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쉬워 '수수료 인상'이지

비씨카드와 이마트간의 시작된 카드 수수료 인상 갈등이 주요 대형할인점과 홈쇼핑, 이동통신업계 등 여타업종으로까지 번지는 전면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안 그래도 힘든 상황에 자사의 이익만을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고, 소비자들은 그 계산법에 의해 이래저래 휘둘리게 되는 약자가 되어 버렸다. 수수료 분쟁 어디까지 가나 이번 사태의 발단인 비시카드와 이마트간의 분쟁은 실무자간 협상을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대해 비씨카드는 이마트 65개 점포를 대상으로 종전 1.5% 였던 수수료율을 9월 1일부터 가맹점 수수료를 이마트 점포별로 2.0∼2.35%까지 인상된 수수료율을 적용하기로 확정했다. 이마트도 "비씨카드 등 카드사들이 출혈경쟁으로 초래한 경영부실을 가맹점에 떠넘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수수료 인상시 가맹점 계약을 곧바로 해지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KB카드도 현행 1.5%인 할인점 수수료를 8월말께 2.2%로 인상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까르푸, 월마트 등 5개 할인점에 전달했다. 실제 비씨와 KB카드에 이어 LG카드도 이마트를 비롯한 주요 할인점에 대해 1.5%이던 가맹점 수수료를 업체별로 2.2∼2.5%로 인상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주 말 보냈다. 삼성카드도 9월부터 가맹점 수수료를 2.4%로 올리겠다는 인상안을 롯데마트에 통보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장 카드결제대금이 많은 추석을 한 달여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터져나온 일이라 소비재 구매에 대한 걱정과 함께 이래저래 울상이다. 수수료 분쟁은 홈쇼핑에까지 불똥이 퉜다. 최근 현대홈쇼핑 등 홈쇼핑업체들은 수수료를 인상한 KB카드에 맞서 무이자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공문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KB카드는 지난 7월 초 LG홈쇼핑을 비롯해 현대홈쇼핑, 우리홈쇼핑 농수산 등 홈쇼핑 4 개사에 대해 2%이던 수수료를 2.4∼2.5%로 인상하겠다고 통보했고, 이 중 일부 업체에 대해 수수료를 올렸다. 비씨카드와 삼성카드 등도 8월 초 홈쇼핑업체를 상대로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LG홈쇼핑은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는 KB카드에 "수수료를 재조정하지 않으면 무이자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같은 강경 대응방침을 정하게 된 배경에는 신용카드 결제 비율이 약 90%에 달하는 홈쇼핑업체들이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카드사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 요구는 장사하지 말라는 얘기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SKT KTF LGT 등 이동통신업계 또한 KB, 삼성, LG 등 카드사로부터 수수료율을 기존 1.5%에서 2.1∼2.5% 올리겠다는 통보를 받고 반발하고 있다. 카드업계 또한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가맹점 수수료 원가인 4.7%보다 턱없이 낮은 유통업체에 대해 수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에는 요지부동이다. 일은 벌어졌고, 수습은 언제쯤 최근의 전개되는 상황을 들여다보면 이번 카드사와 유통업계간의 분쟁이 이마트를 비롯한 대형할인점과, 홈쇼핑업계, 이동통신업계 그리고 일반 가맹점까지 카드사와 전면전을 치르는 듯 보이지만 사실 이마트와 비씨카드사의 분쟁이 해결된다면 극심한 사태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인상 문제는 지난 7월부터 가맹점별로 추진해 왔으며 이마트 등이 포함된 대형 할인점업계를 제외하고 여타 업종은 이미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도 "대형 할인점, 홈쇼핑, 온라인 쇼핑몰 등 유통업계 전체가 수수료 인상에 강경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대부분 업체는 이마트와 비씨카드간 협상이 타결되면 뒤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결국 카드사와 가맹 유통업계의 장삿속이 들어나면서 "제 살 깎아 먹기식"의 분쟁을 치르고 있지만 핵심은 이마트와 비씨카드간의 갈등 해결이 주요 변수라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의 미지근한 대응에 시민단체가 나섰다. YMCA가 카드사와 가맹 유통업체간 수수료 분쟁 해결을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YMCA는 8월25일 성명서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여신금융협회와 가맹점단체협의회가 수수료를 협상하는 것은 가격 경쟁을 제한하는 부당한 공동행위라는 입장을 밝혔고, 금융감독원도 개별 카드사와 가맹점간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고 개입하고 있지 않다"며 정부는 시장자율의 해결을 강조하고 있으나 사실상 적절한 정책수단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서민의 마음도 모르는 매정한 사람들 카드사와 가맹점간의 일련의 사태는 2001년 12월 정부가 정책적 차원에서 내놓은 '가맹점 공동망 이용 자율화' 조치로 규제완화와 자율경쟁 강화, 가맹점 수수료 인하 촉진 등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상황이라 정부에 조속한 대응이 아쉽기만 하다. 현재 가맹점 해지사태까지 거론되고 있는 시점에서 말 그대로 시장자율에 맡긴다는 정부태도는 너무 무책임하게 까지 느껴진다. 대통령까지도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인하여 어려워진 경제를 직접 챙기겠다고 나서는 판국에 이번 분쟁과 관련 정부부처에서는 이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관련 법규 위반여부와 부당 담합행위 여부 등에 대해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진심으로 바라건대 카드사와 가맹점 양측에게는 합리적 해결방안 모색을 통해 "고객의 입장에서 배우겠다"는 말보다는 실천이 선행되는 기업윤리가 사회에 뿌리내리기를 기원한다. 만약 이번 분쟁이 법정 싸움으로까지 비화되어 장기화된다면 카드사와 가맹점 양측은 또 하나의 경제적 짐을 서민들에게 지우는 셈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접하는 대다수 국민들은 이렇게 묻는다. "그대들은 요즘 서민들이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것을 알고도 그럴 수 있느냐?"고 말이다. 이석기 기자 lsk3187@sisa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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