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들 “부도나서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까 우려”
사업자 “최악의 상황 오지 않을 것…내일 구체적인 계획 발표”

강릉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보증금 반환이 늦어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는 자료사진.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강릉의 민간임대아파트에서 거주하다가 최근 이사를 가게 된 A씨는 임대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해 관리사무소를 찾았다가 날벼락 같은 소리를 들었다. 임대아파트 사업자의 자금난으로 인해 보증금 지급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원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에게 아파트를 넘겼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A씨를 비롯한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A씨는 지난 4월 새로운 보금자리로 떠나게 됐다. 이에 관리사무소에 가서 재계약 의사가 없음을 밝혔지만 계약이 만료되는 8월까지는 임대보증금을 받을 수 없고 혹시나 그 전에 세입자가 구해진다면 보증금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나 계약기간이 만료됐음에도 이렇다 할 설명은 듣지 못했고 원 임대사업자와 직접 통화한 후에야 자초지종을 들을 수 있었다.

A씨에 따르면 원 임대사업자는 회사 자금이 부족해 보증금을 당장 돌려주기 어렵고, 8월 중순이나 말까지 기다리면 지급하겠다는 말을 했다. 은행권 연체이자에 대한 보장도 해주겠다는 확답을 얻었다. 하지만 8월 29일이 되도록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다시 대표에게 연락을 하니 9월 중순까지는 해결해주겠다며 더 기다리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던 지난 19일, 임차권등기명령을 진행하기 위해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찾았는데 A씨 말고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10여세대가 원 사업자 측과 언쟁을 벌이고 있었다. 당시 원 사업자 대표는 “새로운 인수 사업자가 보증금 반환 등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조건으로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지만 이상한 점이 있었다.

A씨는 “2019년 6월 25일자 계약을 체결한 서류가 있긴 하지만 두 회사 간 변호사 공증도 하지 않았고, 바로 뒷장에 7월 11일 무렵 해당 계약을 해지한 서류가 첨부돼있었다”며 “계약이 파기됐는데 무슨 말을 하느냐고 따져 물었더니 기존 계약을 유지하는 구두계약을 했다고 하더라. 이게 말이나 되느냐”고 반문했다.

결국 새 인수 사업자는 지난 21일 주민설명회를 열고 아파트 현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A씨에 따르면 새 인수 사업자 대표는 “머리 아픈 문제가 많아 사태를 관망하며 계약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보증금 미지급 세대가 있는 것을 나중에 알았지만 신탁 문제를 해결해주고 임대 보증금 미지급 세대로 차례대로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입자들은 자본금도 약한 회사가 어떻게 상환을 하겠다는 건지, 이러다 부도가 난다면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것은 아닌지, 신뢰할만한 답변을 듣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에 원 사업자는 “어떻게든 해결해보려고 노력했으나 자금난이 심해져 결국 다른 사업자에게 넘기게 됐다”며 “새 인수 사업자가 보증금 미지급 세대부터 우선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앞으로의 운영계획을 25일 주민들에게 설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민간 임대아파트는 만에 하나 부도가 나더라도 정부가 세입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여럿 있다”며 “세입자들의 불안은 이해하지만 우려하는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2005년 들어선 이 아파트는 267세대 규모로 최근 인근에 새로운 아파트들이 분양되면서 몇 달 새 수십 가구가 이사를 나가자 임대보증금 지급에 난항을 겪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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