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신유술 기자 (sys@sisafocus.co.kr) 2003/2/5(수) 이해관계에 따라 아전인수격 개혁될까 우려 개혁이 곧 주도권싸움이다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개혁논의가 구체적인 실천프로그램으로 이어지지 않고 예전처럼 선언적 구호에만 그치는 게 아니냐는 걱정 어린 눈길도 보내고 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 등 주요 정당들이 각각 당내 개혁특위를 구성하고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본격 가동되는 등 정치개혁이 정치권의 화두로 자리잡은 가운데 이를 지켜보는 시민단체와 학계 등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특히 개혁이 당내 주도권 싸움과 당리당략으로 폄하돼 이해관계에 따라 아전인수격 개혁, 장님 코끼리 만지듯 하는 중구난방형의 개혁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치개혁의 주체와 대상이 동일하기 때문인 듯하다. 또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개혁논의가 구체적인 실천프로그램으로 이어지지 않고 예전처럼 선언적 구호에만 그치는 게 아니냐는 걱정 어린 눈길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정치개혁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조류를 형성하고 있고 이를 역행할 경우 국민들로부터 철저히 버림받을 것이라는 데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의가 없다. 정치개혁을 위해 지금처럼 좋은 기회가 없다는 얘기도 적지 않게 나온다. 참여연대 손혁재 협동사무처장은 “민주당의 경우 정당개혁이란 화두는 제대로 잡았으나 그 목적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직무수행에 힘을 실어주자는 쪽으로 쏠리고 있어 우려된다”며 “한나라당 개혁논의도 지도부 교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으나 단순한 지도부 교체는 제대로된 개혁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손 처장은 또 “정치개혁 논의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민을 위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개혁의 방향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근대적이고 비민주적인 정당운영부터 환골탈태시켜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핵심은 상향식 공천을 통해 공직후보 공천권을 당 지지자와 유권자에게 돌려주자는 것이다. 지금처럼 당 지도부가 공천권을 쥐고 있는 한 정당개혁은 빈말에 불과하다는 인식에서다. 또 고비용 저효율 정치를 타파하기 위해 중앙당에 꼭 필요한 기능만 남기고 조직을 최대한 슬림화, 원내정당화를 추구하는 한편 위원장 중심의 지구당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의원은 민의를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올바른 정치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논의과정에서부터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서강대 손호철 교수는 “개혁방향에 못지 않게 과정도 중요하다”며 “개혁독재식 졸속 개혁이 아니라 충분한 논의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원대 이주향 교수도 “정치개혁은 주체와 대상이 동일하기 때문에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논의과정에 시민세력이 참여해야 하고 정계와 시민사회가 교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주민들이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인 국민감시제 필요 정치개혁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들을 유권자들이 직접 감시하고 감독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게 일고 있다. 한나라당 개혁의원 모임인 ‘국민속으로’는 지난 12일 독자적인 정치개혁안을 발표하면서 국회의원들에 대한 국민감시제와 소환제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고 경실련과 YMCA 등 시민·종교단체들은 수년 전부터 국민소환제 입법청원 서명운동을 벌여오고 있다. 주민소환제와 주민투표제는 그동안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독단과 전횡 등 폐단을 막기 위해 집중 논의돼온 사안이지만 올 들어 국회의원들에게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론의 호응을 얻어가고 있다. 주민소환제·투표제는 현행 지방자치제도상 단체장이 인사권과 재정권을 거의 독점하고 있어 무분별한 선심성 행정과 방만한 예산 운용 및 인사권 남용 등에 대해 마땅한 제재수단이 없는 만큼 이를 주민들이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한 의원은 “일부 자치단체장은 주민 의사를 거스르며 준농림지는 물론 주택가와 학교 인근에까지 무분별하게 러브호텔 건립 허가를 내주거나 호화판 청사 건물 신축으로 예산을 낭비하고 있고, 막대한 예산을 들인 주먹구구식 전시성 행사로 주민들의 반발을 산 지자체들도 적지 않다”면서 주민소환제와 투표제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행정자치부도 지난 1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대한 보고에서 “자치단체장들의 비리와 독단을 막기 위해 부정부패에 연루되거나 지역주민에게 큰 손실을 입힌 단체장 등을 임기 전에 물러나도록 하는 주민소환제와 자치단체의 각종 입법안에 대해 주민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제를 시행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주민소환제와 투표제는 자치단체장과 마찬가지로 같은 선출직인 국회의원들과의 형평성을 기하고 나아가 ‘저질’ ‘비리’ 국회의원들에 대한 감시 차원에서 국회의원들에게까지 확대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경우 특히 잦은 당적 이탈을 막는 제도적 방안의 하나로 주민소환제의 도입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계속 제기돼 왔지만 소환제의 대상이 될 의원들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입법화는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01년 5월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개최한 국회·정당관계법 개정 공청회에서 당시 김삼웅 대한매일 주필은 “정당 추천에 의해 당선된 선출직 공직자는 탈당과 동시에 자격을 상실케 하거나 지역 주민의 신임 또는 불신임을 묻는 투표절차를 밟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여기에 각종 비리에 연루돼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의원들에 대해 국회가 동의안을 처리하지 않아 버젓이 활동하고 다니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차원에서도 주민소환제의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6.13 지방선거 당시 거액의 공천 헌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 김찬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7개월 째 처리되지 않아 검찰이 끝내 불구속기소한 것은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주민소환제나 투표제가 실시될 경우 자치단체장이나 국회의원들이 임기동안 책임 행정이나 소신 있는 의정활동을 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국회 정개특위 관계자는 “주민소환제와 투표제를 실시할 경우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되거나, 하루가 멀다하고 주민소환이나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상황이 빚어져 행정의 안정성을 해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치단체장들의 독단과 전횡을 막고, 당적을 변경하거나 비리에 연루된 의원들에 대한 감시의 필요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주민소환제나 투표제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보완장치를 마련해 조속히 도입하는 게 정치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더 높은 실정이다. 한나라당,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주민소환제도 추진키로 한나라당 정치개혁특위 제3분과는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을 폐지하고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를 추진하는 한편,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주민소환제도 추진키로 했다고 김문수 분과위원장이 발표했다. 국회의원 선거제도와 관련,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방안은 정치개혁특위 전체회의를 통과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지만 대통령직인수위와 민주당 일각에서도 이와 비슷한 견해가 거론되고 있어 향후 여야 협상결과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정당명부제의 경우 권역별 또는 시도별로 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지만 한 지역에서 특정정당이 의석을 독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집중 검토되고 있다”면서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는 헌법사항이어서 개헌을 해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며, 공직후보자의 후원회 설치를 허용할 경우 그동안 후원회를 열지 못했던 시도지사 선거 출마자나 의원 또는 지구당위원장이 아닌 총선 출마자의 불리함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3분과는 또 선거사범 전담검사제와 우선재판제를 도입해 불법선거운동자에 대한 신속한 재판과 처벌을 유도하고, 현행 통합선거법의 포괄금지제를 폐지해 다양하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며, 시민단체의 선거운동 금지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와 함께 국회의 정책기능 강화를 위해 ▲원내 교섭단체별 정책위원회 신설 ▲상임위 전문위원의 정당추천 또는 전문위원 보강 ▲국회내 교섭단체별 정책연구재단설립도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홍사덕 특위 공동위원장은 “소선거구제에 정당명부제를 도입하는 방안과 선거연령 인하,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등은 당내 이견도 있는 만큼 설이 지난 후 특위 전체회의에서 논의해야 할 사항이며, 전체회의에서 합의가 안될 경우 차기 지도부에 권고안으로 넘길 것”이라며 “다만 국회 정책기능 강화를 위한 방안은 2월 임시국회에서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박종희 대변인이 전했다. 홍 위원장은 이어 “특위는 2월15일까지 활동을 끝내고 3월 중순경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가 출범할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신유술 기자sys@sisa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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