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끈한 與 이낙연 “재정의 주인은 국민”…홍남기 “이견사항이 확정된 듯 국민에 전달될까봐”

홍남기 경제부총리(우)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회의 모습 (좌). 사진편집 / 박상민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우)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회의 모습 (좌). 사진편집 / 박상민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문재인 정권을 곤혹스럽게 만든 내부 인사로 윤석열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에 이어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3번 타자로 등판하는 모양새다.

그동안 재난지원금을 전국민에 지급할지 여부 등을 비롯해 재정을 풀자는 여당 내 목소리에 제동을 걸었던 홍 부총리는 지난 2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4차 재난지원금을 선별, 보편적 지원을 모두 준비하겠다고 밝히자마자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로선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이에 격앙된 민주당에선 한층 확고하게 선별·보편 지원 병행 추진 방침을 굳힌 데 이어 홍 부총리에 사퇴 압박을 포함해 거세게 십자포화를 퍼부었는데, 당사자인 이 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재정의 주인은 결국 국민이고 국민 삶을 지탱해드리는 데 필요하다면 재정을 쓰는 것은 당연하다”며 “충분한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자고 정부에 거듭 제안 드린다. 당정협의에선 맞춤형 지원과 전국민 지원을 함께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하기 바란다”고 홍 부총리를 압박했다.

이 뿐 아니라 비공개 회의에선 홍 부총리가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력하게 제기되기도 했다”고 밝히면서 “앞으로 4차 추경에 필요한 재원 확보는 이 대표가 앞장서고 함께 당 지도부가 나서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반드시 관철시켜 나가야 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역설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최 대변인은 이 대표 연설내용을 반박했던 홍 부총리를 꼬집어 “기재부 내부용 메시지로 공개 반박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잘못된 행태”라고 일침을 가했는데, 한 발 더 나아가 설훈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서민의 피눈물을 외면하는 곳간지기는 자격이 없다”며 “기재부는 전쟁이 나도 재정건전성만 따지고 있을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인식이라면 물러나는 게 맞다”고 홍 부총리에 사퇴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이 같은 여당의 성토에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본회의 참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어제 이 대표의 연설을 들었는데 제가 공직생활하면서 가장 격조 있는 연설이었고 탄탄한 연설”이라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그러면서도 그는 “재난지원금과 추경과 관련해 이 대표 말씀 중 정부와 다른 이견사항이 국민들에게 확정된 것으로 전달될까봐 재정당국 입장을 제가 말씀드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홍 부총리는 민주당 안에서 사퇴 요구가 나왔다는 질문엔 침묵을 지키면서도 전날 입장에 변화가 없느냐는 질문엔 “제가 드리고자 하는 내용은 어제 SNS에 지금 말한 것처럼 많이 숙고하고 절제되게 표현 드렸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는데, 다만 당정 충돌의 전면에 서게 된 부담감은 상당했는지 울먹거리는 모습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편 청와대에선 문 대통령이 앞서 지난해 12월 8일 “경제팀이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 속에 올 한 해 경제운용을 잘해줬다. 내년에도 잘해주기 바란다”며 홍 부총리에 대한 재신임 입장을 밝혔음에도 또다시 재난지원금 지급 등 문제로 당정 갈등이 표출되자 최재성 정무수석이 3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경제부처와 여당은 이견이 늘 있어왔다. 이제 이견들을 조정하고 어떻게 할지 논의해야 한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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