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 '폐결핵 환자'가 근무중?
지하철에 '폐결핵 환자'가 근무중?
  • 이문원
  • 승인 2004.08.2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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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철도공사 폐결핵 환자 방치...장암역 결핵균 감염 우려
1993년 12월에 수정, 결정된 법정전염병은 모두 28종. 그 중 '결핵'은 '성병', '매독', '나병' 등과 함께 제 3종 전염병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그 가운데서도 '폐결핵'은 전염성이 유난히 높아 일정 기간 격리 및 특수관리가 필수적인 병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문제는 '폐결핵'을 일으키는 병균을 어떻게 관리하느냐 하는 점일텐데, 일반 사회생활 속에서 불가피하게 벌어지는 폐결핵균에의 노출은 어느 정도 감안할 수도 있겠지만, 일반 시민들이 빈번하게 이용하는 공공시설에 폐결핵 환자를 배치/업무시키는 일은 말 그대로 '얼토당토 않은 일'이라고 밖에 볼 수 없으며, 그것도 당사자의 폐결핵 진단 사실을 해당 기관이 이미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시설에서의 근무를 묵인/강제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그러나 이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 현재 도시철도공사에서 관리하는 지하철 7호선 내에서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 재검까지 3개월 간은 지하철에서 근무...대안은 없나? 현재 지하철 7호선 장암역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중인 추장수(22)씨가 '폐결핵' 증세로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에 입원한 것은 지난 7월 3일. 두 달간 감기를 심하게 앓다 병세가 심상치 않음을 느껴 병원을 찾은 것이 전염병 발병을 인지하게 된 계기였다. 문제는 추씨가 폐결핵 진단을 받은 이후부터 벌어졌다. 전염성이 심한 병이어서 바로 의가사제대를 신청한 추씨는 '산소호흡기 착용시'에만 의가사제대를 인정하겠다는 희한한 응답을 받았고, 추씨의 남은 복무기간인 6개월 내로 재검을 받아 4급 판정을 얻어야만 정상적으로 의가사제대가 인정 - 추씨가 폐결핵으로 4급을 받으면 3종목 4급으로 5급 면제판정을 받게 된다 - 된다는 것이었다. 재검까지는 통상적으로 6개월이 걸리는 상황이기에 재검 신청이 아무 의미가 없다 생각한 추씨는 군의관과의 협의 끝에 '3개월 뒤 재검'을 확정받았으나, 문제는 재검까지의 3개월 간 지하철에서의 근무를 계속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은 점이었다. 추씨가 당시 근무하던 6호선과 7호선의 환승역인 태릉역에서 맡고 있던 일은 '시설경비'. 이는 승강장에 서서 승하차객의 안전을 점검하고, 막차 시간에 이르면 지하철 내에서 잠든 취객이나 행려병자들을 귀가시키는 일로써, 지하철 이용객들과의 직접적인 신체적 접촉이 불가피한 업무에 속한다. 추씨가 계속해서 이의를 제기하자 도시철도공사 측에서는 추씨를 '보다 한산한 역'인 7호선 장암역에 배치시키는 조치를 취했고, 이 정도로 여러 위험성은 물론 추씨의 개인적인 건강 사정에 대해 '할만큼 다했다'는 입장만을 표명하고 있다. 추씨는 여전히 7호선 장암역에서 태릉역에서와 같은 시설경비 일을 계속하고 있다. '군인'과 전연 다른 '공익근무요원', 치료도 책임도 모두 본인 소재? 이에 대해 도시철도공사 비상계획실 조병완 대리는 "폐결핵의 전염성은 2∼3주 정도가 지나면 완전히 사라지므로, 전염의 문제에 대해선 염려할 것이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추씨의 담당의사조차도 '활동성이기에 전염성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확신이 나올 수 있는지 알 수 없으며, 또한 추씨는 현재 저하된 몸상태로 인해 체중이 35kg까지 떨어진 특수한 상태여서 '2∼3주면 전염성이 사라진다'는 일반적 사례를 적용시키기엔 무리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추씨가 지난 8월 9일에 받은 엑스레이 검사 결과는 처음 검사를 받았던 7월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 마디로, 서울지방병무청은 아직 전염성이 완전히 사라졌다 장담할 수 없는, 이미 '폐결핵 진단'이 나온 환자에게 불필요한 '3개월 간의 치료기간'을 부여하여 불상사가 일어날 '틈'을 마련해주고 있으며, 이에 도시철도공사는 해당 환자에게 시민과 직접적인 접촉을 갖는 업무를 연속시켜 상황을 극단적으로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기자는 여기서 추씨의 경우와 정확히 일치되지는 않는 의문을 품어보았다. 만약, 폐결핵에 걸린 환자가 어떤 이유 - 흔하게는 치료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들 수 있겠다 - 로건 치료를 중단하게 되었을 경우, 다시 말해 치료 불이행으로 인해 '전염성'이 극대화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을 경우, 이에 대해 도시철도공사 측과 서울지방병무청 측은 과연 어떤 식으로 대처할 것인가? 이런 의문에 대해 도시철도공사 측은, "지금껏 그런 경우를 보지 못했다. 치료를 하지 않으면 자신이 죽는데 치료를 중단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라며 오히려 반문을 해왔고, "그런 경우가 만일 닥치더라도 우리 측에서는 어떤 식으로건 치료를 강제할 수가 없는 입장"이라고 마지못해 밝혔다. 이에 대해서는 서울지방병무청 측의 입장도 매한가지다. 서울지방병무청 소집과 강준구 복무관리팀장은, "현재 군복무 중인 일반사병들의 경우 병이 발병하면 군에서 직접 군병원으로 이송시켜 치료를 해주고, 관리가 철저히 행해지고 있지만, 공익근무요원은 이런 철저한 관리가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라며, "만약 그런 불상사가 일어난다 하더라도 해당 공익근무요원에게 치료를 유도하고 권유하는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공익근무요원은 군과 군에서 지정한 해당기관에서 관리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일반시민'에 속하기에 강제성을 부여할 수가 없다는 이야기다. 이는 멀기만 한 이야기가 아니다. 추장수씨 역시 어려운 형편에 매달 폐결핵 치료비를 개인이 부담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이는 식사비와 교통비 등의 조로 소정 지급되는 공익근무요원의 급여로는 감당조차 할 수 없는 액수여서 경제적 부담이 심각한 상황이다. 언제 치료를 중단할 지 모르는 이런 곤혹스런 경우에도 해당 기관에서는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고, 그렇다고 의가사제대를 시키는 일도, 일정기간 동안 업무를 중단시키고 격리치료 조치를 내리는 일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업무는 업무대로 해야하고, 시민들과의 접촉을 피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업무지정을 내리기도 꺼려하며, 그저 '보다 한산한 곳'으로 보내주는 정도 외에는 해당 기관이 추씨와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해 준 일이 없는 셈이다. 보다 적극적인 조치, 왜 불가능한가? 추장수씨의 특수한 경우에 대해 도시철도공사 측은 기묘한 의견을 제시해왔다. "그렇게까지 자신의 상태가 염려된다면 병치료로 인한 휴가를 신청하면 된다. 우리도 이런 방침을 추씨에게 제시했지만, 병치료 기간만큼 제대가 늦어지는 관계로 추씨 쪽이 오히려 이를 거절했다. 결국 군에서 빨리 제대하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본인이 이런 상황에 이르게 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추씨 측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완벽한 치료까지는 약 9개월이 걸린다. 현재 생계부터가 걱정이고, 얼른 제대해서 일을 시작해야 한다. 당국에서 조금만 배려를 해주면 모두가 편안해질 수 있는 상황인데 왜 원리원칙만을 고집하는지 모르겠다"는 것. 어찌보면 서로 간의 이기심이 상충하고 있는 모습으로도 보일 수 있지만, 이에 대해 강준구 복무관리팀장은 일반 사병의 예를 들어 이를 다른 시각으로 해석한다. "물론 복무 도중 걸린 병의 치료기간을 군복무 기간에 포함시키는 것이 좋을 것이다. 실제로 일반 사병들의 경우, 그런 식으로 병치료와 복무기간 간의 관계가 설정되어 있다. 그러나 공익근무요원은 그 병이 복무과정에서 걸렸는지, 아니면 복무시간이 끝난 후 사생활 중에 걸렸는지를 판가름하기가 어려우며, 또 병 치료기간을 군복무 기간에 포함시켰다가는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나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여러 가지 딜레마와 복잡한 사정이 얽혀있는 문제이기에 이를 풀어나가는 일도 복잡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적어도 시민들의 안전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문제를 놓고 '제도상의 문제'에 의해 왈가왈부할 상황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추장수씨의 희망대로 치료기간을 복무기간에 포함시키는 일이 부적합하다 여겨진다면, 추장수씨 개인으로는 더 피해가 큰 조치, 즉 '강제로라도' 추장수씨를 업무로부터 격리시켜 치료받게끔 조치를 취해야할 것이며, 이런 조치는 어찌 보면 공공시설을 책임지는 기관, 국방의 의무를 이행시켜 국민의 안녕을 보장하는 기관으로써 당연한 '의무'에 속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강제성'을 부여하는 조치가 취해진다면, 당연히 그에 따른 비용상의 문제 등 제반사항은 해당기관이 책임져야만 할 것이며, 여기서 또다른 종류의 딜레마가 탄생하고 마는 것이다. 추장수씨는 본지와의 인터뷰 도중, "내게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장담하는 사람들 중, 단 한 명이라도 나와 같은 수저를 쓰며 국을 떠먹을 수 있겠는가?"라고 대뜸 반문하고는, "나도 괴롭고, 나와 같이 근무하는 분들도 괴롭고, 모두가 괴롭고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왜 이토록 모두가 고통스러운 상황, 위험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을까. 해답은, 어디에서도 명쾌히 들을 수가 없었다. 모두가 각자의 문제점과 딜레마에 휩싸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뿐. 이는 여러 딜레마에 시달려 아무런 조치도 내리지 못하다 큰 사건이 터지고 난 뒤에야 뒷수습에 열중인 우리 빈약한 행정의 정확한 예시가 아닐 수 없으며, 가장 두려운 것은, '큰 사건'은 이미 터진 것일지도 모른다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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