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는 권력기관 ? 견제나 통제를 받지 않는다
윤웅걸과 금태섭의 경고 “공수처 비슷한 곳은 중국과 북한 밖에 없어...정적 제거용”
이사야 벌린 “자유주의자들은 권력을 견제하고, 자유주의자가 아니면 권력 자체를 원해”
세상에 착한 권력은 없다 ? 투키디데스 “모든 악의 근원은 인간의 권력욕 그 자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공수처는 대통령 가족과 측근, 고위공직자 등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기 위해 만들자는 것이었다. 검찰이 권력의 시녀가 되어 권력 비리를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니 정권으로부터 독립된 수사기관을 만들자는 것이다. 정부도 공수처가 특별사정기관이며 설치 목적은 ’검찰 권한의 분산’이라고 설명한다.

설립 취지는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도 정치권과 국민들이 찬반으로 갈렸다. 서초동에서 검찰개혁을 외쳤던 문재인 정부 지지자들은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공수처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의 탄생이자 오히려 독재 수단이 될 가능성이 있음을 강조한다. 공수처의 본질은 과연 무엇이며, 국민들은 공수처와 관련해서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생각해야 할까.

공수처 설치 법안은 두 가지로 정식 명칭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와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안)>으로 나뉜다. ‘범죄’와 ‘부패’라는 차이가 있는데, 백혜련 의원안을 중심으로 나눠서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백혜련 의원은 법안을 제안하면서 “고위공직자의 직무 관련 부정부패를 독립된 위치에서 엄정 수사하고 판사,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서는 기소할 수 있는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권력이 센 이유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갖기 때문인데, 공수처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공수처가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둘째, 공수처장의 경우 후보추천위원회 7명 가운데 6명을 여당 측이 임명하고, 여기서 추천된 2명 가운데 1명을 대통령이 지명하게 된다. 전적으로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영향을 직접 받게 되는 셈이다.
셋째, 제24조를 보면 ‘공수처가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여 이첩을 요구하는 경우 해당기관은 이에 응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 대목은 공수처가 검찰과 경찰 위에 군림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넷째, 공수처 수사관은 5년 이상 변호사 실무 경력이 있거나 ‘조사, 수사, 재판업무’에 5년 이상 종사하였던 사람 중에서 처장이 임명한다고 되어 있다. 변호사가 수사권을 가질 수 있는 이상한 모양이 되며, 현 정부에서 출세하고 있는 민변 출신들이 대거 진출할 수 있는 길이 트이게 된다.

다섯째, 공수처가 말하는 ‘고위공직자범죄’의 유형에는 공무원의 ‘직무유기와 직권남용’도 포함되는데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공무원은 거의 없다. 이는 공수처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공무원들에게 재갈을 물릴 수 있는 기관임을 보여준다.

여섯째, 일각에서 ‘공수처 소속 검사는 25명에 수사관은 30~40명 수준’이어서 대단한 권력기관이 탄생한다는 주장은 억지라고 얘기하지만, 권력기관의 힘은 규모가 아니라 권한에서 나온다는 점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공수처는 대통령 가족과 청와대 수석, 장차관, 국회의원 등은 기소할 수 없다. 항상 권력의 비리는 대통령과 그 친인척, 청와대 실세 등에서 나타나기 마련인데 이들은 기소도 못하면서 판사와 검사들만 수사를 하게 된다는 것.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국정 감사에서 “재판 독립을 보장하는 헌법 정신에 저해되는 부분에 대한 특별한 유념이 필요하다. 재판에 대한 고소 고발이 공수처에 밀려오면서 법관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한 부분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일곱째, 공수처는 별다른 통제도 받지 않는다. 검찰만 해도 법무부의 지휘를 받게 되어 있는데 공수처는 인사권자인 대통령 이외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다. 민주주의 국가는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 입각해 삼권 분립을 실현하는 시스템이다. 공수처는 여기에서 예외적 존재가 될 수 있다.

공수처에 대해 윤웅걸 전주지검장은 “중국의 국가감찰위원회가 공수처와 닮았다. 중국의 국가감찰위원회는 부패 척결을 명목으로 효율적으로 정적을 제거해 통치권자인 주석의 권력 공고화와 장기집권에 기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금태섭 의원도 “세계에 공수처 비슷한 곳은 중국과 북한 두 곳 밖에 없다. 중국의 중앙기율부와 북한의 인민보위부다”라면서 “공수처는 새로운 권력기관으로 검찰 과잉, 사법 과잉이며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갖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는다. 특히 사법부의 독립성이나 정치인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공수처가 탄생할 때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민주주의의 퇴보와 독재의 가능성이다. 이는 권력의 속성 때문이다.

윤홍길의 소설 <완장>은 권력이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동네 건달 임종술이 갑부 최씨의 양어장을 관리하면서 왼팔에 ‘노란색 완장’을 차게 됐는데 그게 임종술의 삶을 바꾸게 된다. 그는 도시에서 온 사람들에게 기합을 주고, 밤중에 몰래 물고기를 잡던 친구와 아들을 때리기도 한다. 완장이 주는 권력의 맛을 알게 된 종술은 읍내에 갈 때조차 완장을 차고 활보하면서 갑질을 한다.

<완장>에서 보듯이 세상에 착한 권력은 없으며 사람들은 천성에 관계없이 권력이 주어지면 휘두르고 싶어한다. 액튼 경의 말처럼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게 진리다. 정부의 권력이 커지면 이는 국민의 권력이 작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주의는 ‘권력에 대한 끊임없는 견제’를 통해서만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는데, 공수처와 같은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탄생하면 이는 권력이 마음껏 활개를 칠 수 있게 멍석을 깔아주는 꼴이 된다는 의미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을 하야시킨 워터게이트사건의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는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면 나쁜 악마들이 뭘 숨기고 있을까를 생각한다”고 말했는데, 우리는 그의 발언에서 ‘착한 권력은 없다’는 만고불면의 진리를 읽을 필요가 있다.

공수처가 위험한 기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대통령의 말에서도 엿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담집에서 “저하고 생각이 다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일방적인 공격에 대해서는 정말로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고 단언한 바 있다. ‘조국 임명’에서 보인 것처럼 대통령이 공수처를 자신의 소신(?)대로 운영한다면 공수처는 ‘통제받지 않는 괴물’이 되어 버릴 수 있다.

조국 사태 당시 국민들은 “검찰 개혁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그걸 조국 법무장관이 해야하는가”라고 물었다. 지금 많은 사람들은 “검찰 개혁이 필요한데, 그걸 왜 공수처가 해야 하나?”라고 묻고 있다. 공수처를 설치하지 않고 검경수사권 조정 등을 통해 검찰의 힘을 빼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국가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비슷하다. 바로 ‘권력에 대한 견제’가 무너질 때 민주주의가 망가졌다. 독일의 나치를 비롯해 독재 국가들은 모두 그러했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싶다면 ‘권력에 대한 끊임없는 견제’가 가능해야 한다. 새로운 권력기관의 출현은 민주주의에서 가장 필요한 견제 기능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정치철학자인 이사야 벌린은 자유민주주의를 옹호하면서 “자유주의자들은 권력 그 자체를 견제하고 싶어 하고, 자유주의자가 아닌 사람들은 권력이 자기 수중에 들어오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쓴 그리스의 투키디데스는 “모든 악의 근원은 탐욕과 야심에서 비롯된 권력욕이었다”며 역사의 진실을 명쾌하게 규정했다.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고 지키려는 사람은 이사야 벌린과 투키디데스의 금언을 마음 깊이 새기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 당신은 자유를 사랑하는가 아니면 권력을 사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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