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전화 묵살한 외교부...진실과 거짓의 실체 해부

여야 국정조사 합의...원구성 협상 촉진제 김선일 씨 피랍 관련, AP통신의 외교부 문의전화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여야 없이 청지권은 한목소리로 외교부에 대한 질책과 함게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사건으로 인해 외교통상부 장관 및 외교.안보라인의 전면 교체를 주장하고 또 안보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수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급속히 확산되는 분위기다. 여당인 열린우리당 마저도 한나라당과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하는 등 26일 감사원의 진상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주장하고 나서 여당 내 외교부에 대한 격앙된 분위기를 반영시키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나라당도 김씨 피살 사건에 대해 직접적 책임이 있는 외교부 장관은 물론 외교.안보 정책의 사령탑 역할을 하고 있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대해서도 철저히 문책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분위기는 신행정수도 논란과 맞물리면서 야권의 공세 수위가 높아진 가운데 이미 우리당내 전반에는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과 함께 정부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외교.안보팀의 쇄신을 주장하는 의원들은 국제정보 수집 능력에 한계를 드러낸 국정원과 NSC의 실무라인도 교체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나섰다. 한 초선 의원은 "세부적 현안 정보를 다루고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국정원의 차장급, 외교부 실장급 등 실장라인에서 논의된다"며 "장관 등 상층부뿐만 아니라 실장급까지 전반적인 재편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실장급 전반을 놓고 변화된 상황에 따라 재정비해야지, 희생양으로 누굴 날리는 식으로 미봉하면 나중에 또다시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29일 이해찬 총리 인준안 통과 이후 통일.문광.보건복지 등 일부 부처에 대해 단행할 방침이었던 개각의 폭이 커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당내 일각에선 특히 `통일-정동영, 복지-김근태'로 공식화되다 시피한 차기 대권주자의 입각 대상 부처에 대해서도 조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총체적 난맥상이란 비난을 받고 있는 외교 시스템의 대수술이 참여정부 2기의 화두로 부상한 시점에서 외교에 대한 식견과 함께 `순발력'을 갖춘 정동영 전 의장의 외교장관 발탁설이 나오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그렇게 되면 김근태 전 원내대표가 통일장관직을 맡을 수 있어 여권 차기주자들의 교통정리도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되는 셈이다. 아울러 외교.안보에 대한 개혁 방안도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어 주목된다. 민병두 원내개혁기획단 간사는 외무고시제 개선, 외교직의 민간 개방, 외교직과 분석직의 구분, 영사업무 확대 등을 골자로 한 개혁안을 내주 중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전 여야는 김선일씨 피살사건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국회 국정조사를 실시한다는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열린우리당 이종걸, 한나라당 남경필 원내 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전화접촉을 갖고 이같이 합의하고 27일 오후 국회에서 여야 및 국회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구체적인 협의에 들어가기로 했다. 여야가 이날 국정조사에 대한 구체적 합의를 이룰 경우 통상 예비조사에 일주일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르면 내달 초쯤 국정조사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는 '김씨 피살' 국정조사를 현재 진행 중인 감사원 조사와는 상관없이 곧바로 착수키로 하고, 일단 오는 29일 이해찬 총리후보의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해 소집해 놓은 국회 본회의에 국정조사계획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라크 현지조사 등 예비조사를 실시해 국정조사의 내실을 기하고 조사 대상기관에는 외교통상부와 국가정보원, 국방부, NSC 등 김씨 피살과 관련된 `외교안보라인'을 포함시킨다는 데도 대체적인 합의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는 그러나 금주말까지 원구성이 끝나지 않을 경우 국회 상임위 대신 특위를 구성, 국정조사에 착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열린우리당 이종걸 수석부대표는 "내용에 대해서는 논쟁할 생각이 없다"며 "조속히 국정조사를 열어 성역 없이 진상을 규명한다는 게 우리당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남경필 수석부대표도 "감사원 조사와는 상관없이 하자는 생각"이라며 "감사원 조사를 지켜보는 것보다 국회가 빨리 진상조사단을 구성, 현지로 보내는 것이 더 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이 여야가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그만큼 김 씨 피살 사건이 단순한 사안이 아니라 국가 외교.안보.정보 및 시스템 등에 총체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입증시키고 있고 이는 국회 원구성 여야 협상을 재촉하는 촉발제가 되고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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