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주년 광복절 돌발 기념사 통해 자신의 역사관 드러내며 김원웅 경축사에 정면으로 반기
-“일본 신민으로 산 것이 죄는 아니다”, ”일본 군대 복무한 한국전 유공자 공로도 인정해야”
-광복절 경축식 행정지원 원점에서 검토 시사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15일 조천체육관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즉석 연설을 통해 김원웅 광복회장의 경축사를 강하게 비판했다.사진/제주도청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15일 조천체육관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즉석 연설을 통해 김원웅 광복회장의 경축사를 강하게 비판했다.사진/제주도청

[제주 취재본부 / 문미선 기자] 일본의 식민지배로부터 해방 75주년이 되는 2020년은 한국 대법원의 일본 전범기업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일본의 수출보복으로 촉발된 해방 후 고착된 한일 경제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된 원년으로 평가받고 있다.

외형적으로 한국경제는 식민지배와 한국전 폐허 속에서 시작해 글로벌 밸류체인의 중심축으로 성장하는 기적을 이뤘지만 내부적으로 한국사회 특히 정치권은 일제가 남긴 잔재에서 75년이 지난 오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지난15일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에서 준비한 원고대신 즉석 연설을 통해 김원웅 광복회장의 경축사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해묵은 친일문제가 정치권 수면위로 급부상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를 “국민 대다수와 도민들이 결코 동의할 수 없는 매우 치우친 역사관이 들어가 있는 기념사”로 “제주도지사로서 내용에 결코 동의할 수 없음을 밝힌다”라며 경앙된 어조로 비판의 날을 세웠다.

원희룡 지사는 “태어나 보니 일본 식민지였고, 일본 신민으로 살아가면서 비록 독립운동에 나서진 못했지만 식민지 백성으로 살았다는 것이 죄는 아니다”며 “인간은 한계가 있고 나라 잃은 주권 없는 백성은 한없이 연약하기에 공과 과를 함께 보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렇기에 “한국전쟁에서 나라를 지킨 일본 군대에 복무했던 분들의 공과 과를 역사 앞에서 겸허하게 보는 것이다”고 말했다.

특히 원지사는 “역사의 한 시기에 이편 저편을 나눠서 하나만이 옳고 나머지는 모두 단죄 받아야 한다는 시각으로 역사를 조각 내고 국민을 다시 편가르기 하는 데는 결고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광복절 경축식에 모든 계획과 행정집행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원지사의 즉석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경축식 행사에 참석한 일부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항의가 간헐적으로 이어졌으며 광복절 경축행사는 파행으로 오점을 남기게 됐다.

 

[전문] 원희룡 제주지사 75주년 광복절 경축식 연설

먼저 경축 말씀에 앞서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김원웅 광복회장님. 우리 국민의 대다수와 제주도민들이 결코 동의할 수 없는 매우 치우친 역사관이 들어가 있는 이야기를 기념사라고 광복회 제주지부장에게 대독하게 만든 이 처사에 대해서 매우 유감이며, 제주도지사로서 기념사의 내용을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힙니다.

조국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분들 진심으로 존경하고, 그분들의 뜻을 기리기 위해 저희의 평생 앞으로 후손 대대로 저희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하지만 태어나보니 일본 식민지였고,
거기에서 일본 식민지의 신민으로 살아가면서 선택할 수 없는 인생 경로를 살았던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비록 모두가 독립운동에 나서진 못했지만 식민지 백성으로 살았다는 것이 죄는 아닙니다.
앞잡이들은 단죄를 받아야 되겠죠. 하지만 인간은 한계가 있는 것이고 특히 역사 앞에서 나라를 잃은 주권 없는 백성은 한없이 연약하기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공과 과를 함께 보는 것입니다.

3년의 해방정국을 거쳐서 김일성 공산군대가 우리 대한민국을 공산화 시키려고 왔을 때 목숨 걸고 나라를 지켰던 군인들과 국민들이 있습니다. 그분들 중에는 일본 군대에 복무를 했던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전쟁에서 나라를 지킨 그 공을 우리가 보면서 역사 앞에서 공과 과를 겸허하게 우리가 보는 것입니다. 그 후로 세계 최후진국에서 가난한 나라에서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 많은 노력들이 있었습니다. 또 민주화를 위한 많은 희생도 있었습니다. 오늘의 선진 대한민국을 만든 데에는 많은 분들의 공이 있었고, 공의 그늘에는 과도 있었습니다.

지금 75주년을 맞은 광복절 이때에 역사의 한 시기에 이편 저편을 나누어서 하나만이 옳고 나머지는 모두 단죄받아야 되는 그러한 시각으로 우리 역사를 조각내고 국민을 다시 편 가르기 하는 그런 시각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이런 식의 기념사를 또 보낸다면 저희는 광복절 경축식에 모든 계획과 행정집행을 원점에서 검토하겠습니다. 특정 정치 견해의 집회가 아닙니다. 바로 이 75년 과거의 역사의 아픔을 우리가 서로 보듬고 현재의 갈등을 통합하고 미래를 위해서 새로운 활력을 내야 될 광복절이 되기를 진심으로 열망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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