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눈치 보는데’ 한국당, ‘마이 웨이’
與, 대화창구 열어놓고 민생 챙기기로 차별화
민주당, ‘민생 버린 한국당’ 이미지 부각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좌)와 나경원 원내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헝가리 유람선 사고에 대한 전국민적 추모와 애도 분위기를 고려, 최대한 정쟁을 자제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국회 정상화를 위한 물밑접촉에 나서고 있다.

전국민적 애도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여야 4당이나 민주당만의 단독 국회 소집을 하게 될 경우 집권여당이 여야 대결 국면을 심화 시키고 있다는 역풍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기조’를 유지하며 수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이다.

민주당은 당초 내달 3일 국회를 소집하겠다는 목표로 31일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할 계획이었다. 때문에 이날 한국당과의 협상을 진행, 한국당이 끝까지 등원을 거부할 경우 여야 4당 혹은 민주당 단독으로 6월 임시국회 개회를 소집요구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은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협상이 불발되자 “단독 소집에 대해 우리가 의지를 표명했지만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있는 상황에서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정쟁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어제) 워크샵 때까지 만해도 플랜 A, B, C를 다 고려할 정도로 6월에 국회를 열겠다는 의지가 있었지만 애도하는 기간에 국회가 민생을 위해 일하고 합의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국회를 열기 위해 단독 소집까지 각오한 결심은 월요일로 미뤄진다”고 밝혔다.

민생을 위해 국회를 정상화 시킨다 하더라도 애도 분위기에 빠진 국민들 눈에는 정쟁으로 보일 것이라는 판단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와 달리 한국당은 이날 강경 일색의 태도를 보였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충남 천안시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제4차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집권을 했으나 책임은 지지 않고 철부지로 구는 '집권야당'”이라며 “아직도 ‘잘못한 것 없다’고 땡깡을 쓰고 있다”고 맹비난 했다.

무엇보다 정용기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실무협상을 맡았던 김혁철 국미위원회 대미 특별대표가 처형됐다는 보도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지도부로서 더 낫다”고 말했다.

정 정책위의장은 “나라를 이끌어가려면 신상필벌을 분명히 해야 된다”며 “북한 핵미사일, 대미관계, 대일관계가 엉망진창이 됐는데 책임져야 될 사람에게 책임을 아무도 묻지 않고 지지도 않고, 오히려 이번에 힘없는 외교부 참사관 한 명만 파면됐다”고 말해 논란이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등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자유한국당의 국회 복귀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 / 오훈 기자]

◆웃음 나오는 민주당

한국당의 장외투쟁에 민주당은 그간 ‘투 트랙 전략’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물밑 접촉을 통해 한국당의 신속한 국회 복귀를 이끌면서도 ‘민생 챙기기’에 주력해 국회서 뛰쳐나간 한국당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꾸준히 강원 산불대책, 청년 정책 관련 당정청 협의, 교육청이 사립유치원을 매입해 공립으로 전환한 서울 관악구 구암유치원·문재인 케어 점검을 위한 일산병원 방문, 진짜민생대장정 등 민주당 지도부의 현장 최고위 개최, 민생 현안 챙기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내년 총선에 대비해 악화되고 있는 경제상황을 책임지고 민생 현안 점검 노력, 현장방문 등을 통해 민생이슈를 선점해나가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평화·안보 이슈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이날 판문점 자유의집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를 열고 평화·안보 행보를 보여주었다. 집권여당으로서 ‘안보·평화’ 중시 이미지를 부각하면서 야당과 차별화해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처럼 민생 뿐 아니라 평화·안보·현안 챙기기 행보로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민생을 버린 야당’의 이미지를 간접적으로 부각시키겠다는 의도다.

민주당도 이런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민생·경제 입법 등 국정 성과가 내년 총선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이 미칠 수 있는 만큼 국회 정상화는 시급한 사안일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최근 한국당 지지율 급락에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장기간 국회 파행에 책임에 따른 ‘국민의 회초리’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다.

박 원내대변인은 지난 30일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 첫 번째 세션을 끝낸 직후 기자들을 만나 한국당 지지율 하락 이유를 ‘장외투쟁’으로 꼽았다.

박 원내대변인은 “국회는 공전됐고 정상화 되지 못한 상태”라며 “한국당이 기승전 여당비판이라는 논조가 계속되는데 그게 한국당 지지층 결집효과는 있는지 몰라도 중도층과 지지하지 않는 층에 대한 확대가 부족해 지지율 떨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게 내부적 평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총선이 1년밖에 남지 않아 여야가 대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민생 관련 부분은 놓치지 않겠다고 했다”며 “장외 투쟁으로 인해 한국당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었기 때문에 한국당이 장외투쟁만 하지 않고 국회 정상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한국당의 정당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했다는 여론조사가 지난 30일 나왔다.

리얼미터는 tbs의 의뢰로 지난 27~29일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한국당의 정당 지지율이 전주 주간집계보다 2.9%p 내린 29.0%를 기록했다. 2·27 전당대회가 열렸던 2월 4주차(28.8%) 이후 세 달 만에 처음으로 20%대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당은 중도층과 보수층, 진보층, TK와 서울, 경기·인천, 충청권, 60대 이상과 30대, 20대 등 대부분의 지역과 계층에서 내렸는데, 이와 같은 하락은 강효상 의원의 ‘한미정상 통화 내용’ 유출 논란, ‘박근혜·최순실 녹음파일’ 논란, 황교안 대표의 ‘군·정부 입장 달라야’ 전방 GP 발언 논란 등 각종 논란이 확산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1.9%p 오른 41.2%로 다시 40%대 초반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23일부터 29일까지 조사일 기준 닷새 연속 40% 선을 유지했다.

진보층과 중도층, 보수층, 서울과 호남, 60대 이상과 50대, 20대 등 대부분의 지역과 계층에서 상승했다. 부산·울산·경남(PK)과 대구·경북(TK), 40대에서는 하락했다.(무선 80 유선 20, 총 1506명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특히 여론조사 내용들도 하나같이 여권에 유리하다.

강효상 한국당 의원의 한미정상 통화내용 공개와 관련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29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익을 침해할 수 있는 불법적 기밀유출이다’는 응답이 48.1%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정당한 정보공개이다’는 응답(33.2%)보다 오차범위(±4.4%p) 밖인 14.9%p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모름/무응답’은 18.7%(응답자 505명·응답률 5.5%·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선거제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 이후 벌이고 있는 한국당의 장외투쟁에 공감할 수 없다는 여론이 우세하다는 조사도 나왔다.

리얼미터가 오마이 뉴스 의뢰로 이에 대한 국민 인식을 14일 조사한 결과 비공감(전혀 공감 안함 50.5%, 별로 공감 안함 9.8%) 응답이 60.3%로, 공감(매우 공감 21.8%, 다소 공감 13.4%) 응답(35.2%)보다 25.1%p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모름/무응답’은 4.5%다.(응답자 500·응답률 6.9%·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p).

국민 10명 중 6명은 한국당의 장외투쟁에 대하여 공감하지 않는 것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사진 / 시사포커스 DB]

◆급락하는 한국당…민심은 이미 성나있어

민주당이 국회 정상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서고, 민생 문제에 직접 뛰어드는 모습과는 달리 한국당은 기존에 내놓은 협상 조건에서 한 발짝도 양보를 하지 않고 장외투쟁에만 집중하는 모습에 대한 민심으로 풀이된다. 명분면에서 국민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한국당도 정쟁을 중단해야 한다는, 국회로 돌아가라는 따가운 시선을 접했다.

황교안 대표가 지난 23일 산불 피해 이재민들의 하소연을 듣기 위해 강원도 고성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지만 오히려 한국당에 대한 성난 민심을 확인만 하게 됐다.

황 대표가 이날 강원도 고성군 토성농협 회의실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에 참석, “문재인 대통령이 두차례, 국무총리가 세 차례, 장관들도 여러 차례 방문 했지만 실제로 도움 되지 않는 빈껍데기 지원책만 내놓고 갔다는 말씀을 주민들이 하신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의 발언을 듣던 한 이재민이 “여기서 홍보하듯 말하지 말고 어떻게 할지 말해달라”며 “홍보하러 왔냐”고 지적했다.

황 대표는 이내 “최고위원회의 진행 중”이라고 이재민의 항의를 중단시키려 했지만 다른 이재민도 “산불 피해 때문에 왔다는 사람들이 딴 소리만 한다”고 반발했다.

국회가 어려운 민생과 악화되고 있는 경제를 내팽겨치고 있다는 비판에도 한국당이 이날 국회 정상화를 위한 원내대표 회동을 거절, 국회 정상화를 또 다시 미뤄지게 됐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지금의 여당 작태는 국회 정상화가 아닌 일방강행 의지만 보이고 있다”며 “지금 같이 협상에 임하기 어렵다”고 이 원내대표 회동을 거부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국정원 관권선거 의혹 대책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당이 일방통행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여당과 국회 정상화를 논의할 수 없다”고 강경한 발언을 내놨다.

현재 한국당 지지층 조차도 피로감이 쌓이고 있는 것으로 진단된다. 한국당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보수층과, TK, 60대 이상에서도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하락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지지층 내 피로감이 쌓인 다는 것은 무서운 경고일 것이다.

국정을 마비시키고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독자적 대안을 제시 하지 못하는 반대 세력이 과연 내년 총선에서 의석수를 가져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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