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은 경남인데 지역구는 대구라는 ‘현실적 고민’?…4대 관문공항론 주장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최근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대구·경북 신공항을 이슈화하면서 TK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특별법 처리에 힘을 싣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히 홍 의원은 이를 적극 주도하면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선 소극적이고 무관심·무기력해 보인다고 비판하고 있는데, 지난 19일엔 페이스북을 통해 “부산은 여야가 힘을 합쳐 가덕도공항 특별법을 통과시키는데 TK는 모래알처럼 흩어져 아무도 TK공항 특별법 통과에 앞장서지도 않고 뭉치지도 않네요”라고 지적했으며 21일엔 “내가 발의한 대구신공항 특별법에 대해 야당의 김종인 위원장은 철저히 외면했고 주호영 원내대표도 민주당 원내대표와 협의 한 번 하지 않았다. 결국 남부권 관문공항은 가덕도로 확정됐고 TK신공항은 건설해본들 동네 공항이 될 수밖에 없는 동촌공항으로 전락했다”고 국민의힘에 직격탄을 날렸다.

다만 이미 국민의힘에서도 지난달 28일 추경호 의원을 대표로 대구·경북 신공항건설 특별 법안을 발의했던 데다 정작 홍 의원 역시 영남권 신공항과 관련해 그동안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바 있다는 점에서 무작정 제1야당을 비판만 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없지 않은데, 당장 지난 5일 대구 방문 당시만 해도 그는 대구를 지역구로 둔 의원들 중 유일하게 “대구 정치권이 반대한다고 가덕도신공항이 추진 안 되겠느냐. 반대만 한다고 대구에 혜택 오는 게 아니다”라며 가덕도신공항 찬성 목소리를 높인 바 있어 돌연 “결국 남부권 관문공항은 가덕도로 확정됐다”는 최근 반응은 고향과 지역구가 다른 자신의 상황을 의식한 게 아니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물론 홍 의원이 지난해 8월 24일 개최한 대구통합신공항 특별법 기자간담회 당시 “PK가 추진하는 가덕도신공항에 반대할 생각이 없다. 지역마다 거점형 관문공항 건설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던 데다 같은 해 11월 20일엔 대구사무실 기자회견을 통해 “군위·의성은 TK와 충청 일부를 포괄하는 관문공항이 되고 무안은 호남 전체를, 가덕도는 부울경을, 인천은 수도권 담당하면 대한민국은 골고루 발전할 것”이라며 4대 관문공항론을 주장해 TK신공항과 가덕도신공항은 양립할 수 없는 사업이 아니란 모습도 보여줬던 만큼 TK신공항에 힘을 싣는다고 해서 그게 당장 가덕도신공항에 대한 입장을 번복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홍 의원이 경남도지사를 맡고 있던 지난 2014년 8월 27일 당시엔 서병수 부산시장이 주장하던 가덕도신공항에 맞서 밀양 공항을 주장하면서 “부산, 경남, 울산, 대구, 경북 등 5개 지방자치단체가 공통으로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지역에 신공항을 만드는 게 맞다. 대구와 김해공항은 폐쇄돼야 하며 김해공항 터에는 산업시설이 조성돼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고 특히 가덕도신공항에 대해선 “상식적으로 공항 입지는 물구덩이보다 맨땅이 낫다”고 꼬집은 데 이어 가덕도신공항은 공항까지 가는 교통로 등 사회기반시설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반대했던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기존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오히려 지난 2016년 6월 14일 홍준표 당시 경남지사와 함께 밀양시청에서 긴급회동을 가졌던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K2공항과 남부권 신공항은 전혀 별개 문제”라고 주장한 데 이어 23일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과 함께 국회 소통관에서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도 “영남권신공항 추진 당시 김해, 밀양에 이어 최하위 평가를 받은 가덕도는 영남권 1300만명이 이용할 수 없는 부울경만의 공항이 될 것”이라며 “가덕도특별법은 민주적 절차에 따라 영남권 신공항으로 결정한 김해신공항 건설을 명분이나 합당한 근거도 없이 정치적 계산에 따라 뒤엎는 폭거”라고 일관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가덕도신공항엔 찬성한다는 홍 의원 행보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더구나 홍 의원이 주장하고 있는 4대 관문공항론의 골자는 지난해 20일 대구 기자회견에서 밝혔듯 “인천에 집중된 항공화물을 4대 도시로 분산하자는 것”이기에 난관이 적지 않은데, “수도권 중심 물동량이 지방으로 분산된다면 첨단산업의 지방 이전도 수월해져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면서 지역균형 발전이란 국내적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지만 전세계 주요 공항들이 경쟁적으로 허브공항화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시키는 상황에서 지난해 기준으로 국제화물 수송순위에서 인천공항으로 3위를 차지한 우리나라가 이 물동량을 지역공항으로 쪼개 분산시킬 경우 그나마 한 개 있던 물류 허브공항이 전무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이는 ‘물류’가 주류인 항만 순위 변화를 통해서도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는데, 과거 중국에서 오는 물동량까지 처리했던 부산항은 인천항과 평택당진항, 군산항, 목포항 등으로 대거 분산된 이후 2013년까지만 해도 5위였던 세계 주요 항만 컨네이너 물동량 순위가 지난해엔 칭다오에도 밀린 7위로 떨어졌고 이제는 중국 텐진항에게도 그 자리마저 위협받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어 만일 인천공항의 국제물류를 여러 개의 지방공항으로 분산할 경우 비슷한 현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의원이 4대 관문공항을 주장하고 있어 사실상 출신지역이나 지역구 민심을 우선 고려했다는 시각이 적지 않은데, 일례로 4대 관문공항으로 꼽은 대상 중 무안공항은 활주로에서 고추를 말릴 정도로 적자를 이어오고 있어 명목상으로는 지역거점 공항 필요성을 역설하지만 물류공항으로서의 적정성, 경제성 차원보다는 여대야소 구도 속에 여당 의원들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정치적 타협책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의혹 어린 시선은 거두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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