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박근혜 세력 구축하는 한나라당 비주류 ‘어디로 튈까’

전대 코앞에 두고 지도부 책임론 제기 속내 심상치 않은 당내 최대모임 '국가발전연구회' 정책위 대거 포진 한나라당 비주류 ‘3선 3인방’이 끝내 폭발하고 말았다. 이는 지난 12일 김덕룡 원내대표가 예결위의 상임위화를 위한 여야 협상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소집한 당내 3선급 이상의 중진회의 공개석상에서 비주류 의원들이 “우리가 2중대냐”고 지도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선데 따른 것이다. 특히 오는 19일 최고위원 경선을 앞두고 한시적 `과도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상태에서 주류와 비주류간의 `파워게임'으로 내홍을 겪고 있어 경선 결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제 목소리 내는 한나라당 비주류 대통령 탄핵소추와 총선, 6.5 지방 재.보선 정국 속에서 숨죽여 지내온 비주류측이 최근 당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제 목소리 찾기에 나섰다. 이들 비주류는 '3선 3인방'으로 불리는 홍준표 이재오 김문수 의원 등 당내 최대모임인 '국가발전연구회(발전연)' 소속 의원들과 김용갑 이방호 이상배 등 보수성향 의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정책위 주요 보직에 대거 포진하면서 당내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정책위 의장과 6개 정책조정위원장 등 정책위 주요간부 7명 중 `발전연' 출신 의원은 모두 5명이다. 이한구 정책위 의장은 얼마 전까지 발전연 공동대표였다가 의장에 임명되면서 사퇴했고 공성진 제 1정조위원장은 지금도 공동대표 신분이다. 또 황진하 2정조위원장과 이군현 5정조위원장, 이계경 6정조위원장도 발전연 소속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 일각에서는 오는 19일 전대에서 박 전 대표가 대표최고위원에 당선될 것에 대한 사전 포석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오랜 침묵을 깨고 박근혜 체제에 따끔한 비판을 가하면서 '비주류'를 자임하고 나섰다. 이 때문에 당내 일각에서는 발전연의 정책위 포진에 대해 예사롭지 않은 눈길을 보내며 주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의장은 "정조위원장 인선 때 발전연 소속 여부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며 "능력 있는 전문가이기 때문에 기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발전연은 당내 계파나 세력이 아니라 정책연구 모임이며 누구나 가입하고 탈퇴할 수 있는 열린 모임"이라며 "3인방이 이 모임을 주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박근혜-김덕룡 인책론 우려 또한 이들은 박근혜 김덕룡 '양두 체제'의 정책대응 소홀과 미비를 거론하며 인책론까지 거론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이들이 당 지도부를 문제삼는 것은 행정수도 이전과 국회 예결위 상임위화 처리 방식에 대한 불만으로 요약된다. 이들은 공개석상에서 김 원내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리는 등 주류에 대한 집중적인 공세에 나섰다. 홍준표, 김용갑 의원 등은 "예결위 상임위화를 당론으로 설정, `올인'했으면서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당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급기야 행정수도 이전과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고비처)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당 지도부가 정체성 없이 열린우리당에 말려들고 있다’며 '2중대'란 극한 표현까지 사용하며 폭발했다. 전대 앞두고 지도부 책임론 제기 비주류의 폭발 비화는 지난 3월 박근혜 대표 취임 이후 지도부에 대한 공세를 자제해 오다가 지난 12일 작심하고 당 지도부의 노선을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책임론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예결특위의 상임위 전환 문제에 대해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데 대해 "요즘 (열린)우리당의 태도가 변질되고 있다"며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이후 당내 후유증이 있고 원내협상과 관련, 불만이 있어 이렇게 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대여협상 대책에 관한 중진의 협력을 구하려 했다. 그러자 홍준표 의원은 "당 지도부에서 하는 것을 보면 야당인지, (여당의) 2중대인지 구분이 안 된다"며 "당이 다른 부분은 쟁점화도 못하고 예결위 상임위화에 명운을 건지 두 달 가까이 되는 데 15일 크로스보팅하고 안 되면 (당 지도부가)깨끗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갑 의원도 "당의 의사결정은 이 때까지 당 지휘부 소수가 결정했는 데 오늘은 협상을 하다 안되니까 3선급 이상의 의견을 듣겠다고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김 의원은 이어 "여당이 예결위 상임위화를 들어줄 것도 아닌 데 대표는 순진하게 상생한다느니, 원내대표가 합의했다느니 하면서 국회를 공전시켰다"며 "간첩의 민주화운동 기여판정도 왜 긴급총회를 열어 강력히 비판 않느냐. 수도권 이전도 대응 태도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이상배 의원도 "국민들은 수도이전문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지, 예결특위 상임위화 문제는 관심도 없다"면서 "맥을 짚어야지 지엽적인 문제에 매달리냐"고 비판에 가세했다. 의원들의 공격이 이어지자 김 원내대표도 "마치 책임지기 싫어서 떠넘기려고 이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생각하면 오해"라며 "토론할 때 상호 조심하고 언어선택도 신중해야지, 어떻게 감히 2중대니, 면피니 이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반발했다. 그러자 김용갑 의원도 "전부 얘기를 들어봐야지, 자기 얘기만 하느냐"며 "당신도 노무현 스타일하고 똑같다"고 김 원내대표를 쏘아붙였다. 특히 예결특위 상임위화를 전면에 내걸었던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벌써부터 김용갑, 홍준표, 이재오 의원 등 당내 비주류측으로부터 책임론 공세에 직면하는 등 리더십에 도전을 받고 있다. 입지 구축 몸부림인가 이들의 공세에는 무엇보다 박근혜 체제의 착근으로 당내에서 축소된 자신들의 입지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중론이다. 비주류 중진에 대한 포용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는 박 전 대표가 사실상 당의 맹주이자 차기 대선주자로 굳어질 조짐을 보이자 자신들의 입지를 고려, 견제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또 김 원내대표가 상임위원장 배정과 최고위원 후보 등록에 있어 '자기 사람'을 심으려 한다는 소문이 돈 것도 비주류의 경계심을 높인 요인으로 꼽힌다. 김용갑 의원은 지난 13일 의총에서 "당내 '이너서클'이 있고 'DR계', '민주계', '경복고 동문'이니 하면서 일부그룹이 당을 좌지우지한다는 이야기가 있는 데 지도부가 이를 새겨들어야 한다"며 김 원내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 발언 직후 일부 의원이 자리를 박차고 퇴장하는 등 장내에 잠시 소란이 일었고 김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남경필, 원희룡 의원 등 당내 소장파의 급부상에 대한 반발심리도 비주류의 공세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비주류 중진들은 "박 전대표의 베일이 이미 벗겨지고 있다"며 `박근혜 체제'와의 일전불사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태도여서 상황 변화에 따라서는 당내 분열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박근혜 지도력 점검 이에따라 한나라당 전대서 최고대표위원에 가장 유력한 박 전 대표의 리더십에도 빨간 점검 불이 들어왔다. 박 전 대표는 지난 5일 대표직을 사퇴, 100여일간의 '과도체제 선장' 역할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감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오는 19일 전당대회에서 대표 최고위원 당선이 확실시되는 만큼 2기 체제에 들어가기 앞서 차기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바라보는 한나라당으로서는 박 대표의 리더십을 점검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박 대표는 지난 3월 23일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소용돌이 속에서 끝없이 추락하던 한나라당의 과도 대표로 선출될 당시만해도 그의 현재 위상을 예견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영남 정서와 박정희 향수를 자극해 한나라당의 침몰만은 막아보자는 '극약 처방' 정도로 여겨졌고 이 카드는 4.15 총선에서 121석을 차지함으로써 그런대로 효과를 봤다. 후광 속에 있던 박 대표가 독립된 '정치인'으로 제대로 평가받기 시작한 것은 사실상 4.15 총선 이후다. 과거 대여투쟁에만 매달리던 야당 상에서 탈피, 상생과 화합, 대안제시라는 새로운 노선을 표방하면서 주목받게 됐다. 박 대표는 '상생의 정치'를 표방, 6.5 재.보선 와중에도 비난 일변도의 네거티브 캠페인을 가급적 자제했고 5.18 국립묘지에서 거행된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는 등 동.서 통합의 지도자 상을 심기 위해서도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서민생활과 국가경제. 안보를 중요시하는 민생.정책 정당을 지향하고 대북 문제에 있어 과거와는 달리 유연성을 보이면서 한나라당을 `건전보수' 정당으로 전환하기 위해 진력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무엇보다 박 대표의 정제되고 신중한 언행이 불필요한 정쟁을 예방하고 신선감을 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여기에 당.청갈등과 당내 세력다툼 등 여권의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6.5 재.보선 압승을 계기로 박 대표의 위상은 '차기 대선주자'로까지 치솟았다. 차기 대권 주자 박근혜 정치력 시험대 그러나 지난 20년간 박 대표를 감싸왔던 '베일'이 이미 벗겨지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부터 정국 최대현안으로 불거진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박 대표의 정치력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았다. 특히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박 대표의 신중한 접근은 당내 비주류의 비판을 불러일으켰고 그의 리더십에 대한 문제 제기로까지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 대표의 당 장악력과 스킨십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석달간의 대표 생활에도 불구하고 그의 곁에는 아직도 소장파밖에는 없는 실정이다. 당내 중진과 비주류는 여전히 당 운영에 뒷짐을 지면서 박 대표 체제의 허점을 파고들 기회를 노리고 있다. "참모진이 부실하고 폐쇄적이다", "의원들과의 직접적 접촉이 별로 없다"는 등의 스킨십 부족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당 최고지도부라고 할 수 있는 상임운영위를 도외시한 당 운영방식도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김선일씨 피살사건 등 중요 사안이 터질 때마다 주요당직자와 측근 전문가 회의가 소집됐을 뿐 정작 상임운영위는 뒷전에 처졌다. 박 대표가 2기 체제에서 이같은 문제점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차기 대선주자의 입지를 다져나갈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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