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대통합이 최대 고비를 맞았다. 중도통합민주당과 탈당파 모임, 열린우리당으로 이어지는 범여권의 3축이 불협화음이 극에 달했다. 중도통합민주당은 열린우리당과는 함께 갈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열린우리당의 해체를 요구하고 있지만 열린우리당은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각 당 내부에서도 대통합파와 당 사수파가 격렬하게 부딪치고 있다. 통합민주당의 대통합파는 당이 대통합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탈당을 하겠다고 당을 압박하고 있다. 열린우리당도 일부 의원들의 탈당이 예고되는 등 각 당의 고심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다. 한때 많은 의견 일치를 이루리라 여겨졌던 박상천 김한길 통합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의 회담이 각자의 입장 확인에만 그치고 차후 협상 시일도 연기되면서 범여권의 대통합 톱니바퀴는 ‘삐그덕’ 소리를 내고 있다.


범여권 대통합, 통합민주당-열린당 견해차로 ‘삐그덕’
통합민주당 당 내·외 “대통합으로 나오라” 압박 심화
열린우리당 친노 세력 두고 고심 중…일부 탈당 예고
당 통합 안 돼도 대선 간다…3개월 대선일정 스타트

범여권에 갈등의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다. 통합은 급물살을 탔지만 각 당 간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아 대통합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온 듯 했다. 하지만 속내는 더 복잡해 졌다.

갈등의 소용돌이 ‘범여권’

범여권의 3축은 각자의 노선 사수와 범여권 대통합의 딜레마에 빠졌다. 현재 대통합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열린우리당 탈당파는 이달 말 신당 창당을 목표로 세를 불려가고 있다. 대통합의 핵인 만큼 잔잔한 수면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대통합 태풍에 휘말린 통합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다. 통합민주당은 ‘중도개혁세력의 통합을 이루겠다. 모두 다 모인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대통합을 위해 열린우리당과 함께 가야한다는 의견에 고개를 저어보였다.
박상천 통합민주당 공동대표는 “중도개혁통합신당을 결성하기 위해 많은 이들과 협상을 해 왔지만 교착상태에 빠졌고, 이제는 제 정파분들을 상대로 중도개혁 대통합협상에 박차를 가할 때”라며 “열린우리당과 당 대 당 통합은 안된다”고 입장을 정했다.
하지만 “통합민주당은 대통합의 길로 나오라”고 압박하는 당 내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DJ는 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이 합당을 협상할 때부터 대통합으로 나아갈 것을 권고해 왔다. 또한 최근에는 대통합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며 통합민주당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동교동계가 이러한 입장에 서자 이를 따르는 많은 당내 의원들도 당에 경고를 날리고 있다.
지난 5월 통합민주당 내 93명의 지역위원장들은 뜻을 합쳐 ‘범민주세력대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분열의 벽을 넘고 용서와 화해를 통해 대통합을 이루자”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 지난 4일에는 “대통합을 위한 결단과 실행이 필요하다”며 통합민주당 9명의 의원들이 당이 기득권을 버리고 대통합으로 나갈 것을 요구했다. 이들 중 일부 의원들은 대통합이 되지 않으면 탈당까지 고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쪽 풀리면 다른쪽 꼬여

정가에서 통합민주당 내 대통합파 중 가장 큰 영향력을 주리라 바라보는 것은 김효석 신중식 채병일 김홍업 의원과 박광태 광주시장, 박준영 전남지사, 김영진 광주시당위원장, 장성원 전북도당위원장, 정균환 전 의원 등 9명이다. 이들은 “당 지도부가 범여 통합 합류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탈당해 범여 신당으로 갈 것”이라고 탈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
통합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당내 기류는 이미 형성돼 있는 상태니 탈당을 한다고 말은 했어도 정말 그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대통합파에서 제기되고 있는 탈당론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 하지만 김효석 의원을 위시한 9명에 대해서는 “그리고 이들은 당 지도부가 대통합으로 나선다는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탈당하겠다는 입장이 확고한 이들이라 당내에서도 ‘혹시나’하는 걱정을 하고 있는 이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들이 탈당을 하게 될 경우 여파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이들의 탈당카드에 대해 “한화갑 전 대표 등 동교동계가 대통합에 관련한 지시를 내렸다는 말이 있다”고 귀띔했다.
당 밖에서는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탈당파가 이들이 대통합의 뜰로 나오지 않는데 대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소통합’이니 ‘대통합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행동으로 보이라’는 거센 말들이 통합민주당을 구석으로 몰고 있다.
안팎의 거센 압력에 박상천 대표의 입장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그동안 “대통합 신당은 잡탕”이라며 통합민주당 독자 후보를 낸 뒤 대선 직전에 후보 단일화를 하자고 주장해 왔던 박 대표가 “열린우리당의 해체가 전제되면 중도개혁 통합에 합의할 수 있다”고 까지 물러선 것. 김한길 대표는 12일 “중도개혁 대통합의 시간이 없다”며 “중도통합민주당이 기득권과 주도권을 내세우지 말고, 제3지대에서 제 세력과 함께 대통합 신당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중도개혁대통합을 위해서라면 우선 나부터 기꺼이 기득권을 버리겠다”고 범여 신당과 함께 하겠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때문에 이제 범여권 대통합의 결단은 열린우리당으로 넘어왔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리고 열린우리당 고민의 중심에는 ‘친노’가 존재하고 있다. 여러 번의 탈당으로 열린우리당내에는 대통합으로 가더라도 당이 함께 가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진짜배기 친노가 남게 됐다. 그리고 이들은 통합민주당의 열린우리당 해체에 대해 “열린우리당 해체 요구는 건방진 것”이라는 독설을 하는가 하면 “당이 그동안 너무 자신감을 잃고 있었다”며 열린우리당의 목소리를 키우라고 외치고 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친노 인물로 꼽히는 유시민 전 장관의 복귀가 거론되고 있어 당내 목소리는 사분오열되고 있다. 정치권은 대통합 협상을 연기하자고 했던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이 다시 협상이 제기 됐을 때 어떤 입장을 보일지에 열린우리당의 당론이 담겨 있을 것으로 보고 열린우리당 결단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대선 시나리오 셋

정치권에서는 통합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어떤 결론에 이르던 간에 범여권 대선후보 선출을 둘러싼 대선 시나리오는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시나리오는 크게 3개로 첫 번째 안이 통합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범여 신당과 합쳐져 단일 국민경선을 이루는 경우다. 이 경우 7월 말 범여권 대통합신당이 창당되고 8월 초 중앙선관위에 국민경선을 위탁하게 된다. 이어 8월 중순에는 대선주자 예비경선을 실시해 후보군이 5~8명으로 압축된다. 이 후보들은 9월 전국 순회 국민경선을 실시해 10월 범여권 단일 대선후보를 확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통합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정당이 그대로 남은 상태에서 통합민주당-범여권 신당-열린우리당의 연계가 이뤄지는 경우이다. 이 경우에도 후보 단일화에만 합의한다면 첫 번째 시나리오 일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일정으로 경선이 진행된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각 정당별 후보를 내세우는 경우이다. 결국 통합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을 때 대통합파는 범여권 신당으로 모이고 통합민주당은 나름의 후보를 열린우리당은 친노 후보를 내세우게 된다. 그리고 막판에 한나라당 후보와의 양자 경쟁구도를 이룰 후보가 결정된다는 시나리오이다.
한 범여권 인사는 “결국 후보 단일화로 가게 되어 있다. 하나로 합치지 않으면 이번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절박감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일부에서는 범여권 대통합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좀 더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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