만 하니까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도록 아예 몰표를 준 것임에도 민생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않고 계속해서 검찰, 사법부, 언론 등 정권에 방해된다 싶은 권력기관들을 억누르는 데만 전력을 기울이니 참다못한 민심이 투표로 심판을 내린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역대 재보선 사상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는 점이나 40대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연령에서 여당이 아니라 야당에 표를 줬다는 점에 비추어 정치에 관심 없던 일반인들조차 현 정권의 무능과 실정에 가히 폭발했다고 밖에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을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그동안 고집스럽게 20여 차례에 걸쳐 수요 억제 위주의 정책만 펴다가 실패만 연발하니 뒤늦게 공급정책으로 전환했지만 그마저도 공공임대 등에 치중한데다 오히려 공시지가 정상화란 명목으로 세금까지 올리려 했기에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번 선거는 이처럼 자충수를 두어온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겠다는 의미가 컸지 압승을 거둔 국민의힘이 그간 잘해서, 혹은 대다수 유권자들이 지지해서 표를 준 것은 아니라는 것은 당선인들조차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내년 대선이야말로 민심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진정한 여야의 진검승부라 할 수 있으며 누가 더 민심에 부합하는 해답을 내놓을 수 있는지, 누가 더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지가 승패를 결정짓는 관건이 되겠다.

문제는 이를 알 법한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민심의 경고를 못 들은 척하는 건지 한심한 행태가 정치권 곳곳에서 비쳐지고 있다는 것인데, 일례로 초선 강경파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의 경우 선거 참패가 검찰개혁 탓이 아니라면서 민생보다 검찰개혁이 우선돼야 하고 한 발 더 나아가 180석 의석을 무기로 언론개혁까지 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분위기 파악조차 못하는 기가 찬 발언인데, 이처럼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는 목소리만 힘을 얻는다면 민주당은 내년 대선은커녕 과거의 4연승이 꿈이었을 정도로 향후 줄줄이 선거 연패를 면치 못하게 될 것이며 아예 군소정당으로 쪼그라들거나 한국정치사에서 영영 사라지게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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