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통합 논의를 이끌겠다는 각오로 민주당을 중심으로 통합신당모임과 국민중심당 등 3개 정파가 ‘중도개혁통합신당추진협의회’ 구성을 추진키로 합의한 후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그동안 통합신당 추진구상은 여러 차례 논의됐으나 무산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박상천 대표가 민주당의 새 선장이 되면서 신당협의회의 제안과 통합신당모임의 수용으로 범여권 통합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신당협의회의 등장만으로 모든 문제가 결론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정치지형을 크게 변화시킬 만한 일이어서 외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이 같은 3개 정파의 합의에 대해 ‘소통합’이라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2월 전당대회 이후 상황을 반전시킬만한 카드를 찾지 못한 가운데 생긴 변화라 소속 의원들의 추가 탈당 가능성으로 뒤숭숭하다.

우리당 정세균 의장은 11일 “소통합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계심을 드러냈고, 오영식 전략기획위원장은 “민주당 중심의 소통합을 갖고 국민적 지지나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고 오히려 (대)통합의 흐름에 또 다른 벽과 장애를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우리당에서 그것 때문에 동요해서 합류할 사람이 얼마나 될 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지도부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대해 달리 생각하는 이들도 있고 이 기회를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하려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우리당 김진표 정책위의장은 12일 불교방송 ‘조순용의 아침저널’에 출연, “기왕에 소통합을 일단 하기로 했다면 나쁘게만 볼 것이 아니라 대통합을 이뤄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고 평가했으며 문학진 의원 우리당 통합신당추진회의에서도 정 의장이 신당협의회를 겨냥해 ‘소통합’이라고 비판하자 “큰 물에서 만날 대상이기 때문에 방법론에서 다소 차이가 있더라고 잘못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일희일비하면서 비판적으로 대하지 말고 가급적 큰 형의 입장에서 격려도 보내주는 것이 대통합으로 가는 좋은 자세”라고 면전에서 반박하기도 했다.

또 초선의원 8명이 ‘미래포럼’도 “정체성과 목표, 비전을 중심으로 대통합신당의 비전을 함께 하는 사람들끼리 모일 수 있도록 젊은 의원들이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겠다”며 “제3지대를 만드는 방법도 있고, 뜻에 부합하는 후보와 먼저 연대하면서 갈 수도 있는데 만약 제3지대가 되면 탈당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신당협의회 합의를 “명분 없는 야합에 불과하다. 이념과 색깔이 다른 무원칙한 잡탕 신당밖에 안될 것”이라고 혹평하면서도 통합신당 추진 움직임이 구체화되자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핵심 당직자는 1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열린우리당이 기득권을 놓치려 하지 않을 것이며, 탈당파들도 통합신당모임 생각 다르고, 민생모임 생각 다르기 때문에 제 정파들의 이해관계를 하나로 조합하는 것은 한마디로 기대난망”이라며 “이념과 색깔이 다른 정파끼리 뭉쳐봐야 잡탕 신당밖에 안될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이 당직자는 “책임정치를 실종시키는 무원칙한 잡탕신당 만들기는 중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기준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마디로 오월동주가 동상이몽을 하는 격이다. 마음속에 서로에게 향하는 칼을 품고 있으나 같은 배를 탈 수 밖에 없고 꾸는 꿈은 제 각각인 것”이라며 “민주당을 뛰쳐나와 열린우리당을 만들고, 또다시 열린우리당을 뛰쳐나와 통합 운운하는 것은 반 한나라당을 위해서는 명분도 의리도 내팽개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도부끼리만 통합을 추진하다 보니 객차는 하나인데 기관차만 여러 대를 이어 붙인 가분수가 될 수밖에 없는 기형적인 형태가 탄생할 것 같다”며 “외적으로만 하나가 되고, 내적으로는 각기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은 '통합'이 아니라 '야합'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신당협의회’를 상대로 거센 비판을 하는 것 자체가 그들을 경계하기 때문인 것 같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수많은 시도 끝에 이뤄진 통합신당모임과 민주당, 국민중심당의 ‘중도개혁통합신당추진협의회’ 구성을 추진이 제대로 된 결실을 맺을 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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