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를 가리지 않고 전 국민을 웃기는 만능 엔터테이너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보면 엄석대라는 캐릭터가 나온다. 엄석대는 학급 급장으로 선생님과 같은 위치를 차지하며 강력한 카리스마로 반 아이들의 절대적인 맹종을 받는다. 그러나 그의 실체는 비겁 그 자체였다. 결국 정직, 진실, 용기를 강조하는 새로 부임한 선생에 의해 자신이 지금까지 세어온 왕국을 잃고 말게 된다. 추락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60년대 박정희 정권은 일제가 40년 넘게 우리 민족을 착취한 데 대한 배상액으로 고작 3억 달러를 받고 일본과의 국교정상화를 추진하였다. 국민 모두는 돈 몇 푼에 민족의 자존심마저 팔아 버리려는 박 정권에 의해 심한 민족적 굴욕감을 맛보아야 했다. 이때 “매국 외교를 중단하라!”고 외치며 청년 학생들을 이끌던 리더가 있었다. 당시 국민 및 학생들의 투쟁은 실패로 끝났으나, 우리 국민의 민족심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학생운동의 리더는 이후 건설회사에 입사해 초고속으로 승진해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리었고, 늘 ‘한강의 기적’과 함께 했다. 이사람의 이름이 ‘이명박’이다. 92년 이명박은 국민들의 기대를 받으며 정계에 입문했다. 그러나 정치인 이명박은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99년 선거법 위반으로 위원직을 상실했다. 그래도 ‘한번 더 기회를 더 주자’는 국민들의 지지로 서울시장에 당선 되었으나, 지난 2002년 공적인 행사에 자신의 일가족을 데리고 나와 기념촬영을 하는 어이없는 행각을 벌여 다시 한번 국민들을 씁쓸하게 했다. 2004년, 이명박 시장은 숨 쉴 시간도 안주고 끊임없이 국민들에게 실소를 터뜨리게 하고 있다. 서울시를 자신의 하나님께 받치겠다고 하고, 대책 없는 서울시 대중교통 개편으로 서울시민들의 발을 묶고 분노케 했을 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노인폄하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가 전력을 다해 추진하고 있는 청계천 복원공사도 미덥지 않고, 서울시 인사는 원칙 없이 마음대로 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사고를 치고 있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되어 버린 것이다. 서울시 홈페이지는 인기 사이트? 최근 자유게시판에 하루 평균 5000여건의 글이 올라오는 서울 시청 홈페이지는 7월 9일 현재 전체 사이트 중 방문자수 125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한때 35위까지 껑충 뛰어 올랐었다. 다음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대중교통체계 개편 이후 항의가 빗발치며 이명박 시장과 서울시에 대한 패러디 등이 유행하면서 네티즌이 폭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사이트 조사업체 메트릭스에 따르면 서울시청 홈페이지는 지난 6월 28~7월 4일 일 평균 방문자 수에서 전 주보다 30계단이 올라 40위권 내 최고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서울시청과 방문자수가 비슷한 곳 은 MBC(34위), SBS(36위) 등 방송국 홈페이지로 신교통시스템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음을 실감케 했다. 네티즌은 서울시 교통정책에 대한 불만을 자유게시판에 쏟아 내고 있지만 일부 네티즌은 ‘명 시티’ ‘명박스럽다’ 등의 각종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게시판에 이 시장을 패러디한 글을 남기고 있다. 한 네티즌 은 “여기가 네이버, 다음, 싸이월드 등 보다 훨씬 재미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네티즌 이명박 시장에 '분노의 패러디' 세례 이명박 서울시장이 대중교통체계 개편으로 인한 혼란을 시민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하자 분노한 네티즌들이 패러디물을 쏟아내고 있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화씨 9/11'을 패러디한 '화씨 7.01'은 이명박 시장의 사진을 합성한 뒤 '머리가 나쁘면 타지 마라, 2004년도 버스번호 외우기 수능시험 출제'라는 문구를 삽입해 서울시의 졸속행정을 비꼬았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한국사람은 닥쳐야 일을 하지, 도대체 미리 연구를 하지 않는다"며 대중교통체계 개편으로 인한 혼란을 시민 탓으로 돌린 발언이 보도되자 분노한 네티즌들이 '이명박 패러디'를 쏟아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스파이더맨'을 패러디한 '스파이더망'에선 스파이더맨 복장을 한 이 시장이 "왜 나한테 XX야, 지들이 알아서 쫓아와야 할 거 아냐"라고 투덜대고 있다. 이 패러디물을 제작한 네티즌은 "똑똑한 국민을 멍청이로 만들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또 "그나마 젊은이들은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보고 잘 타고 다닌다"는 이 시장에 발언에 대해 네티즌들은 '제2의 노인 비하 발언'이라며 관련 패러디를 제작했다. 버스 정류장에 앉아있는 이명박 시장이 노인들에게 "인터넷도 안 보나, 무식하기는"이라고 말하는 모습을 통해 교통 혼란을 시민들의 무관심 탓으로 돌리는 무책임한 발언을 풍자했다. 공식행사를 집안행사로 착각할 정도로 순진한 이명박 이명박 서울시장은 월드컵이 열렸던 지난 2002년 서울시청에서 열린 히딩크 감독의 명예 서울시민증 수여식장에서 자신의 아들과 사위를 불러 기념촬영을 하도록 해 구설수에 올랐었다. 게다가 이날 행사는 서울시의 4급 이상 간부들이 참석하는 '공식행사'였는데도, 이 시장의 아들(26·당시 미국 유학 중)이 붉은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으로 참석해 히딩크 감독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서울시 홈페이지 등에는 요즘처럼 네티즌들의 항의가 빗발쳤었다. 더구나 어이가 없었던 것은 이시장의 아들이 입었던 옷은 영국 프로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유티폼이었다. 이날 이명박 시장 아들의 '깜짝 기념 촬영'은 히딩크 감독의 답사와 네덜란드 대사의 축사가 끝난 직후에 발생했다. "질문이 있는 기자들은 질문을 하라"는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명박 서울시장은 "아, 잠깐만"이라고 말하면서 이를 저지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자 사회자는 "사진촬영을 하겠다"라고 바로 말을 바꿨다. 물론 미리 발표된 식순에 따르면 '기념촬영'을 해야할 시간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촬영 참여자였다. 이 시장은 히딩크 감독과 명예시민증을 들고 사진을 찍은 뒤 주한 네덜란드 대사 그리고 시청 직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한 장 더 찍었다. 촬영은 그쯤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 시장이 다시 객석 어딘가로 손짓을 하자 축구공을 들고 있던 붉은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의 20대 중반 남성과 양복차림의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무대 쪽으로 나갔다. 이들은 다름 아닌 이 시장의 아들과 사위였다. 히딩크 감독과 촬영을 마친 이 시장의 사위는 "회사까지 빼먹고 왔다"고 말하면서 흐뭇해했다. 결국 이날 예정돼 있던 히딩크 감독과 기자들의 일문일답은 이 시장의 공적·사적인 사진촬영에 밀려 취소됐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은 또 있었다. 수여식에 앞서 히딩크 감독과 이시장, 주한 네덜란드 대사가 함께 한 공식접견에도 이 시장의 '대학생 아들'이 참관했다는 것이다. 물론 화제가 한국의 문화 등 다소 가벼운 내용이긴 했으나 엄연한 '공식접견'이었음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 날 사건은 지금까지도 네티즌에게 비난을 받고 있다. 내 맘대로 인사정책, 지원서 안낸 유인촌씨 서울문화재단 대표로 임명 서울시민들의 상당수는 청계천 복원과 강북 뉴타운 개발까지만 해도 이 시장의 개발정책에 후한 점수를 줬다. 하지만 시청 앞 광장 조성과 버스체제 개편 등이 시민사회로부터 적지 않은 반발을 사면서 그의 개발정책은 한고비를 맞이하고 있다. 특유의 '불도저식 리더십'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셈이다. 이 시장의 '불도저식 리더십'은 개발정책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다. 최근 이 시장은 부적절한 인사로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최근 단행된 서울문화재단과 서울복지재단, 행정부시장 등의 인사가 대표적이다. 이 시장은 지난 5월 18일 연극배우이자 탤런트인 유인촌씨를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겉으론 유씨가 오랫동안 연극배우 등으로 활동해온 문화계인사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는 인사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유씨가 이 시장의 인수위원회 멤버였던 데다가 서울시의 공모에도 지원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이르게 되면 평가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애당초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를 공모했는데 당시 지원자 중에는 유씨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인사권자인 이 시장은 유씨를 대표이사로 임명해버렸다. 서울시측은 "유씨가 비록 지원서를 내지는 않았지만 서울문화재단 설립 초기부터 발기인으로 관여해왔으며 이 시장의 문화정책을 수행할 적임자라고 판단돼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측은 "정치적 논리가 개입된 정실인사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유씨가 이 시장의 인수위원회 멤버였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서울시민이 불쌍하다! 이명박 시장은 지난 6일 서울산업대에서 열린 대학총장 등과의 간담회에서 “교통체계개편에 대한 홍보는 충분히 됐지만 이용하는 시민들이 개편내용을 제대로 확인 하지 않아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는 취지의 ‘교통혼란 시민 책임론’을 늘어놓았다. 더구나 이와 더불어 노인 비하성 발언까지 같이 했다. 이번에는 단순한 실언이 아니라 망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형식적인 추진일정에 맞춰 충분한 사전점검 없이 무리하게 밀어 붙인 대중교통 개편작업으로 인한 혼란이 시민들의 무관심 때문이라는 것은 또 한번 서울시민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시민들은 서울시가 제공하는 교통서비스를 받는 소비자의 입장이다. 서비스 제공자가 소비자에게 서비스 품질불량에 따른 책임을 떠넘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시장은 불과 이틀 전인 지난 4일 교통 혼란의 책임을 자인한다며 머리 숙여 사죄한 바 있다. 시민들의 원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서울시청에서 가진 긴급기자회견에서였다. 그러나 “대중교통체계 개편이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 는 이날 성명은 이시장의 진심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졸속개편에 대한 비난여론을 서둘러 무마하려는 ‘쇼’였음이 서울산업대 발언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명박시장은 서울시민이 선거를 통해 뽑았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시민의 손으로 선출했으니 이해하고 밀어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 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 서울시민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명박’과 ‘철새가 되어 날아가 버린 김민석(항간에는 그를 김민새라 부르기도 한다)’ 이 두사람 중 한사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시장 후보중 최선(最善)의 선택을 할 수 있는 후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불쌍한 서울시민들은 차악(次惡)의 후보를 고를 수밖에 없었다. 우리에게 차악(次惡)이 아니라 최선(最善)의 선택을 할 수 있는 날은 언제쯤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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