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쳐드는 '국민의힘' 교만함, 국민의 원성이 들리지 않는가!

[임헌조의 핵사이다] 지난 3월 11일, KBS와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는 정치권을 술렁이게 했다. 특히, 국민의힘이 즐거웠을 것이다. 왜냐? 안-오 누구로 단일화해도 박영선을 이길 뿐만 아니라, 전국 투표층에서는 둘 다 박영선을 오차범위 밖에서 이긴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제일 먼저 ‘오세훈’의 모습과 태도가 달라졌다. 목소리가 더 커졌고 자신만만해졌다. 사뭇 기세등등한 모양새가 낯설 정도이다. 과연 이러한 흐름이 정말 ‘국민의힘’에 유리한 것일까? 새롭게 형성되는 ‘교만함’이 무저갱으로 이어져 있다면, 국민의힘은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또 잃게 될지도 모른다. 이번 ‘여론조사’를 분석해 보자

3월 8일부터 이틀간 총 800명을 샘플로 진행한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95% 신뢰수준, 최대표집오차 ±3.5%p)로, 조사기관인 한국리서치는 우리나라에서 사회여론조사 분야 탑(Top)을 달리는 곳이며 이번 보궐선거에서도 출구조사를 총괄한다. 그런 면에서 일단 정파적 이해를 떠나 믿을 만한 곳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 따르면 쉬는 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72.4%가 투표하겠다고 답했다.(‘아마 투표할 것이다(14.5%)’까지 합할 경우 86.9%) 젊은 층인 18~29세는 42.3%에 불과한데, 30세 이상은 70%를 넘어 연령대가 높을수록 80% 후반을 치닫는다. 직업군으로 보면, 주부(84.6%)-자영업(82.4%)-화이트칼라(74.6%)-무직/퇴직(67.3%)-블루칼라(61.5%)-학생(41.7%) 순이다. 이념성향은, 진보와 보수가 비슷하게 나왔고, 후보별로도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비록 보궐선거이지만 1년 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높은 관심과 투표율이 예상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핵심인 두 야권 후보 중 누가 더 단일 후보로 좋은가에 대해선 오세훈 38.4%, 안철수 38.3%로 거의 같은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이면에는 재미있는 결과들이 있다. 오세훈이 50대(42.1), 60대(50.4), 70세 이상(49.5)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았지만, 안철수는 18~29세(43.6), 30대(43.6), 40대(44.1)에서 상대적으로 지지세가 높았다. 뚜렷이 양분되는 경향을 보인다. 오세훈이 전통적인 보수진영의 지지기반에서 지지세를 유지했다면, 안은 국민의힘이 넘볼 수 없는(희망의 땅) 중원에서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이다. 더 눈길을 끄는 지점이 있다. 직업군으로 봤을 때다. 자영업,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주부, 학생, 무직(퇴직) 등 6가지 구분으로 나누었을 때의 결과다. 안철수는 적게는 3%에서 많게는 10% 이상 한가지 직군만을 빼고 모두 이기는 결과를 보였다. 바로 ‘주부’다. 오세훈은 주부층에서만 15%를 따돌렸다.(‘조국’이 잘생겨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지지하던 주부(여성)들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꺽이는 지점에서 ‘LH 땅투기’ 문제가 떠올랐다. 그 영향이 반사적으로 4.7 보궐선거에서 야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요컨대, 야당이 잘해서 승기를 잡은 것이 아니라, 여당과 현 정권이 실족하면서 유권자들의 표심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오세훈이 전통적인 보수층의 기반에서 지지세가 형성되는 것을 본다면, 안철수-금태섭 단일화를 통해 중원에 몰려있던 중도층과 반(反)국민의힘 경향의 보수층이 단일화 효과에 따라 야권에 유리한 정세를 만들어주고 있다고 평가해야 한다. 만약, 금태섭, 안철수 등이 시너지를 내면서 단일화에 동참하지 않았다면, 국민의힘은 희망을 꿈꿔보지도 못했을 거라는 사실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3년 전,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서울시의원, 구의원 선거에서 최대의 참패를 맛보았다. 극히 일부가 당선되어 지방의회는 거의 90도 가까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었다. 국민의힘 광역,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들은 1년 뒤로 다가온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사활을 걸고 뛰고 있다. 이들은 국회의원과 마찬가지로 자기 선거가 가장 중요하다. 서울시장도 대통령선거도 그다음이다. 나경원을 열심히 밀던 이들이 이제는 오세훈이 단일후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인가? 안철수가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으면, 자신들은 합법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시기에 선거운동도 못 하고 지나가면 내년을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절규다. 안철수와 오세훈이 이기고 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내년 대선과 나라의 운명을 가늠하는 여유나 역량을 이들에게서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바로 뺨 맞을 일인 것이다.

‘윤석열’ 변수가 어떻게 작용할지 아직은 분명하게 예단하기는 어렵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윤이 결코 국민의힘에 유리하게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되려 국힘당의 존재감 자체를 지우는 부정적인 효과를 자아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에 힘이 실린다. 마땅한 대통령 후보도 없는 국민의힘. 어떻게 굴러가서 자당 후보가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석권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등을 돌려 돌아섰던 유권자들이 다시 지지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지옥의 무저갱으로 빠져들 것이다. 잘한 것 하나 없이 전리품을 챙기고, 예전의 모습으로 거만하고 오만한 낡은 수구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5월 전당대회 이후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는 보게 될 것이다.

개개인의 욕망으로 뭉쳐진 정치권. 선거는 그 욕망을 해소하는 장치. 과연 하늘과 유권자의 뜻을 따른다면, 어느 후보가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가 되는 것이 마땅할까? 국민의힘은 과연 ‘힘’이 될지, ‘짐’이 될지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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