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호스로 부상한 ‘홍준표’

서울시장 선거 토론회에선 ‘이랬던 그가’


뒤늦게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합류한 홍준표 의원. 후보들 중 가장 늦은 출발이었지만 지난 29일 한나라당 대선주자 정책 토론회를 통해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이후 1년 만에 화려하게 선거무대에 복귀했다. 정치권에선 홍 의원의 출마선언이 ‘화려한 복귀’가 될지 무대의 ‘엑스트라’가 될 지 우려와 걱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이 철옹성처럼 버티고 있는 만큼 홍 의원이 이를 돌파할 가능성에 의문이 따랐다. 반면 그의 재치와 순발력 있게 톡톡 쏘는 입담, 또 뚝심 있는 모습이 2강 2약 구도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것이라고 기대를 거는 이들도 상당수였다. 홍 의원은 이러한 정치권 안팎의 기대를 무너뜨리지 않았다. 홍 의원은 지난 토론회에서 검사출신답게 ‘일문일답’ 형식으로 거침없이 상대방을 몰아세우는 등 연신 분위기를 주도해 나갔다. 홍 의원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것이다. 청중들도 홍 의원이 빅2가 민감해 할 만한 내용들을 직설화법으로 공격하는 모습에 대회자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내놨다. 무엇보다도 홍 의원의 ‘변신(?)이 눈길을 끈다. '


‘강성 이미지’로 오세운 시장에 패배했던 홍준표
광주 토론회에선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분위기 주도

지난 29일 기자와 함께 서울역 대합실에서 TV를 통해 토론회를 지켜보던 한 중년의 회사원은(55세, 서울 홍은동) “홍준표가 정말 많이 달라졌네! 정말 점잖아졌네!” “옳은 말만 하는구먼” 이라며 연신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 회사원은 지난 5·31 지방선거 서울시장 경선에 나섰던 홍 의원의 모습을 빗대며 “예전엔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라면서 “그래도 저격수 역할은 한나라당에서 홍준표 밖에 할 사람이 없다”고 호평했다. 바로 옆에 있던 시민들도 ‘그렇다’는 식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등 기자가 지켜본 시민들 대부분이 동감을 표시했다.
토론회가 끝날 무렵 이 회사원은 “볼만한 토론회였다”고 말을 던진 이 회사원은 기자와의 만남에서 “사실 후보들 각각의 공약들은 잘은 몰랐다. 하지만 상대 후보가 다른 상대후보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는지 이제서야 알게 됐다”며 “앞으로 이런 토론회를 통해 날카롭게 문제점을 지적해야 한다”고 후보들에게 ‘행동’을 주문했다.
이처럼 홍 의원은 이 회사원의 말처럼 180도 달라졌다. 물론 특유의 입담과 직설적인 화법은 예전 그대로의 모습이지만 차분하고 논리정연하게 문제점을 정리, 대중들에게 전달해주기 위한 그의 표정과 어투는 전과는 사뭇 달랐다.

■ 홍준표 서울시장 선거 ‘강성 이미지’ 전략 구사

지난해 5·31 지방선거에서의 홍 의원은 ‘투사’의 모습이었다. 당시 경쟁후보로 나섰던 오세훈 시장과의 토론회는 무서울 만큼 ‘강성 이미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뿐 아니라 거친 언어를 구사하며 상대방을 주눅 들게 할 정도의 이른바 ‘홍준표 야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지난해 서울시장 한 토론회에선 거침없는 발언으로 사회자마저 당황스럽게 한 적도 있었다.
홍 의원은 당시 “저를 두고 많은 이들이 ‘강성이다, 강성이미지다 조금만 웃고 부드럽게 해 달라’이런 말들을 듣는데 제가 왜 강성이 되어야 하는가”라며 “야당을 오래하다 보니 악밖에 남지 않았다. 뒷조사하고 따라 다니고 조사하고 10년을 살다 보니 강성이 안 될 수 없다”고 했다.
또 “검사시절 깡패하고 싸우고 밤샘하고 라면만 먹다보니 얼굴이 이렇게 거칠어 졌다”며 “모래시계(드라마)에 박상원씨는 순하게 나오는데 나도 순하다. DJ정권 때 야당하다 보니 매일같이 당하니까 악 밖에 안 나온다”라고 스스로 ‘강성 이미지’를 내세웠다.
그러나 당시 홍 의원에 대한 지지도 많았지만 홍 의원의 강성 이미지는 당시 오 시장의 엘리트적이고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꺾지 못했다. 오히려 강성 이미지는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
당시 홍 의원은 ‘강성 이미지’로 서울시민들에게 각인시켜주자는 전략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간 토론회가 후보자들 간의 치열한 토론보다는 ‘겉치레 행사’진행되어 왔던 만큼 ‘강성 이미지’가 새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판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여론은 오 시장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선택했고 홍 의원의 패배의 쓴잔을 마셔야 했다.

■ 서울시장 경선 토론회 마다 흥분한 ‘홍준표’
당시 오 시장과 맞붙은 토론회에서도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홍 의원의 발언은 아슬아슬하게 수위를 넘나들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오 시장은 초록, 여당에서는 강금실 전 장관이 보라색 바람을 일으키며 등장. 이미지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당시 선거가 정책 대결이 아닌 이미지 대결로 치닫고 있는 데 대한 비판이 쏟아진바 있다.
1년 넘게 준비한 홍 의원은 갑작스러운 오 시장과 출마에 상당한 불만은 내비친바 있다. 오 시장은 지방선거를 한달정도 앞두고 출마해 ‘급조된 후보’라는 점에서였다. 당시 홍 의원 뿐 아니라 맹형규 의원과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오 시장의 출현은 더욱 달갑지 않았던 것이다. 정채준비가 미비한 오 시장에 비해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고 판단했지만 오 시장이 ‘초록 바람’을 내세우며 여론을 주도하자 홍 의원 캠프에서는 위기감마저 감돌았었다.
이에 대해 당시 홍 의원은 “이미지만 갖고 시장을 해서는 안된다”고 직설적으로 불쾌감을 쏟아냈었다. 그러나 오 시장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오 시장은 “이미지도 파는 세상”이라고 받아치는 등 홍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감정싸움으로까지 확대됐다.
급기야 홍 의원과 오 시장은 ‘정책 베끼기’ 논란까지 벌였다. 홍 의원은 “남의(서울시정 개발 연구원) 자료를 (오 시장이)베껴 공약으로 내세웠다”고 지적하자 오 후보는 “남의 정책이 아니라 서울시정의 우수한 석박사들이 오랫동안 고민한 연구를 차기 시장으로서 고민하고 연구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그렇게 말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아슬아슬한 공방을 벌였다.
홍 의원은 오 시장을 겨냥해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은 안 된다”며 “오 후보는 지금부터라도 준비 열심히 하라”고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었고 오 전 의원은 ‘쓴웃음’으로 반격을 대신했다.
당시 검사출신답게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상대 후보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홍의원은 결정적으로 토론회 등에서 내내 격한 발언을 이어온 반면 오 시장은 홍 의원의 공격에 차분히 대응해 나가면서 점잖은 모습으로 반격해 나갔다.
이러한 상반된 모습을 TV토론을 통해 지켜본 한 시민은 당시 “홍 의원의 무슨 싸움질 하려고 정치하는 사람같다”며 “누구의 정책이 옳은지는 모르겠지만 젊은 사람이 많이 참는다. 이왕이면 여유있어 보이는 사람이 시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서울시장 경선과정에서 급조된 오 시장의 정책에 비해 홍 의원의 ‘컨텐츠’가 우수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의원이 자신있게 내세웠던 ‘강성 이미지’는 오히려 역풍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 29일 한나라당 정책토론회
이미지 변신한 ‘홍준표
지난 토론회에서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검사출신 답게 홍 의원은 차분하면서도 날카롭게, 순발력 있게 상대주자를 제압했다. 과거처럼 흥분하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반값 아파트 정책에 이어 성인 1인 1주택제, 토지소유상한제 등 ‘서민경제론’을 설파한 홍 의원은 토론회에서 서민의 ‘선봉’에 서겠다는 모습으로 비춰지면서 주위사람들로부터 높을 점수를 받고 있다.
홍 의원은 검사출신답게 ‘일문일답’형식으로 상대방을 몰아붙이며 저돌적인 모습을 선보이긴 했지만 점잖은 말투와 자세로 빅2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흥분하면서 토론을 벌이던 예전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홍 의원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최고경영자형 대통령’을 빗대 “이건희 삼성회장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공격했다. 홍 의원은 또 박근혜 전 대표의 그린벨트 일부 해제 정책과 관련해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중 하나인 그린벨트를 해제하자는 것이냐”고 몰아붙였다.
“경인운하는 18㎞지만 경부운하는 530㎞다. 경인운하가 환경단체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런데 530㎞의 경부운하를 어떻게 추진하겠는가” “낙동강 물을 먹는 사람들이 2400만명이 된다. 대구에도 취수장이 있다. 운하 건설하면 물동량도 많아지고 안개가 낀다. 댐을 건설하면 환경 파괴가 온다는 것이 자명하다. 금년에 해상 사고 300여건, 오염 사고가 26건 있었다. 낙동강에서 배가 침몰해 취수장 근처가 오염되면 어떻게 하는가” 등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
각 언론들은 홍 의원의 토론회 모습에 대해 “이 전 서울시장과 박 전 대표를 골고루 공략, 토론회의 열기를 더했으며 사실상 이날 토론회를 주도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열린우리당도 홍 의원을 높이 평가했다.
민병두 의원은 “한나라당 경선에 뛰어든 홍 의원은 트레이드 마크가 된 정책의 확장선상에서 유권자를 겨냥했다”며 “20~30대를 겨냥한 ‘군 가산점제’ 부활, ‘1가구 1주택제’를 공약했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민 의원은 “홍 의원을 포함한 정형근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는 모두 저격수 출신”이라며 “이들은 이미 3선을 하면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지만 가장 성공적인 변신은 홍 의원”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홍 의원의 변신이 성공적이라는 데에 별다른 견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만남에서 “한나라당 후보 중 가장 서민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인물이 홍 의원”이라며 “한나라당의 외연확대를 위해 경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홍 의원이 이 전 시장에 집중포화를 쏟아내고 있는 데 대해 “홍 의원이 이 전 시장 때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최근 토론회에서 논리적이면서도 송곳 같은 질문은 홍 의원 스스로 몸값을 높이는 일”이라고 홍 의원이 앞으로 다크호스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최근 한나라당 경선 출마 기탁금 2억 5천만원으로 홍 의원이 고심에 쌓인 데 대해 “2억 5천으로 2백 50억원 값어치 있는 자리에 오를 수 있다”며 홍 의원의 경선 출마를 촉구했다.
토론회를 계기로 당 안팎의 시선이 홍 의원에게 쏠리고 있는 가운데 6월 말까지 4차례 토론회를 통해 5% 지지율 확보와 7월 검증 과정에서 10% 돌파를 예상하고 있는 홍 의원이 이를 위해 앞으로 토론회에서 또다시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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