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선 앞둔 與, LH사태에 곤혹…민주당 제안, ‘물타기·시간끌기’로 보는 野

[시사포커스 / 공민식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에서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제공 / 더불어민주당)
[시사포커스 / 공민식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에서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제공 / 더불어민주당)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연일 투기 발본색원과 일벌백계를 외치고 있음에도 LH사태가 정국 블랙홀이 되면서 파장이 잦아들지 않고 서영석·김주명 등 자당 의원들이 3기 신도시 지역 인근 땅을 가졌다는 투기 의혹이 불거지는 등 궁지에 몰린 더불어민주당이 국정조사와 검찰 수사를 주장하는 야당에 맞서 국회의원 300명 전수조사와 LH특검을 추진하자고 맞불을 놨다.

◆ 민변조차 정부 조사 결과 비판…국민의힘, 與 전수조사 제안 ‘불신’

먼저 의원 300명 전원에 대한 국회 차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 전수조사는 지난 11일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이 국회의장과 국민의힘에 제안했는데, 곧바로 박병석 국회의장을 찾아가 건의서까지 건넨 그는 “의장 주도 하에 전수조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라고 밝혔지만 박 의장은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호응했을 뿐 본인이 주도할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에 김 대행은 박 의장과의 면담 직후 “필요하면 외부 인사를 포함한 조사 기구를 만들면 된다”고 역설했는데, 그는 12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의 양자 회동에서도 “양당 국회의원들의 정보제공동의서부터 제출해 바로 조사에 착수하자”며 전수조사에 협조해달라고 제안했지만 주 원내대표는 “국민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 야당을 끌고 들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들지 않도록 민주당 소속의 책임 있는 사람들부터 했으면 한다”고 응수했다.

다만 국민의힘에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날 전수조사에 대해 “한 번 해보자”며 수용 의사를 표한 만큼 반대한다는 입장은 아니지만 보궐선거를 앞두고 LH사태란 악재에 직면한 여당이 ‘시간 끌기’와 ‘물타기’ 목적에서 내놓은 제안으로 보고 있어 여당부터 하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실제로 LH사태 초기만 해도 시흥, 광명 등을 중심으로 땅 투기가 이뤄진 것으로 보였지만 합동조사단이 지난 11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3기 신도시에 포함되지 않는 과천 등 그 범위도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고 아예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조사 지역도 3기 신도시 뿐 아니라 전국의 주요 택지지구로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실질적으로 전국 범위 조사까지 이뤄질 경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선거를 앞두고 당장 ‘소나기 피하려는’ 속셈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여당의 조사 제안 이전에 야권은 앞서 청와대와 정부에서 발표한 조사에도 불신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데, 청와대가 지난 11일 3기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 가족을 포함한 비서관급 이상 본인·배우자·직계가족 등 368명의 토지거래 내역을 자체 조사한 결과, 투기 의심거래는 전무하다고 발표했던 데다 같은 날 정부 합동조사단 역시 국토교통부와 LH의 전 직원 1만4천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음에도 불구하고 민변과 참여연대가 제기한 13명 외엔 단 7명을 추가 적발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당장 국민의힘은 김은혜 대변인 논평에서 “가장 중요한 차명거래는 엄두도 못 내고 국토부, LH 직원에만 한정한 이번 조사는 꼬리만 자르고 몸통을 살려내는 데 성공했다. 합조단 발표 13+7명, 청와대 0명, 문재인 정부는 국민에 큰 헛웃음을 줬다”고 직격탄을 날렸으며 심지어 최초로 의혹을 제기했던 참여연대와 민변조차 같은 날 정부 합동조사단 발표 결과를 꼬집어 “조사에 뚜렷한 한계가 있다. 쟁점인 업무상 비밀이용 여부에 대한 조사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 목소리로 일침을 가했다.

그래선지 군소정당을 중심으로 한층 수위 높은 제안이 나오고 있기도 하는데, 12일 전수조사와 관련해 박 의장을 면담한 정의당에선 강은미 원내대표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조사대상으로 국회의원) 가족까지 포함해서 하자고 했다”며 조사기간에 대해서도 “우리가 요구하고 있는 건 10년 정도의 부동산 거래 내역”이라고 강조했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같은 날 LH서울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기 비리나 연관성이 드러난 국회의원은 즉시 국회 윤리위에 회부해 제명하겠다고 국민에 약속하자”고 입장을 내놨다.

◆ “LH, 검찰이 수사 안 했다” 탓하더니 檢 안 맡기고 ‘특검’ 제안한 與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페이스북에서 LH특검을 주장한 글. ⓒ박영선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페이스북에서 LH특검을 주장한 글. ⓒ박영선 페이스북

이렇듯 전수조사 제안은 이제 정국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여야 간 신경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12일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제안한 ‘LH특검’ 역시 크게 다를 바 없어 앞서 여당의 국회의원 전수조사 제안에 대해 수용하면서도 “물타기에 나섰다”며 의심 어린 시선을 보냈던 국민의당 안 대표는 박 후보가 제안한 LH특검 역시 “단순히 선거를 위한 구상이라면 국민을 속이는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이날 김 원내대표로부터 LH특검을 직접 제안 받은 국민의힘 주 원내대표도 “특검은 합의와 구성에만 두 달 이상 걸린다. 검찰 중심으로 신속한 수사를 한 이후에 논의해야 한다”며 ‘시간끌기 아니냐’는 시선을 보냈으며 급기야 정의당마저 같은 날 국회에서 정호진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상당 시간이 필요한 특검을 하자는 것은 박영선 후보의 시간벌기이자 투기범들에게 증거인멸을 시간을 주겠다는 것”이라고 부정적 반응을 내놨다.

이처럼 이념성향을 막론하고 야권이 민주당의 LH특검 제안에 불신의 시선을 보내는 데에는 그간 LH사태 이후 보인 여당의 태도 때문이기도 한데, 당장 이날 오전만 해도 홍영표 의원이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검찰 수사권을 갖고도 국민적 공분을 받는 LH투기 같은 것도 하나 못 잡아내고 정치만 하다 나갔다”고 주장하고, LH특검을 제안한 박 후보도 전날 관훈토론회에서 “검찰이 뒤에 숨어 (LH수사를) 어떻게 하는지 보자는 자세로 읽히는데 옳지 못한 태도”라고 발언하는 등 줄곧 ‘검찰 탓’하기만 바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정작 문 대통령도 12일 경찰 신임 경위·경감 임용식에 직접 참석해 LH사태에 대해 “국가수사본부의 수사역량을 검증 받는 첫 번째 시험대”라며 “경찰 수사의 독립성이 높아지는 만큼 책임성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할 것이다. 책임에 걸맞은 수사역량으로 국민 기대와 신뢰에 응답해 달라”고 검찰보단 경찰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검찰을 탓하는 여당 반응은 야권의 반발만 불러일으켰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12일 기자들과 만나 “멀쩡한 수사권 가진 검찰 손발을 묶어놓고 진작 일할 수 있는 상황, 시기는 다 놓쳐놓고 뒤늦게 특검을 하자고 한다”고 민주당에 직격탄을 날렸는데, 국민의힘의 이 같은 날선 반응에 민주당에서도 박 전 장관 보선 캠프 대변인인 고민정 의원이 같은 날 “특검 제안을 시간 끌기라며 거부하는데, 무엇을 숨기고 싶어 특검을 거부하는가. 이제 의혹만 가지고 쏟아내는 정치공세를 멈추고 진상규명의 시간을 맞아야 한다”고 즉각 역공에 나섰다.

이 뿐 아니라 보수 성향인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국민의힘을 겨냥 “특검도 반대하고 전수조사도 반대하고 셀프조사나 하자는 하는 등 대체 뭐가 켕겨서 당당하게 제3자로부터 혹독하게 조사 못 받고 뒷걸음질 치냐”고 압박했는데, 국민의힘에선 배현진 원내대변인이 이날 “국민의힘은 특검이나 전수조사를 당연히 수용하는 입장이다. 다만 투기 의혹에 가까운 분부터 이를테면 지자체, 집권여당, 공공기관부터 빨리했으면 좋겠다”고 ‘특검 거부 프레임’에 선을 그었다.

◆ 본질은 보궐선거? 변창흠 교체 수순 밟지만 여론 변화 ‘미지수’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2월 23일 인사청문회에 출석할 당시 모습 / ⓒ시사포커스TV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2월 23일 인사청문회에 출석할 당시 모습 / ⓒ시사포커스TV

주 원내대표도 배 원내대변인 브리핑에 앞서 김태년 민주당 직무대행과의 회동에서 “특검은 검토하되 우선적으로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수사 경험이 있고 대량 수사 인력 동원이 가능한 검찰이 하자는 입장”이라며 특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란 점을 분명히 했는데, 그가 ‘시간’을 강조한 데에는 특검의 경우 특검후보추천위 구성과 후보 추천해 대통령의 임명을 거친 뒤 특별검사가 임명된 날로부터 20일 동안의 준비 기간을 거친다는 점에서 한 달도 안 남은 보선 기간 내에 특검팀을 꾸리기도 어려워 선거 이후엔 흐지부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LH특검 제안을 서울시장 보선 후보로 나선 박 전 장관이 했다는 점도 ‘선거 때문 아니냐’는 의심을 부채질하고 있는데, 민주당 강훈식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이 LH사태에 대해 “어느 시점이 되면 가라앉을 것이다. 이런 광풍이 지나가면 후보와 인물 중심으로 보는 냉정한 시선이 생길 것”이라고 발언한 점 역시 선거전략 차원의 제안 아니었느냐는 야권의 의심을 한층 깊어지게 만들고 있다.

다만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야권 후보로 출마한 안 대표는 정략적 차원의 특검 제안엔 선을 그으면서도 여당이 제안한 특검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았는데 오히려 “특검을 관철하지 않는다면 진정성 없는 주장이 될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한편 LH사태가 당정청을 뒤흔들자 당초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도 일축했던 변창흠 국토부장관 경질론은 결국 변 장관이 스스로 사의를 표명하면서 사퇴 수순으로 접어들었는데, 이날 정만호 국민소통수석의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수용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불과 이틀 전인 지난 10일 변 장관 경질 요구설은 사실무근이란 입장을 내놨던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12일 논평에선 “책임지라는 민심을 따른 적절한 조치”라며 환영 의사를 표했다.

문제는 부동산 문제가 대통령 국정 지지율에 내내 악재로 작용해온데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핵심 이슈란 점 때문인지 문 대통령은 변 장관의 사의 표명에 “2.4대책 차질 없는 추진이 매우 중요하다. 변 장관 주도로 추진한 공공주도형 주택 공급대책과 관련된 입법의 기초 작업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는 반응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보선 승리 여부가 차기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이렇듯 조건부로 사의를 수용하는 고육책을 내놓게 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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