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북한 원전 건설 의혹 진실공방 격화…판사 탄핵 놓고도 ‘장군 멍군’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월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대북원전 의혹 긴급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좌),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왼쪽부터), 류호정 정의당 의원,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임성근 법관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우). (공동취재사진)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월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대북원전 의혹 긴급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좌),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왼쪽부터), 류호정 정의당 의원,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임성근 법관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우). (공동취재사진)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여야가 2월 임시국회 시작부터 정부가 정작 탈원전을 추진한다면서 북한에는 원전 건설을 추진한 게 아니냐는 ‘북원추’ 의혹과 헌정 사상 최초의 법관 탄핵 처리 문제로 공방을 주고받으며 격돌하고 있다.

◆ 당청, 북원추 의혹에 野 겨냥 “북풍 공작, 법적 책임 묻겠다”

현재 정치권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사안은 산업통상자원부 직원이 감사원 감사 전 삭제한 ‘북한 지역 원전 건설 추진방안’의 추진 여부인데, 당장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선 국정조사와 특검 등으로 이번 사안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을 뿐 아니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심지어 ‘이적행위’라고 지적하면서 문재인 정부를 거세게 압박했다.

그러자 신희동 산업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지난 31일 브리핑에서 “2018년 4월 27일 1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한 이후 앞으로 남북 경협이 활성화될 경우를 대비해 산업부 부서별로 다양한 실무 정책 아이디어를 검토한 바 있는데 북한 원전 관련 문서도 에너지 분야 협력 아이디어 차원”이라며 “추가 검토나 외부 공개 없이 그대로 종결됐고 정부 정책으로 추진된 바 없다”고 해명했고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신경제 구상과 관련한 40여 쪽 되는 분량 속에서 긴급하게 검토해봤지만 원전의 ‘원’자도 없었다”고 북원추 의혹을 일축했다.

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낙연 대표가 산업통상자원부 보고서 서문에 ‘정부 공식입장이 아님’이라고 쓰여 있던 점을 근거로 “야당의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이고 문제 제기는 처음부터 가짜 쟁점이었다. 있지도 않은 북한 원전 건설로 공세를 펴고 있다”며 국민의힘에 역공을 폈고, 김태년 원내대표 역시 “북한 원전 건설은 국제사회 참여 없이 남북이 독단적으로 극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선거 때만 되면 북풍 공작을 기획하는 보수야당의 고질병”이라고 제1야당에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은) 정치적 책임은 물론 법적 대가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청와대 역시 지난 29일 강민석 대변인을 통해 “(김 위원장에) 정부는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1일엔 문 대통령까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구시대 유물 같은 정치로 대립을 부추기며 정치를 후퇴시키지 말기 바란다”고 우회적으로 김 위원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한 발 더 나아가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문 대통령이 2018년 4·27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북한 원전 건설 추진과 관련한 내용이 담겨 있을 것이란 의혹에 대해서도 “‘북한이 핵을 포기했을 경우 우리가 어떤 식의 경제 발전 구상을 준비하고 있다’는 부분들이지 원전 부분은 없었다. 에너지 협력 차원에서 북한의 수력이나 화력 이런 부분들은 들어가 있을 수 있다”며 “필요하다면 (청와대가 USB를) 공개해야 한다”고 적극 맞불을 놨다.

◆ 野 “북원추 국정조사·특검” 촉구…시민단체 ‘고소전’ 나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1일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공민식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1일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공민식 기자

반면 북한 원전 문건 의혹과 관련한 진상조사특별위원회도 구성하기로 한 국민의힘에선 주호영 원내대표가 1일 국회의장 주재로 민주당 김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청와대와 여당 측에선 단순히 실무자 아이디어 차원에서 한 것이라고 하지만 국민들이나 야당은 판문점 회담 이후 문건이 작성됐고 또 쉬는 날에 급히 들어가서 지운 사정이나 배경에 비추어볼 때 국민적 동의 없이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는 계획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가지고 있다”며 “서로 정치 공방만 할 게 아니라 국회가 국정조사를 해서 명백히 밝히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여기에 박병석 국회의장까지 “원전 관계에 대해선 사실관계 문제니까 팩트를 빨리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민생 문제가 심각하고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진상규명해서 조속히 진정되는 게 좋겠다”고 입장을 내놨으나 김 원내대표는 이미 “이미 다 설명됐고 해명됐다. 새삼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국정조사 요구 등을 일축했는데, 같은 날 유승민 전 의원은 “청와대와 산업부의 해명이 진실인지부터 규명해야 한다.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문 대통령은 북의 비핵화가 곧 실현될 거라는 환상에 빠졌는데, 비핵화 대가로 경수로 건설을 재개하고픈 생각에 원전 검토를 지시하지 않았느냐가 핵심”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유 전 의원은 당청의 해명내용을 들어 “대통령 지시는 없었는데 산업부 공무원이 혼자 만들어본 거란 얘긴데 산업부 공무원들도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월성 1호기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 되느냐란 대통령 말 한 마디에 산업부가 경제성 조작하고 가동 연장 주장하던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과장은 장관으로부터 ‘너 죽을래’란 욕설까지 듣고 보고서를 수정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나 장관 지시 없이 공무원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북한 원전 관련 문건을 17개나 만들었다면 정말 신이 내리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급기야 보궐선거 출마 후보들까지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안과 관련해 문 정부 압박에 나섰는데, 앞서 31일 나경원 전 의원은 탈원전 반대 시민단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은 자신 있으면 2018년 4·27 정상회담 당시 도보다리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밝혀라”라고 촉구했으며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같은 날 기자회견을 통해 “비겁하게 또 박근혜 정부 타령을 하고 있는데 진정 떳떳하다면 정권 명운을 걸고 국정조사는 물론 특검도 직접 요청하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1일엔 국민의힘 초선의원들도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여당 주장이 사실이면 의혹을 제ㅣ한 야당을 고발해 법의 심판을 받게 하면 된다”면서 아예 배수진을 쳤다.

다만 고발은 먼저 시민단체를 통해 벌어졌는데,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1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김 위원장은 국회의원도 아니므로 면책특권 대상도 아니다. 허위사실을 공표하고 이를 오는 4월 재보궐선거에 악의적으로 활용하려 한 김 위원장을 명예훼손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힌 뒤 고발장을 제출했으며 같은 날 앞서 자유대한호국단은 탈원전 반대 및 민간인 사찰에 대한 직권남용과 강요 혐의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및 관련 공무원들을 검찰 고발하는 등 이미 법적 공방은 원외에서부터 시작된 모양새다.

◆ 與, 판사 탄핵소추안 제출…국민의힘 “대법원장 탄핵소추 논의”

1일 김명수 대법원장 탄핵 추진 논의 관련 의총 결과를 밝히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좌)와 국회 소통관에서 임성근 판사 탄핵소추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사포커스TV
1일 김명수 대법원장 탄핵 추진 논의 관련 의총 결과를 밝히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좌)와 국회 소통관에서 임성근 판사 탄핵소추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사포커스TV

이처럼 제1야당에서 ‘북원추’를 고리로 대대적인 공세를 이어가자 민주당은 다른 한편에서 헌정 사상 최초의 판사 탄핵안 처리를 본격 추진하며 정국 이슈 전환에 나서고 있는데, 민주당 이탄희, 정의당 류호정, 열린민주당 강민정,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1일 국회에서 “오늘 국회의원 161명은 정당과 정파 구별을 넘어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책무를 다하기 위해 사법농단 헌법위반 판사 임성근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다”고 밝힌 뒤 국회 의안과에 임 판사 탄핵소추안을 공동 제출했다.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 첫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장이 보고하고, 24시간 뒤부터 72시간 내에 무기명 투표로 표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소추안은 오는 2일 본회의에서 보고된 후 대정부질문 첫 날인 오는 4일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관측되는데, 비록 여당이 당론 차원에서 추진한 사안은 아니라지만 과거 사례와 달리 이번엔 가결정족수 151명을 훌쩍 넘기는 161명이나 동참한 만큼 국회에서 부결될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이들은 세월호 7시간 의혹 관련 칼럼을 썼었던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사건과 2015년 쌍용차 집회 관련 민변 변호사들에 대한 체포 치상 사건 등에서 판결 내용을 임 부장판사가 사전 유출하거나 유출된 판결 내용을 수정해 선고토록 지시했음에도 현재까지 어떤 징계도 받은 바 없다면서 탄핵 소추 필요성을 역설했는데, 심지어 이 의원은 탄핵소추안 접수 직후 기자과 만나 “국민의힘 소속 젊은 의원들도 몇 분 뵈었는데 탄핵 소추 정당성에 대해선 어느 한 분도 반대하는 분이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리어 국민의힘에선 동참은커녕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 발의를 논의하겠다면서 강공으로 나왔는데, 주 원내대표는 1일 오후 의원총회에서 범여권의 판사 탄핵 움직임에 대해 “사법부에 족쇄를 채우기 위해 2월 말 퇴임 (임성근) 법관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사법부 길들이기이자 협박용”이라고 지적하면서 “우리 당은 정권 입맛에 맞는 대법원 판결을 쏟아내고 대법관 전원이 고발된 김 원장에 대한 탄핵소추 발의를 논의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러면서 주 원내대표는 “대법원 인사권을 남용한 코드 인사 등 김 대법원장 탄핵을 위한 자료를 모으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 독립, 중립성을 훼손했고 이를 방치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역설한 데 이어 의총 직후엔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는 여러 달 전부터 준비해오고 있던 상황이다. 지도부의 법조 출신 의원들과 상의해 지도부에 일임하기로 했다”고 추진 의지를 재차 분명히 했다.

여야가 제각기 대상을 달리해 사법부 탄핵을 통해 ‘장군 멍군’을 이어가는 가운데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한 범여권의 임 판사 탄핵소추안이 먼저 국회 문턱을 넘는다고 해도 헌법재판소에서 9명의 재판관 중 6명 이상이 동의해야 최종 확정되는 만큼 정치권의 이목은 벌써부터 헌재로 쏠리고 있는데, 민주당에선 홍영표 의원이 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와의 인터뷰에서 ‘헌재의 탄핵 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본다”고 낙관한 반면 국민의힘 주 원내대표는 같은 날 “헌재에서 탄핵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없다”고 전망하고 있어 2월 국회 서전에서 여야 중 어느 쪽이 웃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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