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사항에 황교안 ‘원내 소관’ 일관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열린 '정당 대표 초청 대화'에 여야 5당 대표들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대표, 노영민 비서실장,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문재인 대통령,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열린 '정당 대표 초청 대화'에 여야 5당 대표들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대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문재인 대통령,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청와대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5당 대표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부당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철회 촉구 및 대책 마련에 대해 공감대를 모으는 등 정국이 훈풍이 부는 모습이지만 국내 현안인 추가경정예산안을 놓고는 여전히 제자리걸음 수준을 보였다.

문 대통령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황교안 자유한국당·손학규 바른미래당·정동영 민주평화당·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18일 청와대에서 3시간 가량 회동을 통해 4항으로 구성된 공동발표문을 발표했다.

해당 발표문은 모두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을 뿐 정국 최대 현안인 추경안 처리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文 대통령, 열 번 넘게 강조한 ‘추경’…황교안은 ‘원내 소관’

재인 대통령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8일 청와대 인왕실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와 관련해 '정당 대표 초청 대화'를 하고 있다./ⓒ뉴시스.

문 대통령은 추경안에 대해 10여차례 강조하며 조속한 국회 통과를 부탁하는 등 국내 경제 대책을 위해 추경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쳐왔다. 여기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추경안이 빨리 통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통과가 안되면 여러 어려운 점이 많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황 대표는 ‘원내 소관’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참석한 대표들이 전했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회동 직후 브리핑에서 추경에 대해 “문 대통령은 추경에 관한 이야기를 공동발표문에 넣자는 생각이 강했지만 추경의 범위나 대상 등 충분히 논의되지 않아 섣불리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해찬 대표는 “문 대통령과 저는 모두 발언과 비공개 회의에서도 추경 처리를 강력히 요구했지만 황 대표는 ‘국회 사안’이라며 더 응답하지 않았다”면서 한국당에게 유감을 표했다.

특히 일본 수출규제 대응을 위한 소재 부품 산업 지원이 담긴 추경안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였다.

심상정 대표는 “문 대통령은 핵심 소재, 부품 장비 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지원책을 강구하기로 하는 조항이 꼭 들어가야 된다, 그래야 구체적인 경제 대책으로서 5당 합의의 의미를 살릴 수 있지않냐는 견해였다”며 “4당 대표들은 다 전적으로 공감을 했지만 한국당에서 예산이 수반될 수 있다는 이유로 계속 반대를 했다”고 밝혔다.

심 대표는 “그래서 재차 토론 과정에서 조정해서 들어간 것이 3항의 ‘국가경제의 펀더멘탈 및 소재 부품 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식으로 조정됐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우리 당에서는 정리가 안된 상태”라며 “그런 사업과 관련한 법·제도 중 예민한 법이나 제도도 있는데 충분히 논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동발표문에 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황 대표가) 예산이 따르고, 추경을 강제한다는 취지로 따를 수 없다고 했다”며 “결국 최종적으로 해당 내용을 ‘경쟁력 강화’로 표현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이해찬 대표는 “소재부품 장비산업에 대한 법률적, 제도적 지원 이 부분을 넣자는 것에 대해서 한국당 역시 반대가 많았다”며 “빼자고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화이트리스트 배제…갑론을박 ‘왜’

화이트리스트 배제 관련 표현에서도 갑론을박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황 대표는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공동 발표문에 넣지 말자는 주장을 펼쳤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제일 논의가 많았던 것이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표현에 넣지 말자’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이 있어서 그 부분이 논의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전했다.

화이트 리스트에서 대한민국을 제외할 경우에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된다고 말했던 심상정 대표는 “미국의 협력을 실질적으로 이끌어내는데 좋은 계기”라며 “국회 차원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경고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내일 본회의를 열어서 아베 경제 보복 중단 촉구 결의안과 아베 경제 보복 대응 국회특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계속 말씀을 드렸고, 다른 대표들도 다 동의를 했지만 끝내 황 대표는 ‘원내 소관’임을 들어서 응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일본을 좀 더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맥락에서 그런 내용을 열거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5당 대표가 ‘화이트리스트’ 문구를 두고 격론을 벌인 끝에 관련 표현은 발표문에 포함하기로 합의했다.

◆모두가 만족 못한 회동 결과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정당 대표 초청 대화'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문재인 대통령,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정당 대표 초청. ⓒ청와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문 대통령은 여야 5당 대표 회동 결과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손 대표는 이날 “내가 문 대통령한테 ‘만족하십니까’하니 만족 안 한다고”했다면서 “공동발표문에 추경안이 안 들어가서 그런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도 문 대통령만큼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입장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회동에 임하는 모습을 보면서 답답함을 넘어 절망감을 느꼈다”고 지적했다.

나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정 장관 해임에 대한 최소한의 답이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며 “ 외교라인 교체에 대해서는 답도 없이 추경만 강조했다”고 했다.

오신환 원내대표도 “문 대통령이 추경안의 조속한 처리만을 거듭 요구했을 뿐 야당의 요구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며 “여야 간 막판 극적인 타결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사라진 상황”이라고 빈손 국회 책임을 전가했다.

하지만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어제 문 대통령이 만찬을 제안했지만 황 대표가 일정이 있다고 해서 깨졌다”면서 “그 자리를 걷어 차버린 제1야당 대표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경제 등에 대해 기탄없이 토론할 수 있는 기회였다”며 “회동에서 못 다한 말들이 많았다.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는 전날 회동을 마치고 국회로 돌아와 회동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추경안을 외면하는 한국당에 대해서는 유감스럽다”며 “유감 정도가 아니고 유감, 유감, 유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대표도 “내일 본회의에서 추경 처리가 이뤄졌으면 하는 대통령과 여야 4당의 촉구가 있었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황 대표가 답을 주지 않았다”며 “그래서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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