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친노·친문 아닌 재야 운동권 출신…尹 상승에 속 타는 이재명, 文과 거리두기?

고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관련 글을 SNS에 올린 이재명 경기도지사(좌)와 3월 4주차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평가 결과 ⓒ이재명 페이스북(좌), 리얼미터(우)
고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관련 글을 SNS에 올린 이재명 경기도지사(좌)와 3월 4주차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평가 결과 ⓒ이재명 페이스북(좌), 리얼미터(우)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 조짐이 점차 심화되면서 여당 대선후보군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 중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친문과는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를 받아 지난 22~26일 전국 2516명에게 실시한 문 대통령 국정수행평가 결과(95%신뢰수준±2.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부정평가는 정권 출범 이후 최고치인 62.5%를 기록했으며 정당 지지율 역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지난해 8월 2주차 이후 최고치인 39%를 얻은 데 반해 여당인 민주당은 28.3%에 그쳤다.

이처럼 당청 지지율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 속에 이 지사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김근태 정신으로’란 글을 올렸는데, “최근 국민들 마음이 심상찮다. 갈을 잘못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는데 다른 길을 찾으려 하면 더 헤맬 뿐”이라며 “곧바로 돌아 나와 처음부터 그리고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님의 뜻을 기억하며 민주당 정신의 본령을 다시 새긴다. ‘정직하고 성실한 99%의 사람들이 무시당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게 내가 가야 할 길’이라는 말씀처럼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뿌리 깊은 기득권 체제를 송두리째 바꾸는 거침없는 개혁의 길 뿐”이라고 역설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김 의장께선 2012년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경제의 인간화’를 말했다. ‘인간 영혼의 구원 문제’라고 표현했듯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무엇보다 중심에 뒀다”며 “평소 청빈한 삶을 실천했던 것도 오늘날 공직자들에게 귀감이다. 아직도 적잖은 국민들이 고인을 기억하는 것은 그 지독한 언행일치 때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개혁 성공의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부동산 폭등,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등 어려운 대내외적 환경에도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높은 국정지지율을 보내줬던 국민들”이라며 “수많은 정치적 풍파를 거치면서도 국민의 뜻을 탓한 적 없던 고인처럼, 밭을 탓하지 않는 농부처럼 오롯이 스스로의 본령과 존재 이유를 증명할 때 국민들께서 여지없이 마음을 내어주실 것”이라고 사실상 당청에 충고했다.

다만 이 지사가 이 시점에 김 의장을 거론한 데엔 여러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데, 민주당 측 인사이면서도 친노·친문 등 어느 계파에도 속하지 않은 재야 운동권 출신인 그를 내세워 자신이 제3자적인 모습으로 당청을 에둘러 비판함으로써 문 정권과 민주당 인사들을 향한 여론의 싸늘한 시선은 피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을 지지하고 있는 여당 지지자들의 이탈은 막기 위한 대권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이 지사가 김 전 장관이나 김 전 의원이 아니라 굳이 열린우리당 시절의 ‘김 의장’으로 표현한 점도 눈에 띄는데, 이는 노무현 정부 당시 진보정권 사상 처음으로 원내 과반을 달성했던 열린우리당이 결국 처참하게 무너졌던 점을 꼬집어 현재 진보정권 사상 역대 최다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에 우회적으로 경고하는 의미도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는 LH사태로 촉발된 투기 의혹이 정치권으로까지 옮겨 붙어 민주당 내 여러 의원들이 신도시 지역 땅 투기 의혹으로 도마에 오르면서 비판적 여론이 높아진 점을 의식한 반응으로 보이는데, 그래선지 앞서 지난 25일에도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언행일치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란 글에서 “4년 전 국민으로부터 적폐청산과 개혁 과업을 부여받았던 우리 민주당은, 개혁 성공의 전제조건이나 다름없는 국민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 가장 절박한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국민들께선 이미 어느 쪽이 고인 물이고 어느 쪽이 새 물인지 되묻고 있다”고 소속정당을 향해 일침을 가한 바 있다.

또 그가 ‘경제’의 인간화를 거론한 부분 역시 주목할 만한데, 한국경제신문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지난 26~27일 전국 유권자 800명에게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중 국가경제를 가장 잘 이끌 것 같은 인물’ 설문(95%신뢰수준±3.5%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자신이 야권 선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11.4%)을 크게 제치고 31.5%를 얻은 점을 의식해 경제 관련 언급을 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