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vs정동영, 거친 기싸움 누가 이길까

민주신당 손학규 대선 예비후보가 요즈음 침묵을 지키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안다리를 걸었다. "열린우리당 문 닫게 한 장본인이 노대통령 아닌가. 노대통령은 민주신당 당원도 아니다. 노대통령은 제발 대선판에서 한발 비켜서 달라"며. 근데, 손학규 후보는 왜 갑자기 노무현 대통령을 걸고 넘어지는 것일까.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8월 31일 피디(PD)연합회 초청 강연에서 "요즘 정치가 가관이다. 김영삼 대통령의 3당 합당을 그렇게 비난하던 사람들이 그쪽에서 나와서 범여권으로 넘어온 사람한테 줄서 가지고 부채질하느라고 아주 바쁘다"며, 손학규 후보를 지지하는 정치인들을 비아냥거린 데 따른 맞대응이라 볼 수 있다.

손학규 후보가 노대통령의 말에 마빡을 들이민 것은 지난 3월 한나라당 탈당 뒤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대해 손후보 쪽 우상호 대변인은 "앞으로도 계기가 주어지면 적절한 방식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노대통령이 손후보를 비꼬는 듯한 말을 내뱉으면 '가만 있지 않겠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손후보는 2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이 (대선 판도에) 끼어들면 끼어들수록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올라가고 우리 민주신당 후보들 표는 깎인다. 만에 하나라도 이번 대선에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하겠다면 그건 사양한다. 영어로 노 생큐다"라며, 노대통령을 향해 거침없는 말을 내뱉었다.

이와 함께 손후보는 대통합민주신당 예비경선을 하루 앞둔 2일 정동영 예비후보와 날선 말싸움을 벌였다. 손후보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범여권이라는 게 도무지 실체가 뭐냐"며, 이른 바 '정통성'을 되뇌는 정동영 후보를 겨냥 "대선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이삭이나 줍고, 부스러기나 챙기려는 사람"이라고 거칠게 비꼬았다.

이에 대해 정동영 후보 쪽은 즉각 손후보를 '(민주신당) 손님'으로 못박으며 "주인집의 가훈과 족보를 파내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후보 쪽 김현미 대변인은 손후보에 대해 "민주 개혁 세력을 대표할 수 없는 부적격자"라며 "한나라당의 이삭이나 줍고 부스러기나 챙기려고 하는 사람은 이명박 후보를 이길 수 없다"고 거세게 꼬집었다.

김현미 대변인은 이어 "이번 대선에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사양하겠다"는 손후보의 말에 대해 "한나라당 사고 방식의 연장선"이라며 "민족의 문제를 선거의 유불리와 연계시켜 사고하는 발언이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하등 다를 바가 없다"고, 손후보를 향해 거친 말총을 쏘았다.

이에 앞서 정동영 후보는 이날 점심을 겸한 기자 간담회에서 "한나라당식 사고와 철학에 대해서는 철저히 검증하겠다"며, 손학규 후보의 옆구리를 찔렀다. 정후보는 이와 함께 손후보 쪽을 비아냥거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도 "대선 개입으로 비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계의 눈초리를 드러냈다.

'한나라당 15년 전력'에 대해 "제가 한나라당에 있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마음 상했던 분들이 많이 있었던 것을 알고 있다. 그분들께 마음의 빚을 갖고 있고, 대선 승리를 통해서 그 빚을 꼭 갚겠다"며 사과의 뜻을 밝힌 손학규 후보. 과연 "대선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이삭이나 줍고 부스러기나 챙기려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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