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꿈을 꾸게 만드는 세계 수영 스타

한국 수영에 있어 그의 레이스는 매번 새로운 세계로의 도약이다


요즘 스포츠계에서 화두는 단연 ‘박태환’이었다. 아마 스포츠계에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이슈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화제였을 것이다. 물론 ‘김연아’도 함께. 18살의 어린 수영 선수 한 명덕에 축구국가대표팀은 주말에 치렀던 A매치 경기에서의 패배에 대한 비난을 덜 들을 수 있었고, 상대적으로 올 시즌 최고의 관중을 동원하며 인기 몰이를 하던 프로배구의 챔피언 결정전은 서운하게도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겼다. 또 한 수영 선수의 세계적 선전은 대권 후보로 나선 정치인에게도 강연 도중 친분을 과시하는 전략이 됐다. 요즘, 박태환 때문에 웃고 산다는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박태환(18, 경기고)의 수영이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가장 주된 이유는 짜릿한 ‘역전’이다. 평범한 관중이야 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박태환의 영법이 얼마나 이상적인지, 세계 무대의 결승에 우리 나라 선수가 올라간 것 자체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마지막 50m를 남겨놓고 앞선 선수들을 차례로 제끼며 1위로 도약하는 그 흥분되는 묘미만큼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순간 마법처럼 앞으로 튀어나가는 그의 레이스를 보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성을 올리며 쾌감을 느끼게 된다.

짜릿한 막판 뒤집기의 비밀

박태환의 신장은 182cm에 74kg인데, 수영 선수 치고는 ‘왜소한 체격’이라고 한다. 비교대상 없이 보기에는 탄탄하고 보기 좋은 몸매인 듯하지만, 외국 선수들에 비하게 되면 불리한 체격 조건임이 드러난다. 이번 제12회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박태환에게 예상치 못했던 충격타를 먹었던 장거리 수영의 1인자 그랜트 해켓의 경우는 198cm-90kg이고, 미국의 수영 신동 마이클 펠프스도 193cm-88kg이다. 이같이 외국 선수들의 경우 190cm 이상의 신장에 몸무게도 90kg 이상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체가 큰 것은 수영에 있어 여러모로 유리하다. 근력으로 인해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선수들의 경우 스타트할 때 차고 나가는 힘이 커 상대적으로 더 멀리 나갈 수 있다. 또한 스타트한 뒤 얼마간의 잠영(潛泳) 이후 부상하게 되는데 몸무게가 적게 나가면 상대적으로 조금 더 빨리 물위로 떠오르게 된다. 스타트하고 나서 숨을 참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동안 물속에서 잠영으로 나가는 것이 아무래도 물 밖으로 머리를 올리고 나가는 것보다 더 빨리 나갈 수 있다. 또한 50m마다 턴할 때에도 키가 큰 것이 더 유리하다.

박태환은 이런 초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우선 동물적인 출발반응시간(reaction time)을 무기로 삼았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도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빠른 스타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그의 주된 전략인 막판 뒤집기를 위한 여러 요소들이 있다. 기존의 수영 선수들이 유연성을 위해 잘 해오지 않던 근력 강화 운동으로 막판에도 치고 나갈 수 있는 힘을 키웠다. 그리고 좌우 균형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영법으로 인해 낭비하는 힘 없이 마지막 스퍼트를 위한 힘을 비축할 수 있다. 이는 조금이라도 균형이 무너진채 기우뚱거리며 뛰는 사람보다 일자의 바른 방법으로 뛰는 사람이 더 빠른 것과 같은 이치다. 그리고 최고의 장점은 스트로크(팔을 노젓듯 회전하는 것)와 킥(물장구 치는 것)의 리듬감 있는 조화다. 막판 스피드를 낼 때 스트로크의 회전 속도를 높이고 킥의 주기를 빨리 하더라도 흐트러지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안정된 리듬감이 박태환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바른 방법으로 철저하게 훈련 받아온 것이 그에게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는 좋은 습관을 몸에 배게 만들었다. 7살 때 천식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했던 수영이 그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됐던 것이다.


마지막 더욱 빛나는 선수

박태환의 나이를 고려해본다면 현재의 세계적 부상을 막판 스퍼트라고 하기에는 이르다. 오히려 초반 질주에 더 가깝다. 수영 레이스에서는 막판 역전극을 연출하는 박태환이지만 선수 생활에서는 초반부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박태환이 안정된 영법과 꾸준히 키워온 근력으로 레이스에서 막판 스퍼트를 내는 것처럼, 안정된 환경과 꾸준한 노력으로 선수 생활의 마지막에도 퇴색되기보다는 오히려 더 빛을 발하는 선수가 되기를 응원한다. 선수 생활에서는 초반 스타트에서도 선두로 뛰쳐나갔으니 마지막 골인 지점에서는 감히 따라올 선수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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