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분열’ 의심 해소하려 합당 발표하니 “합당은 지금 오늘부터 해 달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좌)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사진 / 시사포커스DB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좌)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야권 단일화 상대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상대로 간을 보는 듯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 후보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안 대표가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야권 단일후보가 되고 서울시장이 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포함해 더 큰 야권을 형성할 것이다. 단일화는 통합의 첫 걸음”이라고 밝히자 그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늘 야권 분열의 중심에 서 있었고 앞으로도 분열을 잉태할 후보로의 단일화는 내년 대선에서도 분열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돌연 안 대표를 공격했다.

그러던 오 전 시장은 안 대표 측과의 상호 설전 수위가 점점 높아지면서 단일화 결렬 우려가 커지자 15일 야권 후보 단일화 비전발표회에선 “표현이 직설적이었던 것 같다. 안 후보에게 죄송하다”고 갑자기 고개를 숙였는데, 다만 비전 발표 직후 진행된 기자단과의 질의응답에서 오 전 시장은 “안 후보가 자신이 윤 전 총장과 정치를 하게 되면 야권이 좀 더 커진다는 표현을 했는데 그에 대해 의견을 달리 한다”고 거듭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안 대표가 오 전 시장의 걱정을 ‘기우’로 규정하면서 “윤 전 총장이 나와 (정치를) 함께 하겠다고 제안 준다면 국민의힘과 함께 하자고 오히려 설득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16일엔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장 보선 이후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하겠다고도 천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안 대표의 발언에도 국민의힘에선 오히려 한층 압박하는 반응만 나왔는데, 오 전 시장은 같은 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왜 단일화 이후여야 하나. 야권 통합 조건이 단일화라면 국민께 그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겠나”라며 “합당의 시작은 지금, 오늘부터 추진해 달라. ‘선 입당 후 합당’의 신속한 방법이 있다”고 국민의당 후보에게 국민의힘 입당까지 요구했다.

오 전 시장은 이미 국민의힘 당내 경선을 통해 선출된 후보인 만큼 앞서 제3지대 경선을 치렀던 안 대표가 선거 전 국민의힘에 입당한다면 또다시 국민의힘 후보끼리의 경쟁이 되는 셈이기에 이 같은 요구는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그럼에도 이 같은 요구가 나온 데에는 당장의 보궐선거보다 중도 성향인 제3지대와 보수층인 국민의힘 간 분리 가능성을 미리 차단함으로써 차기 대선에서 자당이 주도권을 잡겠다는 ‘대선 우선’ 시각이 자리 잡고 있기에 상대방의 수용 여부를 떠나 꺼내게 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국민의힘 대표 격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선 입당’을 요구한 오 전 시장과는 온도차 있는 반응을 보이면서 안 대표를 비꼬았는데, 그는 이날 부산 국제시장 상가를 순방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 대표의 ‘야권 단일화 후 양당 합당’ 발언에 대해 “원래 그런 생각이 있었으면 내가 처음에 우리 당에 들어와서 후보 경쟁을 하면 자연적으로 원샷으로 후보가 될 테니 들어오라고 하지 않았나. 그때는 국민의힘 기호로 당선이 불가능하다고 안 온다고 하던 사람인데 왜 갑자기 합당 이런 얘기를 이제 와서 하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입당도 늦었다는 듯한 입장을 내놨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