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판사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탄핵소추 추진 허용”…국민의힘에선 강력 성토

류호정·용혜인·강민정·이탄희 의원이 법관탄핵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류호정·용혜인·강민정·이탄희 의원이 법관탄핵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검찰개혁을 역설해오던 더불어민주당이 이제는 사법개혁을 내세우면서 개별의원이 발의하는 형태로 임성근 판사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고 있어 헌정 사상 최초의 법관 탄핵안 가결이 이뤄지는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임 부장판사는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 신문 기자의 재판을 앞두고, 판결 내용을 사전에 보고 받은 뒤 수정했다는 직권남용 혐의를 받았었는데, 이에 대해 지난해 2월 1심에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는 있으나 직권남용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 받았음에도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28일 정책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헌법 위반 혐의를 받는 임 부장판사에 대한 의원들의 탄핵소추 추진을 허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임 판사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요구를 위축시키기 위해 외신기자의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재판에 개입해 판결문 수정을 요구하는 등 담당판사의 재판 독립성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며 “법원은 1심에서 임 판사에 무죄를 선고했지만 임 판사의 행위가 위헌적이란 것은 판결문에서 6차례 언급했다. 법원에서 위헌적 농단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저희는 고심 끝에 탄핵소추를 인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당초 이탄희 의원은 판사 2명(임성근·이동근)의 탄핵소추를 준비했으나 잘못이 현저한 임 판사만 소추하는 것으로 이 의원 스스로 조정했다. 소추까지의 과정은 국회법에 따라 진행되고, 소추 이후 과정은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는데,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동의로 발의돼 재적 의원 과반이 찬성해야 의결되지만 이미 정의당과 열린민주당, 기본소득당 등 범여권 107명의 의원이 찬성하고 있는데다 여당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탄핵안 발의와 의결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법관탄핵 시도는 지난 1985년 불공정 인사 논란에 휩싸였던 유태흥 전 대법원장과 2009년 광우병 촛불집회 재판 개입 의혹을 받은 신영철 대법관 등 2차례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전자는 재적 과반에 못 미쳐 부결됐으며 후자는 발의안에 대한 표결이 72시간 이내에 이뤄지지 않아 자동 폐기되는 등 국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었는데, 이번엔 헌정사상 최초로 법관탄핵 소추안을 의결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보니 이에 대한 정치적 부담감이 적잖은 민주당에서도 임성근 판사 1명만 올리기로 조정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비록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다고 해도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동의하지 않으면 파면은 불발되지만 일단 여당에서 검사에 이어 판사까지 압박하기 시작하자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선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4·7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이번 사안에 적극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는데,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기진영에 불리한 판결을 하는 판사들을 대놓고 위협해 길들이고 재갈을 물리겠다는 게 아니면 무엇이겠나. 당론은 아니라고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인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며 “이들은 이제 삼권분립과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의 목줄마저 죄고 있다. 이 안하무인의 오만한 민주당 폭주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국민과 서울시민 여러분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이 뿐 아니라 나경원 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권이 극단적으로 독재 본색을 드러낸다. 사법부마저 이제 친문권력 아래 꿇리겠다는 건데 문 정권의 비리, 부패, 탐욕을 막을 수 있는 최후의 장치가 재판부이기 때문”이라며 “판사탄핵의 시계가 빨라진 것은 분명 최강욱 의원 1심 재판에 대한 앙갚음으로 보인다. 판사의 손발마저 정치권력에 의해 묶이면 문 정권은 거침없이 독재의 길로 내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부산시장에 출마한 박민식 전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여당에서 법관을 탄핵할 모양인데 무죄 받은 사건으로 탄핵 깜도 전혀 안 되고 한 달 내 퇴직할 사람으로 실효성도 없다. 한마디로 법원에 대한 시범케이스 보복이며 최후통첩인데 김경수·정경심·최강욱 재판, 윤석열 직무복귀, 정직집행정지 등 사사건건 여당의 기대를 배신했던 법관들에 대해 본보기를 한 번 보여주자는 것”이라며 “180석 위력을 느끼면서 재판하라는 무언의 압력임에 틀림없다. 앞으로는 문 정권과 코드 안 맞는 판결 내리면 참지 않겠다는 공개적 겁박인데 검찰, 법원, 감사원 같은 권력 감시기관들을 군기 잡아 장악해가는 군사작전 같다”고 비판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오신환 전 의원은 “민주당이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 받고 있는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 방침을 정했다. 역풍이 불까 두려워 당론으로 추진하진 않고 의원들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했다는데, 후폭풍이 두렵고 책임지는 것이 싫으면 아예 시작을 말아야 한다”며 “사법부 길들이기가 아니라 사법정의 바로세우기가 분명하다면 뒷골목에 숨어서 하지 말고 당의 이름을 걸고 하라”고 민주당에 촉구했다.

반면 이 같은 야권의 성토에 민주당 설훈 의원은 29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나라 같은 경우 미국만 봐도 15차례 탄핵 소추가 됐다. 일본도 9차례 된 사례가 있고 영국 같은 나라는 1년에 20~30명씩 판사가 파면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한 번도 판사를 탄핵한 사례가 없으니 판사들이 법과 헌법에 위반돼도 그냥 지나가는데 180석을 국민들이 우리 민주당에게 준 부분은 이런 잘못을 시정해내란 뜻”이라고 반박하고 있어 헌정 사상 최초의 법관 탄핵이 실제로 강행될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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