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후계구도 새삼 주목받는 사연

경영권 승계 문제는 재계의 화두 중 하나다. 오너 중심으로 움직이는 우리 기업 현실에선 당연하다. 그럼 재계 서열 5대그룹 후계구도는 어떻게 짜여지고 있을까. 잘 알려진 바대로 재계 1위 삼성그룹과 2위 현대차그룹, 5위 롯데그룹은 이미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 3위인 SK그룹은 40대인 최태원 회장의 나이를 고려할 때 너무 이르다. 때문에 관심은 자연히 4위인 LG그룹에 쏠린다. LG그룹 역시 구본무(62세) 회장의 나이나 부친인 구자경 명예회장의 활동 등을 놓고 볼 때 구본무 회장의 후계구도를 논하기 이른 감은 없지 않다. 하지만 재계에선 오너의 복심이 이미 황태자의 행보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LG그룹 4세대 경영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구광모 씨(29세·대리)가 경영수업의 첫발을 이미 내디뎠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가운데 LG그룹의 작은 지분변동이 시선을 모은다. <시사신문>이 사연을 따라가 봤다.


▲ 재계가 주목한 것은 구본능 회장의 희성전자 지분구조가 구광모 씨의 후계구도에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었다.
경영권 승계 초점 구광모 또다시 지분매입

친부 구본능 회장 (주)LG 지분도 관심 집중


재벌기업 경영권 승계 문제는 재계의 당연한 화두일 수밖에 없다. ‘편법 증여’, ‘부의 이전’ 등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세간의 시선을 한몸에 받기도 한다. 재계 수성인 기업들의 후계 문제는 특히나 관심의 대상이다.

이런 맥락에서 재계의 시선을 받고 있는 곳은 LG그룹이다. 삼성그룹이나 현대차그룹, 롯데그룹 등은 이미 후계문제와 관련해 여론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지만, LG그룹의 경우 그동안 상대적으로 평온함을 유지해 온 이유에서다. 지주회사 체제가 정착된 LG그룹은 경영권 지배 방식에서 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온 것이고, 순환출자 방식의 지배구조인 타 재벌기업보다 큰 무리수를 두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한 몫 했다.

LG그룹은 지주회사인 (주)LG가 사업자회사에 대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의 일정 지분을 소유하되, 사업자회사들 간에는 상호 주식보유를 하지 않는 단순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주)LG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주식을 보유하면 자연히 LG그룹 전체에 대한 경영권 확보가 가능한 셈이고, (주)LG의 지분이동만으로 시장 안에서 투명하게 승계 과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


구광모 ‘차기 총수’ 어떻게 풀까


때문일까. 재계에선 최근 (주)LG 대주주 간 지분 변동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LG그룹 황태자로 지목되고 있는 구본무 회장의 양자 구광모 씨와 친부(親父)인 구본능(58세) 희성그룹 회장이 지분 늘리기에 나선 것이 관심의 시작이다. 구본능 회장은 구본무 회장의 동생이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9월7일 현재 (주)LG 주식소유현황(보통주 기준)은 구본무 회장이 10.51%의 지분율로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이어 구본준 LG상사 부회장 7.58%, 구본능 회장 5.01%, 구본식 희성전자 사장 4.46%, 김영식 씨(구본무 회장 부인) 4.30%, 구광모 씨 3.94% 등 ‘구씨 일가’가 주요 대주주를 구성하고 있다. 구씨 일가와 그룹 소유 공익법인 등 특수관계인이 소유한 지분율은 49.86%에 달한다.

이 같은 (주)LG의 지분구조를 놓고 보면 단연 눈에 띄는 대주주는 구광모 씨다.

더구나 지난 8월31일과 9월3일 구광모 씨는 장내매수를 통해 1백80여만 주를 사들이며, 또다시 (주)LG 지분을 늘리고 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장기적인 포석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2003년 이전만 하더라도 (주)LG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던 구광모 씨는 2003년 1월 12만여 주(0.14%)를 사들이면서 이름을 알렸다. 그래도 이때까지는 구광모 씨에게 관심이 쏠리지 않았다. 그저 50여명에 달하는 특수관계인 중 한명일 뿐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구광모 씨가 2004년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달라졌다. 재계에선 구광모 씨를 두고 ‘LG그룹 신(新)황태자’란 별칭을 붙였다. 이때부터 구광모 씨는 (주)LG 지분을 꾸준히 늘려 현재의 지분율을 만들었다. 구인회-구자경-구본무로 이어지는 장자계승 원칙에다 양자로 입적한 구광모 씨의 지분 늘리기까지 이어지면서 재계로부터 경영권 승계와 관련, 초미의 관심을 받고 있다.

LG그룹은 구광모 씨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해 ‘논의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현재의 지분현황만 놓고 봐도 구광모 씨를 ‘차기 총수감’으로 보는 시각이 높다. 구씨 일가 등이 지배하는 (주)LG 구조에서 현재의 지분율만으로도 사실상 경영에 못 나설 이유가 없다.

하지만 확실한 후계를 굳히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최대주주 자리는 변동이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구본무 회장이나 LG그룹 차원에서 이 같은 문제를 외부로 내비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재계의 해석이 그렇다는 얘기다. 가족경영 차원에서도 굳이 빠른 시간 내에 후계 작업을 할 이유는 적어 보이는 상황이다.

다만 구광모 씨로의 경영권 승계가 훗날 이루어질 경우 누가, 어떤 방식으로 지분을 넘겨주겠냐는 것은 관심사다. 지금까지 구광모 씨가 늘려온 지분도 주식증여를 통해서였을 것이란 전망은 높지만 구광모 씨의 지분 형성 과정에 대한 정확한 내용은 공개된 적이 없다. 한마디로 실탄의 출처가 어디인 지도 관심인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구광모 씨의 친부인 구본능 회장의 역할에 재계의 눈과 귀가 모아진다. 구광모 씨가 아무리 형인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되고, 훗날 승계 과정이 구본무 회장 차원에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자식의 일에 무관심할 아버지가 어디에 있겠냐는 이유에서다.


구본능 회장, 후계 문제 역할 하나


한동안 재계가 주목한 것은 구본능 회장의 희성전자 지분구조가 구광모 씨의 후계구도에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었다. 희성전자는 구본능 회장과 구본식 부사장, 구광모, 구웅모(구본식 부사장아들) 등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이고, 이 가운데 구본능 회장은 42.1%, 구광모 씨는 15.0% 씩을 보유하고 있다. 실탄이 필요하다면 희성전자 지분 정리를 통해 가능하지 않겠냐는 게 골자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구본능 회장의 (주)LG 지분 변동도 관심으로 부상했다. 구본능 회장은 지난 8월9일 장내매수를 통해 1만2천 주를 확보했다. 사촌동생인 구본길 씨가 장내매도한 주식이다. 구본능 회장은 이보다 앞선 지난 7월12일에도 장내매수를 통해 1만2천6백 주를 사들였다. 이 역시 구본길, 구자영 등 구씨 일가에서 장내매도한 물량이다.

이런 주식 수는 구본능 회장의 총 지분율에 불과 0.02%에 해당한 작은 규모다. 하지만 구본능 회장이 미약하지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재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대목. 재계 호사가들의 분석처럼 구광모 씨로의 후계 과정이 이루어질 경우 구본능 회장의 지분이 실탄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이유에서다.

아무튼 시나리오는 시나리오일 뿐이다. 아직까지 LG그룹이 구광모 씨를 공식적으로 후계 선상에 드러내놓은 적도 없다. 다만 구씨 일가가 지주회사 체제가 안정된 마당에 LG그룹 후계 문제에 무리수를 꺼내들리 없고, 이런 이유에서 구본능 회장의 (주)LG 지분 등이 구광모 씨에게 힘을 실어주기는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이래저래 구본능 회장의 움직임이 주목받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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