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 중심에 휘말린 변양균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끝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신정아 학위 위조 파문’으로 시작된 사건은 각종 의혹으로 몸집을 불려가며 변양균 전 정책실장의 목을 졸랐다. 변 전 실장은 신정아씨와의 관련 여부를 부인했으나 신정아씨의 가짜 학위 의혹을 제기한 장윤 스님에게 “더 이상 문제 삼지 말라”고 파문을 확산하지 말 것을 회유하고 신정아씨와 메일을 주고받는 등 친밀한 관계였음이 드러남에 따라 사건은 그의 인생 전반을 뒤흔드는 크기로 변모했다. 결국 변 전 실장은 ‘신정아 파문’으로 사의를 표명하는 것으로 30여 년의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아직도 정확한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의혹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 이번 파문이 한 사람의 인생을 막장까지 끌어내린 것이다. 변 전 실장과 신씨를 둘러싼 의혹들은 어떤 얼굴로 우리에게 다가왔는지, 사건을 짚어봤다.

지난 10일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사의를 표했다. ‘신정아 파문’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그를 뒤흔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변양균, 신풍에 휘청

제7회 광주비엔날레의 예술감독에 신정아 동국대 조교수(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가 선정되며 예술계는 파란에 휩싸였다. 30대 젊은 나이로 국내에서 열리는 가장 큰 미술관련 국제행사인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전격 발탁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여기에 있지 않았다. 신씨가 박사학위 위조와 표절 의혹을 받게 된 것이다. 결국 신씨의 박사학위는 물론 학사·석사학위도 모두 가짜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가짜 학위 논란’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다.
사회적인 사안으로만 번지던 이 파문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2월 동국대 이사회에서 신씨의 박사학위 논문이 위조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후 5월 이사회에서 허위사실 유포로 이사직에 해임된 장윤 스님을 만나 “더 이상 문제 삼지 말라”며 “조용히 있으면 적당한 때 동국대 이사직에 복직되도록 하겠다”고 회유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변질되기 시작했다.
청와대는 “만난 적은 있지만 신씨 얘기는 거론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며 변 전 실장을 옹호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장윤 스님과 통화해 사실을 확인, 변 전 실장과의 만남과 그 사이에 나눴던 이야기를 확인함으로써 신씨의 학력 위조는 사회 문제를 넘어 정치적 문제로 비화됐다.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사회적 파문에 청와대 핵심인물이 개입한 것으로 이야기 되며 ‘권력형 비리’ 의혹의 눈초리를 피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신씨와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 변 전 실장은 “미술에 관심이 많아 전시회 등에서 신씨를 자연스럽게 알게 됐지만 개인적인 친분은 없다”고 거리를 뒀다. 청와대도 “변 실장과 관련해 무차별적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청와대 뿐 아니라 변 실장 본인도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하게 치고 나왔다.

‘공무원의 꿈’ ‘악몽’으로

하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되며 변 전 실장은 ‘거짓말쟁이’가 되어 버렸다. 신씨와 변 전 실장이 주고받은 메일이 복구되고 신씨가 청와대에 변 전 실장을 만나러 방문한 사실을 드러나며 그들의 관계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 것이다. 변 전 실장이 신씨에게 선물했다는 보석이나 그들의 메일에서 나타났다는 농밀한 이야기는 그들의 사적인 부분에서의 연관관계에 주목하게 했다.
결국 변 전 실장은 사의를 표명하고 청와대에서 물러섰다. 1973년 행정고시로 공무원의 길에 들어서 재정경제원 국제협력관과 기획예산처 예산실 사회예산심의관, 제4대 기획예산처 차관, 제6대 기획예산처 장관, 대통령비서실 정책실 실장까지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는 최측근으로 공무원으로써는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갔던 ‘공무원의 꿈’ 변 전 실장의 ‘악몽’이 시작된 것이다.
그는 기획예산처 국장이던 2001년 민주당에 파견돼 당시 정책위 의장이었던 이해찬 전 총리를 보좌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기획예산처 장관 등을 거치며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이끌어오며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는 ‘노무현 사람’으로 꼽힌다.
처음 변 전 실장이 신정아씨를 비호했다는 의혹이 일었을 때 청와대가 변 전 실장을 감싼 데는 노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도 한몫을 했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하지만 변양균 전 실장은 ‘신정아 비호 의혹’이 불거지며 사회 전반의 질책을 받으며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져가고 있다. 여론의 뭇매를 몸소 체험하는 한편 사회적 명망은 물론이고 삶의 터전에서도 쫓겨나듯 도망친 신세가 되어 버린 것이다.
변 전 실장의 부인 박미애씨는 “지금까지 내가 본 남편은 정말 존경스럽고 정말 교과서적으로 살았다. (세상이) 이러고 저러고 얘기해도 나는 하나도 안 믿는다. 나는 정말 우리 남편을 믿는다”고 외치고 있지만 변 전 실장은 자택에도 들어가지 않은 채 종적을 감춘 상태다.
한 공직자는 “공무원으로써는 최고의 직책까지 올라갔는데 그 끝이 너무 씁쓸하다”며 변 전 실장의 비호 의혹 파문을 지켜봤다.

씁쓸한 결말을 향해

청와대는 “변 전 실장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 협조하겠다”며 이번 사건에서 신씨와 변 전 실장이 주고받은 메일이 저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측되는 변 전 실장의 컴퓨터를 검찰에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변 전 실장의 컴퓨터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담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신씨와 변 전 실장의 메일이 복구된다면 사건은 결말을 향한 힘찬 질주를 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변 전 실장 정도라면 많다”는 신정아씨의 말처럼 신씨를 비호한 인물들이 더 있는지, 변 전 실장과 신씨는 정확히 어떤 관계인지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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