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축구, 저에게 맡겨주세요

지난 3일 프로축구 2007 삼성하우젠 K-리그가 시작되면서 감독들은 저마다 ‘공격축구’를 약속했었다. 국내 프로축구도 이제는 골을 지키는 답답한 축구에서 공격적이고 활발한 축구로 거듭나야 한다는 각오를 다짐하며 어느 해보다도 의지를 불태우는 모습이었다. 그 중 FC 서울의 귀네슈 감독은 단연 집중 조명을 받았다. “축구는 쇼다”라는 어록을 남기며 그는 국내 프로축구를 뒤집어엎을 기세였다. 그리고 그 기세는 현재까지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더 등등해지고 있다. 지난 21일 벌어진 우승 후보 수원과의 경기에서 4-1 대승을 거두며 5연승을 내달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승리의 주역에는 박주영이 있었다.

"박주영은 찬사를 받을 만했다. 종료 직전 교체한 것은 팬들에게 큰 박수를 받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난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FC 서울과 수원 삼성의 라이벌전은 두 팀을 떠나 K-리그 전체에도 기분 좋은 경기였다. 3만 9천여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메운 것부터 화려한 골잔치까지 근래 국내 경기 중 가장 활기차고 힘찬 경기로 꼽힌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경기에서는 그만큼의 주목을 받는 선수도 있게 마련이다. 사실 이 경기에서는 귀네슈 감독에게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돌아갈 수도 있었겠지만, 해트트릭을 터뜨린 ‘부활한 천재’에게 사람들은 더욱 주목했다.

타고난 천재의 골잔치

팀의 네 골 중 세 골을 홀로 터뜨리며 ‘영웅’이 된 선수는 ‘축구 천재’ 박주영이었다. 박주영은 이날 정말 천재다웠다. 시도한 슛팅 4개중 3개를 골로 연결시키며 타고난 감각이라는 것을 유감 없이 드러내 보였다.

전반 13분 한 골 먼저 내준 팀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동점골이나 후반 6분 깔끔하게 수비수를 제치고 넣었던 개인기에 이은 골이나 1분뒤 같은팀 이청용에게서 연결된 패스를 논스톱으로 때려넣었던 골 모두 그림같았다. 기회가 왔을 때마다 놓치지 않고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그가 진정한 해결사였다.

그 전 까지 별다른 큰 칭찬이 없었던 귀네슈 감독도 이날만큼은 달랐다. "박주영은 찬사를 받을 만했다. 종료 직전 교체한 것은 팬들에게 큰 박수를 받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하며 이날 박주영의 활약을 높이 띄워줬다. 물론 이같은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주심이 박주영을 서둘러 벤치로 들여보내 기대한만큼의 효과는 보지 못했지만 감독으로서는 선수에 대한 세심한 배려였다.

사실 박주영이 이렇게 훨훨 날아다니는 모습을 본건 참 오랜만이다. 2005년 ‘슈퍼루키’를 넘어 ‘축구천재’로 불리우며 온 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박주영이었지만 2006년 한 해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채 너무나 힘든 시기를 보냈기 때문이다. ‘2년차 징크스’라고 쉽게 규정지어버릴 수도 있을 그의 프로 2년차는 정말 먹먹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기록만 봐도 판이하게 다른 2005년과 2006년. 처음 프로무대에서 뛰었던 2005년에는 30경기 출장 중 3경기만 교체 출전하며 18득점, 4도움을 기록했다. 기자들은 만장 일치로 박주영에게 신인왕을 안겨줬다. 하지만 2006년에는 30경기 중 14경기에 교체 투입되면서 8득점, 1도움에 그쳤다. 더군다나 전 국민의 기대를 받으며 발탁됐던 국가대표로서의 2006 월드컵 경기에서도 그는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기록만 보고 슬럼프임을 짐작하는 주변 사람들보다 본인은 누구보다 가슴 아픈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 고생은 최근까지 끝나지 않았다. 올림픽 대표팀으로의 출장에서는 과격한 행동으로 올림픽 예선전 3경기 출장정지를 당했고, 24일 열린 우루과이와의 A매치 평가전을 위한 성인 국가대표 선발에서는 끝내 제외되고 말았다. 대표 선발 제외를 두고 일각에서는 핌 베어벡 대표팀 감독의 애정 어린 채찍질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지만 어찌 됐건 박주영 본인에게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을 것이다.

담금질 끝내고 재가동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이 있다. 살아가면서 고통의 순간들을 겪는 것이 그 순간에는 무척이나 싫고 아프지만 그런 고통의 순간 없이 성장하는 길은 없다. 타고난 재능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고통의 순간을 통해 단련되지 않는다면 그 재능의 꽃은 바람 한 번에 흩날려 사라져버리기 마련이다. 박주영에게 2006년은 그를 더욱 담금질하는 시간이었다. 이제 담금질을 마치고 박주영이 더욱 단단해진 실력으로 2007년 종횡무진 경기장을 누비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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