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개의 시간인가 늑대의 시간인가

개와 늑대의 시간이란 표현이 있다. 하루에 두 차례,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이른 새벽과 늦은 오후를 의미한다. 사물을 분간하기 어려운 시간에 다가오는 짐승이 우리를 지켜주는 개인지, 우리를 해치려는 늑대인지를 알 수 없다는 무서운 의미가 숨어있다. 20195, 문재인 정부 2주년을 맞은 대한민국은 개의 시간일까 아니면 늑대의 시간일까.

문재인 정부의 2년을 맞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7일 토론회를 열었다. 제목은 ‘2년의 변화, 3년의 희망이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8문재인 민생파탄 좌파독재 2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제목부터 양측이 첨예하게 해석이 달랐다. 양 토론회에서 나온 말들을 종합해보면 자성과 비판이 많았다. 다만 피부로 느끼는 온도 차이가 너무나 컸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토론회에서 정책방향에 대해선 여전히 확고한 믿음이 있다.”고 강조하며 “2년 동안 변화가 국민들께서 기대했던 수준인가에 대해선 스스로 채찍질하게 된다. 완급을 조절하고 보완할 곳이 있으면 고치겠다.”고 덧붙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소득주도성장과 재정확대정책, 부동산 규제나 탈원전 등의 방향을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참석자들도 비판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었다.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경제에 있어서는 75점 이상을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75점이면 B등급 정도로 보이는데 많은 전문가들이 D등급으로 보는 것과 큰 괴리감을 보인 것으로 여겨진다. 김남준 정책기획위원은 정부가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를 추천했다. 회전문 인사에 대한 지적도 많다고 평가했지만, 사후 반성 수준이지 인사정책의 근본적인 전환 차원은 아닌 것으로 여겨졌다.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도 개회사를 통해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간 의료비 경감, 사회보장 강화, 재난안전체계 구축 등을 체감했다고 자찬하면서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국정과제도 많다고 슬쩍 물타기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토론회와 별도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문재인 정부 2년을 옹호하고 나섰다. 박광온 민주당 최고위원은 우리 사회 일각에서 경제가 어렵다. 어렵다하는데 그것이 도를 넘어서면 국민에게 불안감을 주고 국민의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0.3%를 기록한 것도 대외경제 탓이라며 정부와 청와대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자유한국당이 8일 주최한 토론회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과 비난 일색이었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52시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노동조합에 기울어진 운동장 조성 등의 여파로 고용참사, 국내 투자 감소, 국제 경쟁력 약화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약탈적 정책으로 인해 국가의 쇠망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우리는 농업국가로 가고 있다. 지난 2년간 고용률은 낮은데 유일하게 전 연령대에서 농림어업 취업자는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림어업에서 지난 2년간 149천명이나 취업자가 늘어난 것을 지적한 것이다.

공공부문 일자리가 1개 늘어날 때 민간 일자리는 1.5개가 줄어든다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자료가 소개되기도 했다. 지난해 일자리예산으로 192천억 원이 투입됐지만 거의 효과가 없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사람중심경제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현진권 전 한국재정학회장은 사람중심경제는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에서는 사람의 창의성, 자율성 강조하는 게 사람중심경제이고, 북한에서는 김정은 한 사람을 위한 경제를 의미한다. 문재인 정부는 사람중심경제를 정확히 얘기한 적이 없고, 결과적으로 반()사람중심경제를 운영했다. 모든 정책은 철학에서 나오는데, 문재인 정부의 철학으로는 절대로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추경 예산은 경제활성화가 아닌 정치활성화라며 정치 살리기 재정은 경제파괴를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문재인 정권의 3권 장악과 민주주의 파괴라는 주제로 발표하면서 “3권 분립을 깨뜨리고 그 원칙 위에 군림하는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이다. 개헌을 하지 않으면 근본적 문제 해결이 안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이나 이념과 관련해 청와대와 여당이 주축이 된 토론회에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반면 자유한국당 토론회에 참석한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현재는 대한민국의 기존 질서를 지키려는 우파와 그것을 깨뜨리려는 좌파 사이의 내전이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한다고 날을 세웠다.

문재인 정부 2년에 대해 사람들마다 다른 해석과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다만 한 언론인이 던진 문재인 정부는 자기식 해석의 천재들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의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발언이 반발이 아니라고 하고, 북한 김정은 정권이 쏜 미사일을 발사체라고 우긴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출범 2년을 맞은 문재인 정부의 정치 안보 경제 사회분야 정책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개(안전)로 다가오는가 아니면 늑대(위협)로 다가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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