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무어의 "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

지금 현 시점에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말'을 불러 일으키는 문화예술인을 한명 꼽는다면 아마도 마이클 무어가 왕좌를 차지하지 않을까? 맹목적인 '부시 재선 방해공작'성 프로퍼갠다 다큐멘터리로 제작된 그의 신작 <화씨 9/11>은 깐느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어 불과 800여개 극장에서 상영 - 여름용 블록버스터는 대개 3000개 이상의 극장에서 상영된다 - 되었음에도 23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둬들이는 대쾌거를 거두었는데, 이는 '문화'가 '정치'를 위협하고, 영향을 줄 수 있는 최대의 케이스로 인식되어 남다른 이목을 끌고 있는 것. 지난 해의 <멍청한 백인들>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 출간된 그의 저서 <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는 바로 이 <화씨 9/11>의 '문자 버젼'이라고도 불리워질 수 있을 법한, 무어의 부시에 대한 편집증적 혐오가 엿보이는 책이다. 백인 중산층 문화의 위선을 비꼰 <멍청한 백인들>과 미국 총기문화의 위험성을 경고한 다큐멘터리 <볼링 포 콜럼바인>의 관계처럼, 무어는 '책'와 '다큐멘터리'라는 두 가지를 매체를 동원해 매번 '떠오른' 주장을 입체화/다각화시키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데, 물론 '책'이 더욱 많은 '말'(글)을 담고 있는만큼, <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에서 무어 특유의 입담과 풍자, 야유는 다큐멘터리에서보다 더욱 폭발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무어는 이 책을 통해 <화씨 9/11>의 소재이기도 한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쟁 돌입 이유,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벌였던 화려한 거짓말 퍼레이드, 부시 일가와 빈 라덴 가문의 유착 관계 등을 상세하고 재치있게 나열하여 '논픽션 서적'의 정도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지만, 동시에 부시의 재선을 막을 수 있는 기괴한 선거 전략을 소개하는 등, 극단적인 야유와 비아냥을 간간히 끼워넣어, 한 인물에 대한 '총체적 혐오'의 서적으로서 동서고금을 통해 이 정도로 집요한 케이스가 과연 있기는 했었나, 하는 의문을 품게 만든다. '지나치게 장난스럽다'던가, '새로운 정보를 던져주지는 못하고 있다'는 등의, 영화 <화씨 9/11>에 쏟아졌던 비판이 그대로 <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에도 통용될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같은 주제에 대한 '우리의 대처'가 실망에서 무기력증으로 옮아가고 있는 시기에, 대중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어쩌면 점잖은 정론적 해석보다는 무어 스타일의 야유와 풍자, 조롱의 '우회적 비판정신'일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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