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갓집에 아들 역할 해 주면 벼락부자된다?
처갓집에 아들 역할 해 주면 벼락부자된다?
  • 소미연
  • 승인 2007.06.18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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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억대 갑부 '데릴사위 공개모집'

최근 1천억대 재산을 가진 재력가가 혼기를 놓친 딸의 배우자를 구한다는 ‘데릴사위 공개 모집’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까다로운 사윗감 조건제시에도 무려 닷새 만에 2백여명이 넘는 지원자가 줄을 섰다. 이에 따라 ‘사위를 돈으로 산다’는 비난여론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핵가족화된 우리사회의 새로운 가족제도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오는 2008년부터 호주제가 폐지되고 ‘개인가족부’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로써 가부장적 권위는 사라졌지만, 이로 인해 한국사회가 뿌리 채 흔들리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공개모집 닷새 만에 지원자 쇄도로 조기마감, 270대 1의 경쟁률 보여

“결혼이 무슨 동물의 왕국 짝짓기냐” 비난 여론 불구 데릴사위 강세

1천억대 재산가라는 60대 자영업자가 자신의 딸 신랑감을 구하는 데 두 팔을 걷어부쳤다. 그는 결혼정보업체 (주)좋은만남 선우에 의뢰해 외국유학과 사회활동 때문에 혼기를 놓친 38세의 딸의 신랑감을 구한다는 광고를 내보낸 것. 사윗감으로는 차남이나 막내여야 하고, 딸에 준하는 학벌에 전문 직업 종사자로 조건을 제시했다. 특히 딸만 둘 있는 집안이므로 아들 역할까지 대신해 줄 수 있는 남성을 희망했다. 그야말로 ‘신’ 데릴사위인 셈이다. 지난 7일부터 시작된 공개모집에 9일까지 70여명이 지원, 10일 언론보도 뒤 하루만에 1백80여명 가량이 몰렸다.


270대 1의 경쟁을 뚫어라


선우 측은 이 같은 지원자들의 열띤 성원에 당초 21일까지 지원서를 받으려던 일정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지원자가 2백70여명이 몰려 지난 12일 오후 4시경 서둘러 응모 창구를 닫았을 정도로 경쟁 열기가 뜨거웠다. 접수기간을 늘렸다면 경쟁률이 훨씬 높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접수가 마감된 후에도 지원하려는 남성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어 곤혹을 치렀다는 후문도 있다.

선우 측에 따르면 2백70여명의 지원자 중 절반가량은 이미 서류심사에서 탈락했다. 신붓감보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에서다. 연상연하 커플이 유행이지만 신부는 연상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자 중 최연소는 29세, 최고령은 48세로 밝혀졌다.

의사, 변호사, 대학교수, 고급 공무원, 대기업 사원 등 다양한 직업군의 남성이 몰려 이목을 끌었다. 특히 아이 둘 딸린 이혼남의 지원은 아연실색하게 할 정도였다. 또 한 목사는 “아무래도 하나님의 뜻인 것 같다”며 자신의 아들을 추천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선우 측은 “이들은 모두 장문으로 자신의 경력과 성격, 지원동기를 간곡히 설명했다”며 “뉴스가 외신을 타는 바람에 미국에서 영어 지원서도 접수됐다”고 밝혔다. 아랍어 지원서까지 한 장 지원되면서 급히 번역자를 수배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선우 측은 앞으로 서류심사를 통과한 지원자들을 면담해 외모와 성격을 살핀 후 최종 합격자 5명을 가려내 1주일마다 차례로 맞선을 보일 예정이다.

이 광고를 접한 시민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핵가족화 된 현대 사회에 새로운 가족제도를 제시했다”는 찬성여론이 있는가하면 “결혼이 무슨 동물의 왕국 짝짓기냐”며 “결혼은 신뢰와 믿음이 바탕이 돼야 하는데 조건만 내세운 결혼이 행복할리 만무하다”는 비난여론도 거셌다.


처가살이 ‘가사․육아․주택문제 해결’


한국가정상담연구소 관계자 역시 이 같은 세태에 대해 “돈으로 사람을 사는 결혼이 가능하겠냐”며 비난여론에 힘을 보탰다. 그는 “조건을 건 만남은 정상적인 결혼과정을 통해 부부관계가 유지될 수 없고 평생 노예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관계자는 또 “딸만 둘을 둔 60대 노부의 심정이 오죽하면 공개모집에 나섰을까 싶다”며

“최근 결혼적령기가 미뤄지고 부모 혼자서 애를 키우는 ‘싱글대디’, ‘싱글맘’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이제는 핵가족을 뛰어넘어 1인 가족이 확대되고 있다. 가정해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다른 형태의 가족 규합이 발생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특히 데릴사위는 그동안 남성이 사회로부터 압력 받아온 책임감과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면서 남성들의 심적 부담을 덜어주는 데 적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데릴사위의 인식은 처가와 경제적인 의존 관계에 있어서 떳떳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졌던 것이 사실. 그러나 최근에는 가사와 육아, 주택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어 앞으로도 데릴사위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1천억대 재력가의 데릴사위로 선정자가 나오게 되면 또 한 차례 화제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일본후지TV가 지난 2001년과 2003년에 내보낸 드라마

명문가 여성, 마담뚜 통해 ‘돈’으로 ‘사’자 사위 얻은 것과 의미 상통

“사위마저 성 바꾸면 한국 사회 근본 잃은 채 심한 격동기 보낼 듯”


‘사’자 사윗감 위해 키 세 개 필수


‘데릴사위’ 돌풍으로 인해 “딸은 출가외인”이라는 말은 옛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 속담에 ‘겉보리 서 말만 있으면 처가살이 하랴’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사위도 배우자 가족의 일원”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데릴사위가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한국사에 존재해 왔던 것이다. 고구려의 혼인풍습이 ‘데릴사위’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한국사회에는 여전히 데릴사위가 존재해 왔다. 명문가의 여성과 출세가 보장된 남성을 맺어주는 중매쟁이 일명 ‘마담뚜’가 한국사회에는 일종의 전문직으로 우대받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사’자로 끝나는 직업군을 가진 사위를 얻기 위해 딸 가진 부모들은 ‘키가 세 개는 돼야 한다’는 마담뚜들의 말처럼 재력을 내세워야 했다.

결국 최근 화제를 모았던 ‘데릴사위 모집공고’와 마담뚜를 통해 능력 있는 사위를 얻은 것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돈’으로 사위를 얻은 것에 의미가 상통하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에는 마담뚜라고 내놓고서 중매하는 일은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결혼정보업체가 마담뚜를 대신하고 있어 그들의 비중이 축소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암약하고 있는 마담뚜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이들은 연예이나 재벌가 등의 리스트를 확보하고 강남일대를 종횡무진하고 있다. 여기에 맞서 결혼정보업체들은 VIP급 회원을 모집해 특별대우를 하고 있어 사랑보다는 조건에 더 맞는 결혼을 택하는 성인 남녀의 비중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데릴사위를 단순한 의미로 보기에는 힘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오는 2008년1월부터 호주제가 폐지되고 ‘개인가족부’가 도입되면 그 파장도 무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호주제가 폐지되고 국민 개개인을 기준으로 작성되는 개인가족부가 시행되면 호적과 본적이 사라지는 등 가족사의 혁명이라 말할 수 있다.


호주제 폐지로 인해 사회 혼란 가중


일본에서처럼 데릴사위를 양자로 삼는 ‘서양자(婿養子)’가 한국사회에서도 멀지 않은 일이 돼버렸다. 가업을 중시하는 일본에서는 아들이 없으면 데릴사위가 장인의 성으로 바꾸고 일과 재산을 물려받는다. “열에 하나가 사위”라고 할 정도로 데릴사위가 만연하다. 후지TV가 지난 2001년과 2003년에 내보낸 드라마 ‘데릴사위’가 큰 인기를 끌만도 하다.

하지만 이 같은 세태에 시민들은 “시기상조”라며 불안을 표시했다. 네티즌 10명중 6명은 개인가족부에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

검색 포털 엠파스가 지난 4일부터 ‘호적대신 개인가족부 도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백70여명의 참여자 중 59%(218명)가 “호주제로 인해한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여줬다. 반면 “시대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긍정적이라고 답한 네티즌은 41%(152명)로 나타나 네티즌 간 팽팽한 입장을 보였다.

설문에 참여한 한 네티즌은 “외국처럼 친남매끼리 결혼하는 비극을 염두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며 “데릴사위마저 성을 바꾸면 우리 한국 사회는 근본을 잃은 채 심한 격동기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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