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역사교육 본받아야

선진국의 역사교육 본받아야 최근 중국과 일본의 한국사에 대한 왜곡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국사 교육은 뒤안길을 걷고 있는게 현실이다. 역사 교육의 바른 길은 역사 자체에 대한 관심의 확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사 교사가 교과의 내용인 역사 전개 과정과 사실 관계를 정확하고 폭 넓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역사학 및 역사 교육의 저변 확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프랑스, 미국, 일본 등과 같이 국가 정책적으로 중등 역사 교육을 중시하는 풍토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이 “자신의 역사를 가르치지 않는 국민은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한 국민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역사는 국가차원에서 중시되고 있다. 그래서 프랑스의 교육과정에서는 인문계와 실업계를 통털어 6세부터 18세에 이르는 의무교육의 전 과정에서 역사과목이 필수과목이며, 이러한 전통은 이미 프랑스혁명 이후 1814년부터 지속되어 오고 있다. 또한 미국의 역사 교육은 19세기 이래 전통적으로 사회과목의 중심에 놓여 있다가, 20세기 1910년대에 사회경제사와 현대사를 강조하고 사회과학과의 연계성을 추구하여 교육의 사회적 효율성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된 이후 퇴조하여갔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이후 그 실패를 인정하게 됨으로써 다시 역사가 중심이 된 초ㆍ중등 사회과 교육과정, 또는 사회과로부터 역사의 독립 등이 주장되면서 역사교육을 강화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 일본은 패전 이후 미국의 사회과 교육과정을 참조하여 사회과라는 하나의 틀 속에서 역사, 지리, 정치, 경제, 윤리, 등을 가르쳤으나, 학문의 계통상 지리ㆍ역사 등은 사회과의 다른 과목과 통합되기 어렵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었다. 그리하여 1989년에 새로이 고시된 ‘신학습지도요령’에서는 사회과가 폐지되어 지리역사과와 공민과로 분리되고, 일본사에 대한 교육은 별다른 지정 없이도 충분하다는 인식아래 세계사가 필수과목으로 지정됨으로써 역사교육의 지위가 크게 향상되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사회과 교육의 공통성을 중시하던 과거의 미국식 사회과 모델을 아직까지 고수하고 있어서 많은 문제점을 남기고 있는데도 여러 가지 제도적 이유로 인하여 역사 교육의 특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이제서야 한나라당에서 국사를 대학입시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겠다고 나섰고, 그간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한 것인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역사교육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 개항 이후 근대 교육제도가 성립되면서 역사 교과는 하나의 교과로 편제되었고, 1895년부터 1905년 사이에는 근대적 역사교육이 제도적으로 정착되어 본국역사가 각급 학교에서 필수과목으로 자리를 굳혔으며, 세계역사도 필수로 채택되었으나 역사 교육의 역점은 민족사학습에 두어졌다. 그러나 1905년 일제가 통감부를 설치한 이후 역사 교육은 일차적으로 탄압을 받아 보통학교에서는 역사 시간이 아예 없어졌고, 1938년에 공포된 조선교육령에서는 이른바 성국신민(星國臣民)으로서의 정신을 함양한다는 목적 아래 일본사를 국사라는 이름으로 필수과목에 지정하였다. 이런 변천과정에서 개항 직후 한국사를 비롯한 역사 교육이 열화와 같은 각광을 받다가 일제통치 이후 가장 먼저 탄압을 받았다는 것은 우리민족 발전을 위하여 역사교육이 가지는 의미를 전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광복 이후 고등학교 역사 교육은 전체 교육과정의 개편과 더불어 조금씩 그 내용이 변화되어 왔다. 역사는 일반사회, 지리, 윤리 등과 함께 대체로 사회관련 교과목의 범주 내에 들어있는데, 사회과목들은 전체를 다 합하여도 국어, 영어, 수학 등의 단일 과목보다 비중이 낮아 전체 교육과정 중에서 점하는 시간 수 비율이 16~19%를 차지하여 왔으며, 제6차(1996~2001) 교육과정에서는 17%를 차지하고 있다. 제6차 교육과정에서는 독립성을 상실하여 사회과 공통필수과목의 하나로 혼입되었고, 2002년 시행된 제7차 교육과정에서는 ‘세계사’와 마찬가지로 통합 ‘사회’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처럼 국사와 세계사 과목의 비중이 약화된 것은 1980년대 후반 이래 일련의 교육과정 개정을 주도해온 사회과 통합론자들이 ‘인간이 성취한 지식, 과거의 문화내용, 전통문화 등을 강조하는 것은 폐쇄적 교육과정’이라고 규정하여 역사 교과를 보편적, 개방적 추세에 역행하는 교과로 설정한 결과이다. 이에 더해 학생들의 교과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과목수를 줄여야 한다는 명목이 가세하여 역사교육은 점차 줄어들고 그 정체성마저 위협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편 현재의 고등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치루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출제경향은 고등학교 교사와 학생들의 공부 방향을 제시하는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역사문제는 1994년 이래 사회과 통합적 성격을 띤 문제가 현저하게 늘어가는 추세에 있다. 그리하여 한 문항 속에서 우리나라 또는 세계 각 지역의 역사와 지리, 주요작물 및 현재의 정치, 경제상황을 복합적으로 묻는다든가 하는 통합 문제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통합 문제는 각 사회과 교과의 내용들을 숙지하고 종합할 수 있어야만 풀 수 있기 때문에 수학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하여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홍익대 김태식 교수는 “통합 문제는 각 교과가 상통하는 인접 부문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며, 사회과 통합의 논의는 초등학교 수준에서는 가능할 수 있으나 중ㆍ고등학교 수준에서는 점차 과목별 전문화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능문제는 통합 문제의 비중을 80% 이상에서 100%까지 이르도록 높이고 있으며, 제6차, 제7차 교육과정은 사회과 통합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실상 역사 과목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회과 통합이 주역이어야 한다”고 현행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리나라 역사의 비중이 흐려지고 대외적으로 왜곡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도 어찌보면 스스로 그 뿌리를 길러왔다고 비춰지기도 한다. 국민 스스로도 애국심을 갖고 의식을 깨우쳐야 하며, 국가 차원에서도 역사의 중요성을 새롭게 깨닫고 역사교육 강화, 장기적인 대외 홍보활동 등을 통해 바른 역사의 정립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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