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위기론 집중조명


국내?외 “한국 경제 이대로는 위험하다”
기업, 조직개편으로 살아남기 발버둥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한국 경제가 중년의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을 내놔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신문은 한국 경제의 지난 4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4.2%로 잠재성장률 이하이며 저임금 국가들에 산업기반을 빠르게 잠식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FT는 한국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5%였지만 올해 소폭 둔화될 것이며 이 같은 경제성장률은 국내총생산(GDP)에서 40%를 차지하고 있는 수출에 달려있다고 설명한 한은의 분석에 한국의 상황을 제대로 짚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경제 위기론이 떠돌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 위기론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정부와 재계의 입장이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기업 비상경영 체제 돌입

정부는 경제위기론이 너무 과장됐다며 청와대와 재경부, 산자부 등 정책당국자들이 잇따라 위기론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김석동 재무부 차관은 “우리 경제에 대해 단기적 위기론을 제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자기폄하로 발전해서는 안된다”며 단순 불안감을 나타내는 것은 한국경제의 현실적인 위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재계는 정부의 이러한 태도가 안일하다고 말한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어느 정도 앞서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구조적인 취약성과 경쟁력 부재로 지난 10년간 생산성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원-달러 환율 하락가 고유가, 글로벌 경쟁 심화로 기업들이 힘들어 하고 있는 만큼 이 상황이 계속되면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경제에 위기가 오지 않는다고 말하기 힘들다고 외친다.
한국경제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대립 속에 대기업들을 시작으로 속속 ‘비상경영’을 외치는 기업이 늘고 있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기업들의 이 같은 행보는 실적부진으로 인한 위기의식이 확산된 결과로 대부분 조직을 개편하거나 경비를 줄이겠다는 수준을 보인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이 임금을 동결하고 있어 앞으로 구조조정까지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해 실적이 저조했던 LG전자는 조직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대적인 사업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20일 “본사 간접 부서의 우수 인재를 사업본부로 재배치해 현장 사업력을 강화하고 인력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마케팅 조직을 제품별 조직에서 지역별 조직으로 전환하고 실질적인 가치 창출을 위해 본사 인원의 40% 가량을 현장 사업본부로 재배치하는 대대적인 조직개편도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을 이끌던 삼성전자는 그동안 악전고투를 해왔다. 매출액은 3년째 50조원에 머물러 있었으며 2005년 7조원대였던 영업이익이 지난해에는 6조원대로 떨어졌다. 이에 삼성전자는 상황 타개책으로 올해 사무직 임금을 평균 2.25%만 올리기로 결정했다. 또한 기술총괄 조직을 확대 강화하는 한편 생활가전사업 총괄과 시스템가전사업부를 생활가전사업부로 통합하는 등 일부 조직을 개편했으며 5월 말 정보통신총괄을 경기 수원시로 옮겨 조직을 새롭게 정비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창와 포스코도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대자동차와 포스코는 ‘원가 절감’을 외치며 비용 절감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해 나간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비용절감과 함께 결제통화 다변화, 현지생산 확대 등을 통해 원-달러 환율 하락 등의 문제에 대처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올해 세계 철강시장의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보고 저가 원료 사용기술 적용을 확대하는 등 강도 높은 원가절감 노력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별도로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 1월 각사 책임하에 해외 마케팅 기능을 수행하도록 마케팅총괄본부를 개편했다.
SKC는 최근 차세대 성장엔진 발굴을 위해 기존 ‘사업개발실’을 ‘신규사업 개발 부문’으로 확대 개편한 뒤 본사 인력의 10% 정도를 추가 배치했으며 SK텔레콤도 비(非)영업 부서 인력 일부를 마케팅 등 수익과 직결되는 분야에 전환 배치했다.

변화로 위기 대처 중

정부와 기업들은 ‘한국경제 위기론’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그 위기론의 원인도 다른 곳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경제에 가장 민감한 재계에서 속속 ‘비상경영’ 카드를 외치는 것을 그만큼 한국경제가 압박받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의 한국경제,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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