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여야 4당은 28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놓고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이 ‘여당 탓’으로만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한국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 ‘무조건 반대로만 외치기’를 한다고 혹평했다.

반면, 바른미래당은 ‘잃어버린 2년 반’을 주제로 한 나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문재인 정권 실정에 대한 비판에 공감한다”면서도 정치 복원을 위한 한국당의 노력도 주문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생각이 참 많이 다르다”면서 “굉장히 많은 차이들을 이야기를 했는데 최선을 다해 풀어가 봐야겠다”고 비판 수위를 낮쳤다.

다만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미래에 대한 걱정은 없고,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증오와 저주로 가득 차 있다”고 평가했다.

정 원내대변인은 “이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한 평가로 ‘야당 탓’만 한다고 비판했는데, 오늘 나대표의 연설은 ‘여당 탓’으로만 일관할 뿐 아니라 무엇이 ‘야당 리스크’인지 실체를 보여주었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특권의식을 가지고 국회 선진화법 위반 수사를 거부하는 자유한국당이 공정을 외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헌법위반’을 논하기 전에 법 앞에 군림하는 한국당은 검찰에 출두해서 조사 먼저 받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정 원내대변인은 “나 원내대표의 연설은 어깃장과 몽니로 국정과 국회를 무력화하겠다는 선전포고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며 “총선밖에는 염두에 두지 않은 억지 심판론 만들기에 국민이 동의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민주평화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로 점철됐다”고 지적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선거제 개혁과 사법개혁에 반대하고 신자유주의와 냉전체제로 돌아가자는 주장은 한국당이 탄핵 이후 한 치도 혁신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입시부정과 사학비리, 채용비리 등 공정성 시비는 한국당 쪽에서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것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없다”며 “내로남불을 넘어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티끌만 보는 것에 다름아니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정책을 비판하면서 신자유주의를 대안으로 주장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라며 “양극화와 헬조선을 초래한 신자유주의를 다시 꺼내는 것은 정부의 무능력보다도 못한 과거 회귀일 뿐”이라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정부의 분열정치를 탓하면서 냉전체제로 돌아가자는 것 또한 과거 군사독재의 잔재에서 벗어나지 못한 구태의연한 모습”이라며 “제1야당의 시정연설은 상대방의 잘못에 의존해서 생존하는 적대적인 공존정치를 끝내기 위해 선거제 개혁을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는 절박함만을 일깨워줄 뿐”이라고 했다.

정의당은 “연설에는 논리는 없고 수사만 있었고 국정농단 세력의 부활을 획책하는 저주와 선동의 언어로 가득차 있다”며 “오늘 연설은 반촛불 퇴행의 선포문”이라고 규정했다.

김종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3년 전 촛불항쟁 당시 계엄이나 모의하던 국헌문란의 연장에서 단 한 발도 나아가지 못했다”며 “이런 제1야당의 존재는 국민에게 자산이 아니라 큰 짐이 될 뿐”이라고 맹비난 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나 원내대표는 공정의 사다리를 복원하겠다고 말했는데 본인의 딸 입시 문제부터 시작해서 김성태 의원의 딸 부정채용 문제 등에 대해 시원하게 입장을 내놓기 바란다”며 “나 원내대표 본인부터 검찰에 출석하는 모습으로 솔선수범 해주면 더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문제에서는 노동시간을 늘리고 임금을 줄이고 노동권을 제약하고 기업에게 특혜를 주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낡은 레파토리가 또 등장했다”며 “도대체 21세기에 한국당이 존재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반세기전 경제 논리를 언제까지 울궈먹을 셈인가”라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가 전교조와 귀족노조, 좌파 법피아가 3대 헌법 파괴세력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민주주의와 노동권의 최후의 보루 역할을 했던 이들 단체를 헌법 파괴세력이라고 하니 기가 찰 따름”이라며 “촛불을 든 시민에게 총부리를 겨누려했던 군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정권에 뇌물을 갖다바친 재벌, 정권과 결탁해 재판 결과를 조작하는 법원 정도는 돼야 한국당에게 헌법 수호세력으로 인정받을 모양이다”라고 비꼬았다.

김 수석대변인은 “의원정수 확대 문제에 대해 비난을 늘어놓았는데 작년 12월 15일에 나 원내대표 본인이 직접 서명한 합의문에 의원정수 10%확대는 살아있는 합의니 더 이상 진실을 호도하지 말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반면 바른미래당은 나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공감을 표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문재인 정권 실정에 대한 비판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의 복원을 강조했는데 여당의 책임이 크지만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위해서는 야당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이견을 존중하고, 차이를 좁혀가며, 원만한 합의를 이뤄나가는' 국회를 위해 한국당도 함께 노력해주었으면 한다”고 했다.

또한 오 원내대표는 본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무딘 칼 같다”며 “야당으로선 비판과 함께 구체적 대안들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